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72 - 사양도 본문
어딘가를 떠돌고자 함은 마음에 불이 붙어야 이뤄진다.
대상이 될 그 곳을 찾아 가는 연출 같은 행로는 이제 마음에 불을 붙이지 못한다.
시리고 싶다.
한달전 청초호로 들어가는 바다물길 위를 건널 때, 속초에서 맞이한 저물녘은 시렸다.
시림은 정처 없이 떠도는 저물녘에 찾아든다.
길이고, 섬이고, 등대고, 트레킹이고, 여행이고, 나발이고..., 시리고 싶을뿐이다.
외나로도항으로 가 08시30분 거문도행 여객선을 타기전,
내나로도 최동단에 서 있는 나로도등대와 내·외나로도 사이에 위치한 사양도를 우선 탐방하고자,
03시30분에 집을 나와 280km를 달렸다.
거문도로 가는 여객선은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이 모항이고, 편의상 그 곳에서 탑승을 함이 맞지만...,
이유도 없이 무모하게 100등대 탐방을 수립했고,
탐방 등대의 조건마저 하얀옷을 입고 땅에 서 있는 등대로 한정을 하니, 100등대 채우기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가장 복합 다이나믹한 반도는 누가 뭐래도 고흥이다.
고흥반도 250km 해안에는 내 등대 탐방의 조건과 맞는 등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 고흥인데...,
100등대에 기록할 등대 하나 없음이 서운해 눈에 불을 켜고 마우스 휠을 돌렸다.
내나로도 동단에 꼭꼭 숨어 있는 등대 하나를 찾았고, 그래서 사양도 입도전 그 등대로 간다.
등대의 정확한 명칭은 나로도등대였지만, 등대를 아는 사람들은 봉남등대라 칭하고 있었다.
등대는 그 어떤 지도에도 표출 됨이 없다.
이제 지도만 봐도 그 길에 개가 있는지 없는지를 안다.
등대로 가는 길은 비포장 산길이었고,
그 길가에 살고 있는 사람의 집들에서는 움직이는 것들만 보면 미치는 개들을 키우고 있었다.
진흙탕에 타이어가 헛돌아 차에서 내리니 생전 처음 듣는 생명체의 광음이 산속을 공포스럽게 했다.
사나운 짐승이 덫에 걸려 발광하는 소리 같기도 했고,
반인반수의 미친 여자가 울부짖는 소리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소름 돋는 곡야의 숲길을 걸어 등대로 갈 마음은 단번에 사라졌다.
에라이~ 사양도나 가자!!
아리랑길 072 - 사양도 (2020.6.20)
07시13분, 사양교입구에 조성된 전망쉼터에 도착을 했다.
늦어도 08시까지는 외나로도항으로 가야하기에 곧장 사양교에 올랐다.
고흥반도에는 해상교량으로 반도와 이어진 섬들이 꽤 있다.
동부해안에는 백일도와 원주도 그리고 방조제로 연결된 오도와 취도가 있고,
남부해안에는 지죽도 그리고 내·외나로도와 소록도, 거금도가 백투백 해상교량으로 육지와 연결이 되었다.
아리랑길 41의 섬 길이 될 사양도는,
1994년11월에 나로1대교로 연륙화가 된 내나로도와, 2018년5월 사양교 개통으로 연결이 되었다.
부지런한 탐방객이 고흥반도를 찾는다면, 위에서 열거한 섬들은 덤으로 탐방을 할 수가 있다.
나는 2019년1월5일,
이순신트레일 25회차제1일째 루트로 내·외나로도를 탐방하였지만, 그 때는 이 섬을 외면하여야 했다.
섬은, 그저 사람 살아가는 섬이었을뿐이다.
토요일 이른 아침,
한무리의 낚시꾼을 태운 낚시배는 사람 살아가는 섬의 해역을 삐대고,
일 없이 섬으로 들어 온 놈은 사람 살아가는 섬을 탐방한답시고 선창가를 서성인다.
둘 다 사람 살아가는 섬에서,
본인 좋자고 행할 행동들은 절대 아닌것 같아 사양마을 어귀에서 돌아섰다.
07시49분, 출발지로 돌아왔다.
주차장 한편에 있는 데크에 텐트 한 동이 밤을 지샌 모양이다.
텐트앞에는 초등학교 1~2학년쯤으로 보이는 소녀가 쪼그려 앉아 바다와 섬을 보고 있다.
엄마아빠는 텐트속에서 아직 자고 있을테고...,
사양도는 그 소녀를 보았기에, 예쁜 섬이 되었다.
남해안 해상교량 시리즈 58 - 사양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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