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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제주올레 2코스 - 광치기~온평 본문

제주올레 - 탐라바닷길

제주올레 2코스 - 광치기~온평

경기병 2020. 2. 20. 08:42

1코스가 끝난 광치기해변 초입,

진짜말과 올레말 사이에 놓여진 넓적바위에 담배 한대를 꼴아 물고 뻗었다.

 

제주도 동부해안이 가진 숱한 그림들을 스캔한 눈도 피곤하고,

18km에 달하는 갤러리를 5.2km/hr의 속도로 관람시킨 다리와 발도 지쳐 버렸다.

 

이라다가 표선해변은 고사하고, 온평포구나 갈 수 있을까?

빈약한 의지가 나약해지는 심정에 아주 물을 주고 있는 기분이라, 할 수 없이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제주올레 2코스 - 광치기~온평 (2020.02.15)  

섭지코지 최남단을 돌아나오는 길

 

 

 

30km이상 트레킹에서는 아직은 2주의 인타발이 맞는듯 했다.

채 20km도 걷지 않았는데..., 누적이 된듯한 피로는 스며 들었고, 목표로한 그 곳은 아주 멀게만 느껴진다.

 

 

 

- 제주올레 2코스 시점

 

 

 

 

 

올레 2코스 역시도 해안과는 상관 없이 내륙으로 깊숙히 들어가,

대수산봉을 오르내려 혼인지를 구경하고 종점인 온평포구로 나오게 설정이 되어 있었지만....,

 

나는 해안도로를 따라 섭지코지를 돌아 온평포구로 간다. 

 

 

 

 

 

 

 

 

광치기해변에서 해안뚝을 걸어 섭지코지로 들어가는 길목까지 갈 수도 있었지만,

모래밭길이라 확장공사중인 도로로 걸었다.

 

 

 

 

 

 

 

 

 

 

 

 

하늘이 다시 흐려졌다.

그에 따라 바다도 다시 감청색으로 변했다.

 

섭지코지..., 독특한 지명이고, 다소 유명세를 가진 풍광지다.

올레의 정코스대로 갔다면 못 볼 해안지형을 보고자, 돌아 나와야 함에도 그 곳으로 간다.

평소의 나였음 돌아나와야 하는데 왜 들어 가?? 절대 가지 않았을텐데...,

 

 

 

- 섭지코지(1)   

 

 

- 섭지코지(2)  

 

 

- 섭지코지(3)  

 

 

- 섭지코지(4)

 

 

 

경이로운 해안가 지형에 감탄을 하면서도, 시속을 끌어 올려 섭지코지를 돌아나왔다.

 

시간은 14시30분을 훌쩍 넘어서 있다.

트랙의 지도를 보니, 오늘 걸어야 할 길의 절반쯤에 해당되는 지점이다.

 

한정된 시간내 그 곳에 닿고자함이 참 고달팠다.

 

 

  

 

 

 

 

 

 

 

섭지코지 해안산책로를 벗어날쯤, 무심하게 바다바라기를 하면 딱 좋을 벤치들이 일정간격으로 놓여져 있었다.

 

여행을 온듯한 아가씨 둘이 멍을 때리고 있는 벤치를 지나, 다음 벤치에서 걸음을 멈췄다.

걸어 온 속도가 아까웠지만..., 쉬고 싶은 마음 한가득라 잠시 쉬기로 했다.

 

신발까지 벗고, 마치 꿈을 잃은 표정으로 한참을 앉아 있었다.

 

15시30분쯤 온평에 도착을 하고,

13km를 걸어 늦어도 18시쯤에는 표선에 닿아야 하는데, 왜 이리 무기력해지는지...,

 

 

   

- 신양해변 (1)

 

 

- 신양해변 (2)

 

 

 

 

 

2코스에 들어서고 딱 한번을 쉬었을뿐, 줄기차게 속보를 유지하며 걷고 있다.

트랙앱에 표시되는 시속이 6km/hr가 나온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는다.

 

09시30분에 출발을 해,

18시까지 45km를 걷겠다는 계획은 애초에 자신은 있었지만 성립은 불가였다는 생각이 차츰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일 내린다는 비가 조금식 내리기 시작했다.

잘 됐다.

