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74 - 서도 (거문도) 본문
하늘이 가장 돋보이고 싶어하는 곳을 알았다.
유월이 머물고 싶어하는 곳 역시도 알았다.
11시20분, 바다보다 더 아름다운 하늘을 가진 섬의 유월속을 걸어,
섬의 최북단에서 최남단에 서 있는 등대를 가기 위해, 아리랑길 74의 섬이 될 서도 해안종줏길에 들어섰다.
아리랑길 074 - 서도 (2020.6.20)
혼자서 이 길을 누려도 될까? 뭣모를 죄책감이 든다.
그렇게 옳바르게, 그렇게 착하게 살지도 않았는데..., 이 누림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다.
요즘 바보상자에는,
먹고, 트롯 부르고, 개 키우기가 한창이다.
그런 류에 신물이 나지만, 가수 주현미의 출현에만은 관대해진다.
관대의 이유는 단 하나! 어떻게 저렇게까지 단아하게 나이가 들 수 있을까? 싶어서이다.
그녀처럼 나이가 들고 싶고,
청춘들과 만나 어울려도 아저씨의 폼새는 없는 나였음 한다.
고흥의 녹동항에서는 차를 싣고도 거문도에 들 수가 있다.
그리고 서도의 장촌마을 지협부 언덕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초등학교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신축중인 학교의 조감도를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게 만약 어린 딸이 있었다면,
오늘 뭍으로 나가는 즉시 모든것을 정리하고 딸 아이만을 데리고 거문도 들어 와 살고 싶어지는...,
어린 딸 없음이 천만다행이었다.
기온이 임계점으로 오른다.
다소 지루한 서도의 동부해안길 숲에서 딱 봐도 시원한 물줄기가 길로 쏟아지고 있었다.
심정 같아서는 웃통을 벗고 자동 등목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썬크림을 다시 발라야하기에 팔만 물줄기에 갖다대니 그 시원함이 아주 반갑다.
익히 거문도사건은 알고 있었고, 아라사군까지 거문도에 왔다니 좀 놀라웠다.
고도에는 영국군묘지까지 있다고 했다.
그 때, 영국군은 썩어 뭉들어진 조선왕조를 멸하고 한반도를 통으로 점령하여야 했다.
영연방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랬다면 토착왜구도, 정신대 할머니도, 북의 돼지새끼도, 미사일 풍선도, 작금의 역사에 출현하지 않았을텐데...,
개인적으로 너무도 아쉬운 거문도사건이다.
영연방이고 나발이고..., 더워 디지겠다.
유월속을 걷는다는 것은 이제 여름속을 걷는 것이다.
조금만 추우면 난방을 하고, 조금만 더우면 냉방을 하고, 집앞 마트에 갈 때도 꼭 차를 타고 가고...,
불필요한 에너지가 있어야 사는 도시인들이 초래한 참사는 유월을 한여름으로 만들었다.
나는 십여년전 한 인터넷 캠핑사이트에,
캠핑장에서도 꼭 온수타령을 해야하나, 그럴거면 캠핑을 왜 하냐..., 그런 의견을 제시했다가 엄청난 항변을 들었다.
그러는 당신은 겨울에도 찬물로 샤워를 하냐?길래 '난 안씻는다'라고 응수를 해 더러운 인간이 되었다.
여름에도 찬물로 샤워를 못하는 졸장부들이 캠핑까지 쳐다니니 지구가 데워질 수 밖에 없다!
자연을 집구석으로 만들고자 하는 인간들의 캠핑은 사라져야 한다.
이곡정에서 변촌을 거쳐 덕촌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제법 힘에 붙혔다.
12시25분, 덕촌입구 갈등의 교차로에 도착을 했다.
거문도등대는 목넘어라 불리우는 서도 남부의 암반 지협부를 지나야만이 갈 수 있다.
등대로 갈 때는 불탄봉과 전수월산 능선을 따라 목넘어로 가고,
등대에서 나올 때는 목넘어에서 거문도해변을 경유하면 길의 중복은 피할 수가 있다.
이 더운날 1km 가량을 우회하는 산길로??
계획이고 중복이고..., 난 때려죽여도 산길로는 못가겠다.
12시40분, 다도해상국립공원 거문도분소에 도착을 했다.
여기까지를 아리랑길 74의 섬, 거문도 서도 탐방길로 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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