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2번 국도 옆 - 경상남도 수목원 본문
화요일부터 찔끔찔끔 내리기 시작한 비가,
나흘이 지난 토요일까지도 추책없이 내리고 있었다.
관람탐방의 카테고리 명분상 국립중앙박물관은 필히 한 번은 가야하는데,
터질게 터져버린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매 주말 시위와 집회로 비워질 틈이 없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동조한 정부를 상대로 한 야당의 시위...,
치맛바람에 조롱당한 교사들의 집회...,
그런다고 방류를 중단할 일본도 아니고,
그런다고 치맛바람이 잦아들 대한민국은 더 더욱 아니다.
수산물 안먹으면 될 것을...,
선생질을 그만두면 될 것을...,
내 같음 그래뿌고 만다.
제발 서울 좀 비워라! 국립중앙박물관 좀 가자!!
2번 국도 옆 - 경상남도 수목원 (2023.9.2)
난장판이 된 서울을 대신하여,
얼마남지 않은 제철의 진미가 팔딱이는 포구를 찾아 11시30분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일찍 가지면 안되는데...,
그런 바램이 들면 길은 절대 밀리지 않는다.
집을 나선지 채 두 시간이 지나지 않은 13시30쯤,
섬진강 하구 나팔포구에 도착이 되고 말았다.
올 여름 전어에 미쳐 세 번을 오게 된 포구다.
강 건너는 전라도고,
심심한 갈매기들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오가고,
그래봤자지만, 올 때 마다 일이천 원씩 오르는 전어값은 춤을 추고,
좋더라~
올 여름, 전어를 한 백 마리는 먹은 것 같다.
질릴만도 한데,
삼중수소 혹은 세슘이 첨가돼? 그런가 오늘은 더 맛있더라~
평소 한가한 나팔포구였는데,
방류고 나발이고 오늘은 전어를 찾아 온 사람들로 포구는 활기가 넘쳤다.
14시30분쯤 나팔포구를 나와,
무다히 광양으로 갔다가 마룡교차로에서 2번 국도를 타고 다시 하동으로 와,
15시쯤 오늘이 장날인 하동시장에서 소소한 것들을 사고 다시 2번 국도에 차를 올렸다.
2번 국도...,
목포근대역사관 앞 유달동교차로에 가면,
1,2번 국도의 시점을 알리는 비가 세워져 있지만, 이제 이는 옛이야가 됐다.
현재의 2번 국도는,
다이아몬드제도 동변에 위치한 장산도 북강선착장이 시점이고,
차후 가설될 해상교량들이 연륙시킬 신의도와 하의도 그리고 도초도와 비금도를 딛고,
이미 연륙화가 이뤄진 추포도로 나와 추포대교와 천사대교 그리고 압해대교를 건너 목포에 들고,
목포에서 남해안 여럿 도시들을 가로질러 부산의 초량까지 이어지는, 한반도를 횡단하는 첫 번째 도로이다.
하동의 적량교차로에서 2번 국도를 타,
16시20분쯤 진주시 일반성면에 자리한 경상남도수목원으로 왔다.
오고자 해 옴도 아니고,
남해고속도로가 지겨워 2번 국도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수목원이 보이길래 왔을 뿐이다.
갈 곳이 없으니 이제 수목원에도 와진다.
비가 올라말라하는 하늘,
서두르지 않는 사람들의 한가한 움직임...,
고즈넉한 기분 듦이 참 좋더라~
엄마를 태운 휠체어를 밀며 숲을 좀 거닐다가,
산림박물관을 둘러보고 떠나기로 했는데...,
입장과 동시에 수목원을 순환하는 관람차가 출발을 한다길래,
휠체어를 매표소 귀퉁이에 두고 냅다 관람차를 탔다.
마지막 회차의 마지막 발권이라,
부득이 엄마는 삼열에 나는 일렬 운전석 옆자리에 앉았다.
엄마의 벨트를 옆좌석에 앉은 여성분이 채워주니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흔히들 진주수목원이라 칭하는,
경상남도산림환경연구원이 관리하는 경상남도수목원은,
진주시와 고성군의 경계를 이루는 작당산 자락 100ha에 조림된 아름다운 숲이다.
전혀 서울말을 썩지 않는 진주말로,
수목원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에 대해 들은 바 그대로 전달하는,
기사님의 겸손하고 차분한 가이드가 경상남도 수목원을 더 예쁘게 꾸미고 있었다.
마치 지가 옆에서 그 일을 본 것 마냥 지껄이는,
유튜브 역사팔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품격이 느껴졌다.
아차! 싶었다.
살아감에 중요한 태도 하나를 수목원에서 깨우친 기분이었다.
30여 분의 수목원 탐방이 끝났다.
예쁜 시간이었고,
더 예쁜 시간을 기대하며,
17시가 다된 시각 수목원내 산림박물관으로 들어섰다.
국가 혹은 지자체가 건립해 운영하는 전시시설에 들어서면,
납세를 한 보람마저 느낀다.
내가 낸 세금의 일부가,
선출직 의원들의 세비와 흉악범 수용경비로 쓰여짐에는 몹시 아깝지만,
분야별 전시시설의 건립과 운영에 사용됨에는 낼 수만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내고 싶다.
한반도는 바다가 감싸 아름답지만,
바다가 감싼 그 안은 숲이 채워져 있어 더 아름답지 않나, 싶음을 알게 한 경상남도수목원이었다.
17시30분쯤 수목원을 나와,
다시 2번 국도를 타 합포만을 건넜고,
양곡ic에서 2번 국도를 벗어나 18시40분쯤 간신히 영업종료가 임박한 국숫집에 입장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20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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