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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해파랑길 13코스 - 대진해변에서 구룡포항 본문

해파랑길 - 동해바닷길

해파랑길 13코스 - 대진해변에서 구룡포항

경기병 2020. 6. 2. 16:14

해파랑을 시작하고 조금은 들뜬 시절이었다.

 

2016년9월24일,

최소한 장비들만으로 꾸린 박배낭을 메고 11코스의 실질적 시점인 봉길해변으로 갔다.

4~10코스를 건너뛴 채, 11~13코스를 먼저 택함은 순전히 양포항에서의 야영1박을 해 보고자 함이었다.

 

15kg의 등짐을 지고 첫째날은 약26km를 걸어 양포항까지 갔지만,

둘째날은 걷기 시작한지 3시간여만에, 구룡포항을 10여km 남겨둔 지점에서 의지는 동이 나버렸다. 

 

 

3년8개월이 흐른 2020년5월31일12시25분,

채우지 못한 13코스의 잔여구간을 잇고자 구룡포항에 도착을 했다.

 

 

 

구룡포항

 

 

트레킹을 수반하는 탐방 역시도 여행의 한 분류이다.

혼자하는 여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여행다워짐을 이제 안다.

 

13코스의 잔여구간 출발점을 그 날 걸음을 멈춘 장기면 대진리로 정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해 그 곳으로 가는 여정이 아득하기만 했다.

 

내 사는 곳에서 불과 100km 남짓한 거리이지만,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버스들을 이용한다면 5노선을, 포항터미널을 거친다해도 4노선은 갈아 타야만 한다.

그 노선들중 마지막으로 타야하는 구룡포지선 '구룡포-양포간 버스의 운행간격은 100분이었다.

 

할 수 없이 차를 몰아 구룡포로 갔고, 그 곳에서 12시40분 양포로 가는 구룡포지선을 탔다.

 

 

 

호미반도 해안도로(929지방도)를 운행하는 구룡포지선의 두 노선 버스들

 

구룡포지선 버스시간표

 

 

지난주 속초·고성구간의 해파랑길을 걸어면서,

속초에 한번 더 가기 위해 46코스는 작정을 하고 남겨두었지만, 13코스의 잔여구간은 조만간 이어 놓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만이 속초·고성에 남겨둔 46코스가 더 아련해진다.

   

 

 

 해파랑길 13코스 - 대진해변에서 구룡포항 (2020.05.31) 

하정리 해안도로에서 다가 온 구룡포항

 

 

12시55분, 2명의 승객을 남겨두고 대진리에서 내렸다.

 

 

 

대진리 버스정류소

 

 

흐른 세월이 무색하리 만큼 그대로였다.

이 곳에 오기까지, 이 곳 이후로의 동해안을, 남해안을, 남서해의 숱한 섬들을 돌고돌아 왔다.

 

남겨둔 길이 아니라, 남겨진 길이었다.

 

 

 

 

 

 

걷자마자 해무속 습기찬 더위속에 들어선 기분이다.

그래도 집에 있을 지금과 견주니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모포항

 

 

 

포항구간의 각종 해파랑 시그널들이 새단장을 하고 길에 서 있다.

하지만, 걷는 이는 보이지 않고 시그널만이 존재하는 길 같다.

 

 

 

 

 

바닷길을 걷는 사람의 이기적 바램이지만..., 바다가 좀 깨끗하면 좋겠다.

 

사람들이 모여사는 바닷가 취락지역은 그렇더라도,

낚시꾼들이 점령한 방파제를 지날때면 엄폐된 곳곳에서 썩고 있는 것들의 악취는 이제 그 정도를 넘었다.

 

만의 지형인 인적드문 해안가에 밀려와 나뒹굴고 있는 해양쓰레기들에 해당 지자체는 손을 쓸 수가 없는 지경이다.

생산과 동시에 혁명이라 불리운 플라스틱들의 마지막 방랑처는 아마도 바다이지 않나 싶다.

분해된 플라스틱은 이제 물고기들을 통한 간접 섭취를 넘어, 직접 섭취까지 도달해 있다.

보이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죽는것!

보이는 답은 그 뿐이었다!

 

 

 

구평포구 등대

 

 

 

이제 여름이네~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해질때까지 걸어야하는 열정이 아직도 남았는지? 모르겠다.

 

 

 

 

 

14시10분, 5.8km를 걸어 장길리복합낚시공원에 닿았다.

일 없이 바다로 나간 잔교를 일 없이 걷는 사람들이 일요일 오후를 붙잡고 있었다.

 

 

 

 

 

하정1리를 지나는데, 마을 곳곳에 걸린 현수막에 눈길이 간다.

그녀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고, 입지전적의 그녀가 이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구나...,

 

포항은 아니 구룡포는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산에 지역구를 가진 두 명의 여성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일전에 구룡포에 갔을 때 영도구에서 당선된 분의 현수막도 보았다.

 

 

 

 

 

길가 숨어 있는 그늘에 앉아, 흐르는 세월에서 그대로인 바다를 본다.

 

오월의 마지막날이다.

하루하루를 되짚어보면 한달이 좀 길긴 길지만, 12분의1은 그리 길지가 않다. 

 

 

 

 

 

병포에서 구룡포항으로 들어서는 길,

길 한번 지나가기 위해 전화까지는 하기 싫어, 약간의 언덕을 올라 우회를 했다.

 

언덕을 내려오니 구룡포항이었고, 조금 걸어가니 내 차가 보였다.

 

 

 

난 언제라도 집을 나와 살 준비가 돼있다.

 

 

데워진 물을 좀 마시고, 한대 태우고 다시 걸음을 이었다. 

여기서 트랙아웃을 해도 뭐 그렇게 상관은 없지만, 어차피 종합게시판이 있는 곳까지는 가야한다.

 

 

 

 

 

15시46분, 북적이는 구룡포읍 해안도로 800m를 걸어 종합게시판이 세워진 곳에 도착을 했다.

 

이제 사라말등대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