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78 - 박지도 본문
팔금도 서부 지협부 농로가에 세워둔 차로 돌아왔다.
16시18분이다.
두 섬과 또 한 곳의 등대를 탐방하고, 진도로 들어서는 오늘 여정이 조금은 빠듯해졌다.
추억은 무엇이고, 회상은 또 무엇인지? 아직은 모른다.
다만, 지난 날의 내가 서성였던 곳들을 스칠 때, 여울져오는 그 날들의 기억은 어쩔 수 없었다.
아리랑길 078 - 박지도 (2020.08.03)
내가 서성였던 곳들을 스쳐...,
16시45분, 두 번을 오고도 한 번을 못들어 간 섬의 입구에 도착을 했다.
소멸되지 않은 바이러스, 끝나지 않은 장마, 하지만 세월은 바야흐로 여름이었다.
인간이 만든 모든 것들에 하나의 색을 입혀놓음이 너무도 적나라해서 더 안스러운 두 섬이,
뻘의 바다에 슬픈 광대처럼 빠져 있었다.
그 곳으로 간다.
꾸며 놓은 섬은 재미가 없는데...,
잠재된 오기의 발동에 따랐을뿐이다.
원주민 보다 탐방객이 많은 섬은 싫은데...,
바닷물 대신 뻘에 둘러싸여진 섬에도 사람은 살기에 왔을뿐이다.
두리해안-박지도간 퍼플교를 건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반월도로 가는 또 하나의 퍼플교로 향했고,
나는 섬을 시계방향으로 돌고자 동부해안으로 곧장 걸음을 이었다.
해안지선과 일정 간격을 띄우고 조성된 일주도로도 있었지만,
숲과 뻘을 오가며 사는 게들이 집게발을 세우고 선 해안산길로 들어섰다.
무수히 오가는 게들틈에 끼여 걷기가 조금은 상그러워, 해안도로로 내려섰다.
걷다보면 알게된다.
숲의 그늘 보다는, 땡볕속 바람이 더 좋을때가 있음을...,
동부해안에서 남부해안으로 들어서니, 바다 아니 뻘 넘어에 섬 하나가 보였다.
부소도였다.
올해 1월19일 이른 아침,
나는 한창인 밀물이 내는 소리를 들어며 노둣길을 걸어 섬으로 들어갔다.
좋더라~
언제부터인가, 여름 휴가철이 도래해도 별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
최고의 피서지는 내팽개치고 처싸돌아 다니다가 패잔병의 몰골로 최고의 피서지로 돌아와,
집이 최고네~ 하는 그런 멍청한 짓은 이제 더는 하기가 싫다.
아는건 많지만, 가족입니다.
이제 휴가는 각자 알아서...,
다만, 내가 본 풍경들 중 특별한 곳은 엄마에게도 꼭 구경을 시켜주고 싶다.
그래야 나중에 내가 그 곳에 다시 가더라도, 아무런 후회도 저미는 마음도 들지 않을테니까...,
뻘의 바다에 갇힌 볼품 없는 섬에,
하나의 색을 입히고, 사람의 다리를 놓아 세상에 내놓은 신안군에 박수를 보낸다.
지자체의 각별한 노력이 있는 신안군민들은 분명 행복한 사람들이다.
신안군은,
박지도와 반월도에 사는 개들의 털 염색(보라)도 지원을 하여야 한다.
더하여,
염색(보라)을 원하는 어르신들의 샵이용권도 지원을 하여야 한다.
1시간 남짓 섬을 완벽하게 돌았다.
뻘의 바다에 갇혀진 섬이라서, 물이 빠지면 처량해지는 섬의 기억은 이제 사라진 박지도 탐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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