 

 

 

 

 

 

 

 

 

 

일기예보 정확성 "가"인 나라에 사는 나는, 그래도 그 일기예보를 맹신한다.

더불어 준비성 0%, 망각증 100%인 정신상태로 때론 비를 두들겨 맞으며 사는 국민이다.

우산은 잃어 버려야..., 삶이 낭만적이다.

 

우산도 우의도 없는데 비가 내린다.

허리춤에 달린 쪼임끈이 성가셔 그 끈이 없는 배낭은 레인커버도 없는데 비가 내린다.

재수다.

 

방법은 단 하나, 빨리 온평으로 가는 것! 것 뿐이다.

 

 

 

 

 

 

비에 젖는 지도를 펼쳐 내가 와 있는 곳과 견주어보니 대충 다 온 것 같은데..., 말이 보이지 않는다.

 

때마침 역으로 오는 트레커 한분을 만났고, 그런 내 모습에 어디를 찾는냐고 묻는다.

말이 어디쯤...,

1km정도 더 가면 정자가 있고...,

 

배낭에 쑤셔넣은 고어텍스점퍼를 꺼내 디비씌고, 그 분이 일러준 곳으로 걸음을 이었다.

근데 1km도 가지 않았는데 다행히 말이 서 있었다.

15시45분이었다.

 

 

 

 

 

 

안그래도 걷기가 죽을 맛이었는데..., 비가 내리니 비를 핑계로 더 이상은 걷지 않기로 했다.

 

돌아가는 비행기 탑승시간은 19시45분, 4시간 정도의 시간이 얻어졌다.

걸어서는 못가지만..., 버스를 타고는 간다.

표선에 가 보기로 했다.

 

트레커에서 낯선 곳을 서성이는 여행자가 되려하니 다시 기분은 좋아졌다.

표선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1132번 지방도가에 있는 정류장을 찾아가는데, 뭔가 좀 찜찜하다.

 

 

  

 

 

 

 

 

이런 멍청한...,

 

좀 전에 만난 그 분은 분명 정자가 있다고 했는데, 내가 트랙아웃을 시킨 지점에 서 있는 말 주변에 정자는 없었다.

지방도 가는 길에서 좌측의 바다로 고개를 돌리니 정자가 보였다.

정자로 가니 큰 올레말이 떡하니 서 있었다.

 

 

 

- 제주올레 2코스 종점

 

 

 

작은 올레말 서 있던 곳이나, 큰 올레말 서 있는 곳이나, 거서거였지만, 그래도...,

 

오늘 걸은 트랙을 합산하니 겨우겨우 30km가 채워진다.

시계를 보니 아직 16시가 채 지나지 않았고,

비도 더 이상은 처내리지 않을 것 같아 표선으로 걸음을 이을까? 싶기도 했다.

 

근데 싫더라~

그냥 버스타고 표선에 놀러가고 싶더라~

 

 

 

- 온평포구 안길

 

 

 

 

 

 

 

 

- 표선면 소재지

 

 

 

 

 

201번 완행을 타고, 16시40쯤 표선에 도착을 했다.

 

2년전쯤에 이 곳에서 술이 떡이 되었는데...,

그 기억이 있는 표선면 소재지를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며 조금은 서성이다가, 혼자 들어가기 딱 좋은 곰탕집을 찾았다.

 

밥은 안먹고 곰탕속 고기만을 건져 소주 한병을 마시고나니, 빈속이라 그런지 기분이 알딸딸해졌다. 

식당옆 목욕탕에 들어갈까? 말까? 하는 찰나, 공항으로 가는 121번이 오네~

그래~ 아쉽지만 오늘은 집에 가자! 

 

 

 

 

 

 

 

 

 

 

집으로 돌아오니 22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씻어라는 잔소리가 혼자만의 뒤풀에서 잔을 빨때마다 들렸지만...,

 

3월이 오면,

슬슬 그리워지는 아리랑길에도 나서야 하고, 통제가 풀리는 지리산둘레길에도 가야 하는데...,

아~ 제주올레를 쳐박아두고는 못 갈 것 같다.

 

면세로 사다놓은 담배가 다 떨어지면 그 때, 또 올레에 가야지..., 싶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