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제주올레 18코스 - 조천~제주원도심 본문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추석이다
명절에 여행을 떠나는 뉴스 기사를 볼 때마다
나는 "저런~ 미친것들, 제사는 안지내나" 이렇게 치부를 하곤 했다
근데, 지금 내가 그런 미친것들이 되어 있다
내.로.남.불
[내일이 추석이고 나발이고, 일단 묵자~]
[오늘이 추석이고 나발이고, 일단 일어나자~]
오늘 저녁, 3박4일 제주 여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 간다.
어제까지 올레에 포함된 섬길을 다 걸었다.
오늘, 18코스와 17코스는 역방향으로 걸을 것이다.
18시쯤 공항에서 만나기로 하고, 조천만세동산에서 걸음을 뗐다.
제주올레 18코스 - 조천~제주원도심 (2018.09.24)
10시30분, 내게는 18코스의 시점이 된,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조천만세동산에서 출발을 한다.
추석에 집도 절도 없는 놈 마냥,
배낭을 메고 트레킹을 하는 모양새가 좀 그랬지만, 막상 걷기 시작하니 그 딴 기분은 사라졌다.
만세동산에서 해안으로 나오니...,
아~ 이게 제주바다구나! 싶은 해안이 보이고, 듬성듬성 올레를 걷는 이들도 보였다.
흐린 하늘밑, 무심한 바다에 비워진 풍경...,
내가 추구하는 해안트레킹 3요소가 충만하다.
다행히, 18코스 대부분의 길이 해안지선으로 나 있다.
혼자 걸어감에 있어,
가장 강력한 방해자는 따분함이고, 가장 걷기가 싫어지는 이유 역시도 따분함이다.
그 따분함 없이 걸을려면,
무조건 쭉쭉 걸어가야하고, 걷는 리듬?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좌측이던 우측이던 늘 바다가 있어야 하고, 앞의 풍경에 궁금함이 숨어 있어야 한다.
제주도 특유의 돌담,
바닷가에 만들어진 우물,
그런 조금은 낯선 사람의 집들을 보면서 조천읍 해안을 걷는다.
바다와 접하여,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의 집들...,
해파랑길의 동해와, 이순신길의 남해가 다르듯 제주의 그 것 또한 상당히 다른 풍경이다.
바닷가에 축대를 쌓아 만든 넓직한 우물,
그 우물안으로 뿜어져 나오는 용출수의 신비스러움,
나즈막한 양철 지붕의 해안가 집들,
근해에서만 고기를 잡는지? 포구에 나열된 작은 배들,
나는 지금, 그런 풍경들 속을 걷고 있다.
[동동포구]
[(가칭) 용출수해안우물-원경]
[(가칭) 용출수해안우물-근경]
[신촌포구]
조천읍 해안가 취락지역이 끝나고,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 삼양동으로 가는 길에 들어 섰다.
내 보기에는 야산 혹은 뒷동산이라 지칭해도 무방한데, 구지 오름이라고 했다.
그렇게 따지면 화산활동 없이 형성된 산도 있나? 싶더라~
추석이었지만,
명성에 걸맞게 올레를 걷는 사람들이 제법 스친다.
내가 역방향으로 걸어서 그런지?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들과 숱하게 인사를 했다.
모두들 일상의 그런날들에서 기다리고 기다린 트레킹이겠지...,
근데, 난 뭐야??
아직 해파랑도 몇개의 코스가 남아 있고, 이순신길도 한창인데...,
뭔 올레를 한다고? 명절날까지 이러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오름인지? 야산인지?
보물을 소장한 사찰이 있는 숲 하나를 넘어, 다시 해안길로 들어 섰다.
주택가를 지날때,
추석날의 그렇고 그런 사람 사는 모양새들이 보인다.
구지, 명절날까지 시덥지 않은 길 또는 트레킹을 해야하는지?
조금은 나 자신에게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삼양동 해안]
18코스든, 17코스든, 용두암까지만 가자~
추석날 이게 뭐하는 지껄인지...,
어제 가파도를 갔다 온뒤,
저녁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갔어야함이 옳았는데...,
[화북포구]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
13시40분.
시점에서 14km여를 걸어 와, 사라봉 초입에 도착 했다.
추석날 이게 뭔 짓껄인지..., 나도 모르겠더라~
차라리 나도 애월, 월정리 해쌋는 해변이나 갈껄...,
[사라봉 가는 길]
[제주의 대문]
조금은 걷기가 싫어질때쯤, 사라봉으로 오르는 길에 접어 들었다.
고도가 높아짐에, 아래로 보이는 풍경의 량도 많아졌지만...,
이상하게도 걷기가 싫어졌고, 따분함마저 밀려 왔다.
[사라봉 정상에서 바라 본 제주시내]
사라봉을 넘어 제주시내로 들어 왔다.
올.레.길.
누군가들의 상당한 애착으로 설정되고 유지되는 길임에 틀림 없다.
손에 든 지도 한장 없이도,
길에 나부끼는 시그널만을 따라 가면,
조금의 헷갈림도 없이 원하는 지점에 도착을 하게 해 놓은 안내체계.
그 길과 함께 하고자하는 주민들의 친절함까지...,
돌아 와, 올레와 관련된 정보들을 찾아 보았다.
자치단체의 주도가 아닌,
길을 제안하고 유지시키는 분의 능력에 놀라웠다.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에 쏟아져 나온 숱한 길들의 모태가 된 올레일수도 있고...,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인들을 길로 나오게 한 촉매가 된 올레일수도 있고...,
제주원도심 초입에서,
해안지선만 따라 가는 길이 아니라서, 잠시 엄한 길로 갔다왔다를 반복했다.
제주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산지천하류로 가는 길.
카메라마저 블랙아웃이 되니, 안그래도 걷기가 싫어지는데 더 걷기가 싫어졌다.
산지천을 거슬러 올라가니, 그제 다녀 간 동문시장이 나왔다.
올레는 동문시장을 구경시킬 요량으로 시장안으로 들어가라 했고,
들어가자마자 깃발도 보이지 않았고, 방향감각 또한 상실이 되어 30여분 gps와 지도를 보며...,
추석날 내가 이거 뭣하는 지랄이냐? 탄식을 했다.
간세이 뭐라 했는데..., 모르겠다.
15시10분, 동문시장이 보이는 교량위에서 18코스를 끝냈다.
트랩을 아웃시키고, 새트랩으로 설정을 해야 하지만..., 하기가 싫터라~
길도 찾기 싫터라~
중앙사거리에서, 그냥 저게 17코스겠지! 하고 해안으로 내려갔다.
그만 걷자!
어영에서 트랙을 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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