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제주올레 19코스 - 조천~김녕 본문
때 마침 감기에 걸렸다.
감기 바이러스가 자리를 잡은 몸에 동종 계열의 바이러스가 동업자 도리를 저버리고 치사하게 비집고 들어올리는 없겠지...,
내 보기엔, 겨울철 독감보다 못한 전염성과 증상을 가진것 같은데...,
중국발 바이러스 하나에 온 나라가 오두방정 공포에 떨고 있는 가련한 현실이다.
그 바이러스 때문에 호재가 생겼다.
칠천원!
부산에서 제주가는 비행기 삯이 칠천원이란다. 물론 올 때도 칠천원~
에라이~ 땡큐다!
당장 쳐간다.
23시쯤 칠천원에 꽂혀 무작정 티켓팅을 하고나니, 그제서야 몇시간뒤 가야 할 제주도가 현실로 다가왔다.
뭐를 우째해야 할지..., 일단은 자자!
07시 배시시 웃으며 '저녁에 올께'하고 집을 나왔다.
내가 제주도에 가는 것을 알리가 있나~ㅎㅎ
공항으로 가 비행기를 타 버리면 실천을 하게 되는데...,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했다.
빵도, 딸기우유도, 물도, 더하여 지도도 없이 제주올레를 걸어러 간다.
근데, 국도 상공을 지나자 구름이 지상세계를 모조리 다 덮고 있다.
09시15분, 제주공항에 내리니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았고 바람마저 성가시게 불어대고 있었다.
제주 동부해안을 따라 서귀포로 가는 101번 급행버스를 타고,
그러니까, 2018년9월24일 제주올레 18코스를 역으로 걷고자 출발을 한 '조천만세동산에 내리는 10시06분이었다.
칠천원 때문에, 아니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1년6개월을 쳐다도 안본 채 처박아 둔, 제주 올레를 잇게 되었다.
제주올레 19코스 - 조천~김녕 (2020.02.08)
사전, 인지하고 숙지한 계획없이도 모든게 술술 잘 풀려 10시14분 제주올레 19코스에 첫 발을 내딛는다.
다만, 날씨만 받혀주면 좋은데, 시작부터 빗방울이 떨어진다.
당연, 우의도 우산도 없는데...,
해안도로에 들어서니, 비록 날씨는 개판이지만 '아- 제주도!..., 그런 기분이 확 들었다.
이어 갈 길이 남았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걷다가 사진을 찍는 짓도 어쩌면 상당히 귀찮은 행위인데,
폰에 지도를 띄워 손가락으로 확대,축소를 하며 걸어야 할 길을 가늠하는 짓은 참으로 속에 천불이 난다.
그걸 미연에 방지하고자, 나는 사전 걸어야 할 길을 숙지하고 나름 루트가 표기된 인쇄물종이를 가지고 다닌다.
뜬금 없이 오게된 오늘 제주올레는,
비행기내에서 조천으로 가야지! 했을 뿐, 사전 인지한 루트도 인쇄된 지도도 없다.
시그널이 보이면 올레를 걷고 있음이고, 안보이면 해안을 걷고 있음이다.
올레고, 해안이고, 나발이고는 중요하지가 않다.
나는 올레를 걷는척 하면서 제주도 해안지선만을 따라 갈 것이다.
인증이고, 나발이고는 중요하지가 않다.
나는 내가 걸어 간 조천에서 김녕까지의 트랙을 제주올레19코스로 기록할 것이다.
신흥리부근까지 오니,
빗방울은 더 이상 흩날리지 않았지만, 바람은 더 강력해졌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캔맥주를 따 버렸다.
잿빛 하늘색을 따라 그렇게 변한 바다를 맨정신으로 보자니 왠지 처지는 기분이 들라했어...,
11시27분, 올레를 걷는 사람은 고사하고 동네 주민도 보이지 않은 해안길 5.5km를 걸어 함덕해변에 도착을 했다.
연녹색 바닷가에는 어린 사람들이, 회색 하늘에는 늙은 갈매기들이 해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바람 없이 맑았다면..., 보이지 않을 풍경속 단조로움마저 보았다.
함덕해변을 돌아나오니, 바람은 이제 미쳐 있었다.
보이는 서우봉 산길로 들어가면 미친 바람에서 벗어날 수 있을것 같아 속도를 내어 보았지만,
그 마저도 바람에 흔들렸다.
서우봉에서 올레를 걷는 사람들을 종종 만났지만, 그들이 인사를 건넬 틈도 주지 않은 채, 추월을 했다.
나는 오늘 시간이 없다.
나는 오늘 늦어도 16시30분까지는 20코스 종점에 닿아야 한다.
나는 오늘 19시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돌아가기로 했고, 꼭 그렇게 할 것이다.
통영에 가면 강구안이란 곳이 있다.
만(灣)의 지정학적 정의로도 부족할 만큼 육지로 깊숙히 들어 온 바다.
그 안에는 어항도, 어시장도, 심지어 여객선터미널까지 자리를 해 있어 바다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지형이다.
제주도 북부해안 복촌마을에는, 바다가 마을안에 섬처럼 자리를 해 있었다.
또한 마을마다 가지고 있는 해안가 우물은 볼 때 마다 경이롭기까지 하다.
복촌항을 빠져나오니 올레19는 내륙으로 들어서게 했지만,
나는 해안과 병행하는 구.제주도 지방도1132호선을 따라 가기로 했다.
동복리를 지나자,
해안을 따라 나있는 길이 있었고, 그 길만으로 가면 19코스의 종점 김녕항이 나온다.
그나저나 바람, 참 억수로 분다.
13시15분, 김녕항 좌측방파제를 지난다.
왠지 지겹게 걸어 온 기분이다.
여자만 여자도에서 맞은 바람이 투뿔이었다면, 제주도 북부해안에서 맞는 오늘 바람은 등급판정 불가였다.
13시33분,
19코스와 20코스가 갈리는 지점을 인지를 못한 채 지나쳐, 김녕마을 해안가 작은 공터까지 와 버렸다.
공항에서 구입한 햄버그와 배낭에 있던 캔맥주는 아까 다 먹어, 먹을게 아무것도 없었다.
도로가로 나가 음료라도 살라다가, 그 마저도 귀찮아 바람속에서 겨우 불을 붙인 담배만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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