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제주올레 21코스 - 하도~종달 본문
제주도가 한적할 때,
제주도에서 중국말이 들리지 않을 때,
제주바닷길을 호젓하게 걷고자 06시50분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설정이 된 길을 '나도 걸어야지...,하며 걷는 걸음은 재미가 없다.
즐기고 누리며 걸어야 그 가치가 충만할 올레는 혼자 걸어 더 재미가 없다.
이 재미 없는 길을 제대로 따라 걷지도 않으면서 이어가고자 함은, 대한민국 해안지선이라서..., 이유는 그 뿐이다.
- 구좌읍 시가지
09시17분, 지난주 제시간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우왕좌앙 생쑈를 한 구좌읍 세화에 도착을 했다.
뭍에 사는 사람들은 올레를 걷기 위해 작심을 하고 최소1박2일의 일정으로 제주를 찾는다.
주위에 같이 걸을 사람들이 없는 나는...,
깝깝한 모텔방에 혼자 쳐박히는 밤이 싫은 나는...,
그래서 오늘 21코스 시점 제주해녀박물관에서 3코스 종점 표선해변까지 걷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 갈 것이다.
때문에 지난번 보다 1시간30분 일찍 제주로 왔고, 1시간 늦게 제주를 떠날것이다.
제주올레 21코스 - 하도~종달 올레 (2020.02.15)
21코스 시점에서 3코스 종점까지는 올레의 루트대로라면 62.5km가 나오지만,
나는 제주도 동부해안을 따라난 길로만 갈 것이고, 추정한 거리는 45km내외이다.
조금은 힘이 들어도 평균시속 5km/hr 이상을 유지하면 18시 전·후로 도착이 될 것이다.
그렇게 이뤄져야만이 후련하게 집으로 돌아 갈 수가 있는데,
문제는 빈약한 의지가 목표로 한, 그 곳까지 이어지는냐? 그게 관건이다.
- 21코스, 하도~종달 올레 시점
예보상 오늘은 흐리고, 비는 내일 내린다고 했다.
흐린 하늘, 물 빠진 바다, 한적한 길,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또 걸어보자!
- 세화포구
올레는 하도리 들길로, 나는 하도리 바닷길로 간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바다를 바라보다가 지나가는 내게 '여기가 올레 몇코스에요? 하고 묻는다.
뭐라 답을 해야할지..., 난감하다.
- 서문동 포구
서문동 해안을 지나니, 하늘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바다도 지색으로 변했다.
나아갈수록 펼쳐지는 풍경이, 읽을수록 재미 있는 책 같다.
다음장이 궁금해 속독을 하듯, 저 모퉁이 지나서가 궁금해 걸음이 설레여진다.
제주도 동부해안이 가진 바다풍경에 하늘마저 지색을 찾으니, 걷는 기분이 참 좋다.
유네스코지정세계문화유산..., 우짜고저짜고~ 이런 수식어들을 왜 붙혀야 하는지 모르겠다.
보존은 당위성에 있고, 그 당위성은 모두의 공감에서 비롯된다.
공감으로도 충분히 보존이 되는데...,
중동의 테러조직이 그 숱한 유적들을 파괴해도 그 어떤 막음도 못하는 허울뿐인 지정.
그 허울에 반영을 시키고자 하는 푸닥거리 같은 요식행위...,
지정에 미반영이 되어도 해녀는 물질을 할 것이고, 제주의 천혜는 그대로 있을 것이다.
그대로인 것은 그대일때가 가장 아름답지 않나?
지정이란 요란한 치장은 그대로를 돋보이게 함이 아니라, 그대로를 망쳐버리는 짓일수도 있다.
중동의 고대 유적들이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지 않았다면,
테러조직들의 파괴 대상이 되었을까? 싶다.
나는 모르겠다.
바닷가 어머니들이 숨비소리로 숨을 참아내며 살아 간 고달픈 인생을,
함부러 조각하고 뭣대로 문화라 말하는 시대의 가벼운 처사에 심히 유감이다.
- 하도해변 가는 길
- 하도해변(1)
- 하도해변(2)
홀로 걸은 우도(牛島)가 보여 더 좋았고,
홀로 걷는 따분함마저 잊게한 하도해변을 둘러 나왔다.
- 헉! 저거슨 유채가 아닌가??
도저히 그냥은 지나칠 수 없는 바닷가 언덕이 보였다.
오늘 표선해변까지 못가는 이유가 될지언정, 그냥 지나치면 내 트레킹의 이유를 부정하는 꼴이다.
할 수 없이 언덕의 가장자리로 갔고 배낭을 내려 놓았다.
- 돌청산불턱에서 바라 본 하도해안
목표로 한 곳까지 가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길에서 본 풍경속에 있었음이 중요하다.
가고 있음, 있게는 되지만..., 회상은 없었다.
- 우도
- 우도와 소
어디에선가 배드로횟집이란 상호를 보았다.
주인이 크리스챤인가? 싶었는데, 누군가 배드로가 어부였다고 했다.
우도가 보이는 언덕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을 만나니, 주인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소 참 잘키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개 보다는 소를 좋아하고, 소에게 짜장면을 한번 사준적도 있다.
제주도 동부해안길에서 마주하는 풍경에 압도를 당하며 걷는다.
적절한 형용사를 찾는 대신에, 지금까지 걸은 바닷길에서 마주한 무수한 풍경들과 저울질을 해 보았다.
여수의 기막만 해안도로에서 든 그 때 그 기분이었다.
- 종달항
- 제주올레 21~1코스 분기점
11시45분,
이게 제주바닷길이었구나~ 그 누림으로 11.1km 걸어, 제주올레 21코스 종점 종달리해변에 도착을 했다.
걸어 온 길의 설렘에, 걸어 갈 길의 설렘마저 이는 마음을 누가 알겠노?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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