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81 - 신시도 본문
한 번뿐인 생이라서,
내 사는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고 흘러가는 세월은 아쉽기만 하다.
그 소중하고 아쉬운 세월에서,
대통령 탄핵 그 따위 결과를 지켜보느니 좀 춥지만,
홀로 떠날 수 없어 엄마를 데리고 서성인는 세월에서 오게 된 신시도를 둘러보고자,
저녁을 먹고 쉬는 엄마가 평소와 다름 없음을 확인한 20시30분,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 숲속의집 매듭달을 탈출했다.
아리랑길 081 - 신시도 (2024.12.7)
간간히 진눈깨비도 날리는 밤이었지만,
문제는 고막이 터질듯한 요란한 소리까지 썩어 불어오는 사나운 밤바람이었다.
그 바람에 기겁을 해,
휴양림 순환도로나 두서너 바퀴 돌기로 했는데,
바다 건너 야간 경관등에 반짝이는 고군산대교를 보니,
사나운 겨울 밤바람에 귀떼기는 쓰라렸지만 저기까지는 가야지! 했다.
폰에 지도를 띄워 거리를 가늠하니,
신시도마을 앞 해안도로를 따라 간다해도 고작 4km 남짓이었다.
트랙을 가동시켰다.
오랫만에 아리랑길 트랙 한 선을 만들며 걷고 싶어졌다.
낯선 섬의 인적없는 그래서 조금은 으시시한 밤길이었지만,
무려 4년만에 아리랑길 트랙 하나를 만든다는 설렘에 기분은 더 없이 좋았다.
엄마가 아프면서 아리랑길이고 나발이고 모든 길의 이음은 거기서 종식이었다.
대신에 약물에 지쳐자는 엄마를 데리고 한반도 여기저기를 서성였다.
엎치면 반드시 덮친다.
그 독한 표적항암제를 복용하는 와중에도 또 다른 질병들이 엄마에게 찾아들었다.
허나 밥 잘 먹고 약 잘 먹으면 다 났는다.
코로나도 폐렴도 결핵도 다 떨쳐낸 엄마는 이제 표적항암제도 복용을 않는다.
미친놈의 국립자연휴양림 베이스캠프화에 5주 연속 동행을 한 엄마는,
오늘 고군산군도 신신도를 방문했다.
과도한 욕심은 사람을 피폐하게 한다.
그래서 피폐해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행복해진다.
끝에서는 다 같아지는 인생에서,
구지 남들과 달라지고자 과도한 욕심을 부려 피폐해질 이유는 없다.
이승과 저승의 환전소가 생긴다면 모를까...,
가로등 불빛이 없는 길에 들어서니 또 쫌 어시시한 기분이 든다.
신시도란 섬 이름도 두렵고...,
아, 빨리 엄마한테 가야지 싶었다.
나도 이제 늙었는 가비라~
한 때, 그 한 밤 중에,
가우도를 딛고 강진만을 횡단 암흑의 3.3km 사내방조제를 지나기도 했는데...,
잠시 가로등 불빛 사라진 이 짧은 해안길에서 오싹해지니..., 말이다.
21시20분쯤 강풍 속 4km를 걸어,
아리랑길 081의 섬이 된 신시도에서,
아리랑길 000의 섬이 될 무녀도로 건너가는 고군산대교 동단에 이르렀다.
마음이야 고군산대교 건너 4km를 더 서진하며,
차례대로 지나게 될 무녀도와 선유도 그리고 장자도까지를,
오늘밤 아리랑길의 082, 083, 084의 트랙으로 만들고도 싶었지만,
매듭달을 탈출한지 한 시간이 지난 지금,
엄마는 아마도 내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을게 뻔해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맞바람에 맞서며 휴양림으로 돌아가는 길은,
신시도마을 앞 해안길을 제척했기에 3km 남짓이었다.
엄마의 전화가 오기 전에 복귀를 하고자 최대한 속도를 내며 걷는데,
도착 1km 전,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끊고 더 속도를 내 걸었다.
간만에 찬 공기 마구마구 들어오니 허폐가 터지는 줄 알았다.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 숲속의집 매듭달에서 고군산대교 동단을 갔다 온,
'아리랑길 081 신시도' 트랙은 22시 05분에 셧아웃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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