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가을 그리고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사는 큰뿔소 본문
낙엽은 우수수 떨어지지만 갈 곳이 없다.
이 판국에 이미 간 곳들은 딱 가기가 싫으니 더 갈 곳이 없다.
이 가을날에...,
에라이 모르겠다.
한양 천리고 만리고 나발이고 서울이나 갈란다.
가을 그리고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사는 큰뿔소 (2024.10.26)
목요일 퇴근을 하니 엄마는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왠지 대견스러웠다.
밥 잘 먹고 약 잘 먹으니 고마웠고,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돌아오는 주말에는 동물원에 가자고 했다.
어쩌면 엄마의 버킷리스트가 아니라,
동물들과의 만남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한 내 버킷리스트 중 한 곳은 서울대공원 동물원이었다.
그간 두 차례 방문을 시도했지만,
이 년 전에는 남태령으로 가는 길이 밀려 동절기 입장시간을 넘겨 도착이 됐고,
지난 추석 연휴에는 광화문 풍경에 녹아들어 당초의 계획이었던 동물원은 근처에도 못갔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20204년 10월 26일 09시30분에 집을 나서,
7선의 고속도로 378km를 북상한 15시20분쯤,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에 위치한 서울대공원에 도착을 했다.
그 넓은 주차장에 차 한 대 댈 곳이 없어,
이십여 분을 어슬렁거린 후에야 주차에 성공을 하고,
16시가 다된 시각 매표소로 가 발권을 하니 주요 동물들의 퇴근시간이 16시란다.
안되는 놈은 안되는 인생사,
주요 동물이고 나발이고 왔음이 안타까워 입장을 감행했다.
서울은 서울인갑다.
무슨 사람들이 이리도 많은지...,
저출생은 통계에서만 존재를 하는지 우짠 아이들이 이리도 많은지...,
고릴라를 위시한 대부분의 맹수들은 이미 퇴근을 했고,
그들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동물들은 시위라도 하듯 우리에 짱박혀 그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하기싸 사람 구경하라고 태어난 생명들도 아니고,
어찌하다보니 동물원으로 잡혀와 사는 데,
거다대고 내 뭐라 하갰노!
동물을 보러 왔는지,
사람을 보러 왔는지 모를 1시간이었다.
평일날 다시 와야지 하고 17시쯤,
치타도 원숭이도 사자도 코끼리도 퇴근을 한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나왔다.
덕수궁 혹은 한강으로 가 서울을 좀 서성이다 내려갈까도 싶었지만,
온 전시 사람들로 채워진 풍경 속에 더는 머물기가 싫어 양재에서 곧장 하행길에 들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고,
줄기차게 패달을 밟아 집으로 돌아오니 22시가 좀금 지난 시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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