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제주올레 20코스 - 김녕~하도 본문
19코스 트랙아웃을 시키고, 김녕마을 바닷가 벤치에 앉아 잠시 넋을 놓았다.
겨울철 엄마는 온천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2주 간격으로 그런 엄마와 함께 온천에 간다.
내일이 그 날이라, 오늘 칠천원 티켓이 아니라도 돌아가야 한다.
제주까지 와서 30km를 못걷고 간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13시40분 정신을 차리고 다시 트랙을 켜고, 조금은 지루해진 걸음을 바람속에 들였다.
제주올레 20코스 - 김녕~하도 (2020.02.08)
솔직히 제주올레는 걷는 재미가 없다.
해파랑길은 북위 상승의 이어짐과 함께 북진에 따른 행정구역 바뀜의 설레임이 있었고,
이순신길은 리아스식해안의 미로를 벗어나고자 하는 의욕과 동행의 행복이 있었고,
아리랑길은 섬 사람들이 살아가는 풍경봄이 좋았다.
올레의 루트대로 가지 않아 그런가?
여하튼 올레는 지겨운 길이다.
뭔 놈에 바람이 이리도 처불어대는지..., 속눈섶까지 날린다.
날씨 꼬라지 때문인가?
누림으로 걷는 기분은 사라졌고, 걷기 위해 걷는 마음도 들지 않았다.
오로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걷고 있다.
- 김녕해변으로 가는 길
1km 남짓을 걸어 김녕해변에 도착을 했다.
원래 겨울철에는 바람이 많이 부는지, 모래사장은 비산방지막 같은 망사천을 덮어 놓았다.
허나, 오늘 바람에는 무용지물이었고, 바람에 날리는 모래는 사막의 폭풍속과 진배 없었다.
보이는 화장실로 다급히 들어 가 잠시 피풍까지 했다.
김녕해변을 지나니, 차츰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해안가에 우뚝 선 풍력발전 바람개비들이 '날 잡았다'는 시위라도 하듯 어찌나 지역활에 충실한지, 그 소리가 정말 대단했다.
버스가 다니는 큰길로 나가 공항으로 가 버릴까..., 싶은 마음 간절하더라~
오도가도 못하는 심정으로 걷는다.
모두에게 그 만족도가 대단한 올레길을...,
왜 걸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모두에게 그 만족도가 대단한 올레길을...,
공항검색대에서 두꺼운 잠바를 벗어 바구니에 담는 사람들의 꾸물됨을 보면서 '한겨울도 아닌데 뭔 외투를~~ 하며 짜증이 났다.
걷지 않으면 추워져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걷고 있는 내 꼴이 우습다.
- 난 이런 설치예술을 보면 뭉게고 싶어지는 인간인데..., 오늘은 모든게 의욕 상실이라 참았다.
에너지기술연구원부근 해안도로쯤에서 누군가 해안에서 나타났다.
설정된 길로 걷고 있는 올레길 아저씨네~
도로로 걸어 오고 있는 나를 조금은 이상하게 쳐다 본다.
나도 안다. 이왕 걷는거 설정된 길로 가면 나도 좋은데..., 빌어먹을, 난 그게 안되는 트레커다.
- 월정리 가는 길
- 월정리 해변
15시, 요즘 제주도에서 가장 핫한 월정리해변에 닿았다.
배가 고파 죽겠더라~
보이는 편의점으로 들어 가 먹을거를 조금 사와,
좋다고 생난리부르스를 추고 있는 사람들의 틈에 비워진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배가 고파, 열나게 빵조까리를 먹고 있는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구는 뭐야?
모델인 여인이 아름다워 겉치레로 '빵 먹을래요?하니, 어랏 '주세요~ 한다.
아~놔~(가지가지 한다) 내 물것도 부족한 판에...,
식당에서 뭐든 시켜서 한병 까고 싶었지만, 난 늦어도 16시40분까지는 무조건 구좌읍 해녀박물관에 닿아야 한다.
월정리해변에서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그래서 또 떠날려는 의욕을 붙들고 걷기 시작했다.
월정리에서 종점인 해녀박물관까지 개략 11km쯤이었다.
5.5km/hr의 속도를 유지한다해도 17시는 넘어야 도착이 될것 같았다.
19시 비행기고, 18시쯤에는 공항에 도착이 되어야 면세 담배도 사고 할텐데...,
문제는 구좌(세화)에서 공항까지 가는 버스의 소요시간을 알 수 없음이다.
일단, 주쎄리 가 보자!
- 한동리 해안길내 정자
- 세화포구
17시 정각, 세화해변에 들어섰다.
시계를 보니, 갑자기 머리가 하예졌다.
이라다가 제시간에 부산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겠나 싶어졌다.
종점인 해녀박물관으로 가는 길은 보였지만, 공항으로 가는 101번급행이 정차를 하는 세화환승정류장은 보이지 않았다.
종점인 해녀박물관으로 가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화환승정류장으로 가는게 중요해졌다.
폰에 띄운 지도를 오무렸다폈다 하며 정류장으로 찾아 가는데, 택시가 온다.
저건 하나님이 보내신거야~
에라이~ 택시를 탔다.
타자마자, 앗 잠깐! 스톱!! 그리고 트랙을 껐다.
부산~제주간 왕복 항공료보다 비싼 택시비를 지불하고 제주공항에 내리니 18시였다.
택시를 탈거였음, 종점까지는 가도 되었고...,
트랙에 반영된 택시이동 구간 50m도 개짜증스럽고...,
이래저래 생기는 짜증을 억누르며 저물녘이 스미는 제주도 하늘을 보았다.
나는 집에 간다.
그럼 됐다.
집으로 돌아오니 20시51분이었다.
어데 갔다오노? 섬에...,
내가 오늘 제주도로 가 33.5km를 걷고 왔는지 알리가 있나? 알아도 거짓말이라고 할 수도 안있겠나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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