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20 - 돌산도(1) 본문
20회차 이후, 무려 6주만에 이순신길로 나왔다.
광양만 이순신대교와 묘도대교를 건너 이순신트레일의 11번째 도시 여수로 들어서야 했지만,
인생사처럼 길사는 그렇게만 이뤄짐을 허하지 않았다.
21회차는, 아리랑길 020의 섬 길 돌산도다.
아리랑길 020 - 돌산도1 (2018.10.27)
21시30분 집을 나와, 부산종합터미널에서 여수로 가는 22시30분 심야버스에 올랐다.
전날 밤, 온천장에서 생난리부르스를 주연 해 5시간 밖에 자질 못했는데...,
자야하는데, 도통 잠이 오지 않는다.
제발 도착 예정시간에 도착 되기를 바랬지만,
주쎄리 쳐달린 버스는 00시45분 여수터미널에 도착했고, 남해안길종주대가 올려면 1시간15분은 기다려야 한다.
서쪽으로 걸어 간 거리가 누적이 될수록 그 곳으로의 접근이 힘들어진다.
부산에서의 심야버스 노선은 씨가 말랐고, 차를 몰고 가자니 주차와 행동에 제약이 따른다.
여수 밤바다에서 불어오는 을씨년스런 밤바람을 한시간 이상 쳐맞고 있으니, 남해안길종주대가 도착을 했다.
[이순신트레일 21회차-시점 (전남 여수시 교동)]
[돌산대교]
02시10분, 여수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 했다.
보이지 않는 풍경속, 돌산대교를 지나 거북선대교 하부에 이르렀다.
그냥 가자니, 언제 내가 걸어서 저 다리를 지나겠나! 싶어, 일행들과 떨어져 거북선대교에 올랐다.
그리고 미친놈 마냥 교량의 끝까지 속보로 갔다가, 다시 속보로 돌아 왔다.
[거북선대교]
진목방파제에서부터, 여수갯가길 루트가 트랙에 반영 되었다.
칠흑 같은 어둠속, 몽돌해변 해안가 산기슭을 오르내리며 07시쯤 밀덤벙이란 곳에 도착을 했다.
아침을 먹는데, 목으로 넘어 가는 건 막걸리뿐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돗발이 좋다는 향일암과 갓김치가 유명한 돌산도,
섬의 해안지선에 우수수 붙어 있는 무수한 반도들이 생개짜증을 나게 하는 형상이다.
그 지형을 대상으로 긋어진 갯가길...,
오늘 디졌다! 싶었다.
[모 여배우의 갓김치공장이 있는 밀덤벙해안]
40여분 아침을 먹고, 백초초등학교 우두분교장을 지나 섬의 지협부 무슬목으로 간다.
튀어나온 섬의 숱한 꼬리들에는 어김 없이 길들이 있었고, 갯가길의 깃발 또한 달려 있었다.
무슨 연유로 이런 지형들에 길이 나 있는지?
뭐 때문에 관리도 제대로 못 하면서 이런 루트를 통용시키는지?
왜 나는 이런 지루하기만 한, 길에 발품을 팔아야 하는지?
조금식 회의가 들기 시작 했다.
돌아 와, 여수 갯가길에 대하여 찾아를 봤다.
여수시의 주도가 아닌 민간의 주도로 설정된 길이었고, 제주 올레를 모티브로 한 것 같았다.
단순 걷기를 위함이라면 아주 좋은 길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해안지선으로 나 있는 길이 있음 걸어야 하지만...,
부질 없는 길 하나에 발목이 잡힌 그런 기분은 떨칠 수 없었다.
또 하나의 꼬리를 돌고, 섬의 지협부 77번국도를 따라 소미산 둘레로 난 길에 들어 섰다.
또 튀어 나온 꼬리가 있어 그 마저 돌아 나와야 했다.
사전 답사 없이 설정된 트랙에서, 그렇게 설정을 했기에 짤라 버릴순 없다는 이유...,
그로해서 멀쩡한 길들 대신 수풀을 헤치고, 사유지를 무단으로 침범하고 있는 걸음에 참담한 심정이었다.
[무슬목해변]
무슬목을 지나, 해안 산기슭 하나를 돌아 나오니 방파제 하나가 보였고 양지 바른곳에 둘러 앉아 점심상을 폈다.
다들 일정 주기를 넘겨 나선 회차였지만,
다들 걸어 온 길의 8할 이상이 해안 산길과 몽돌해변이었지만,
다들 힘든 내색 없이 꿋꿋히 걷고 있다.
[윗계동 포구]
윗계동에서 아랫계동으로 가는 길, 역시도 갯가길이다.
나는 바닷가 사람의 집들을 보며 걷는 길이 좋다.
대열을 앞세우고, 슬쩍 뒤로 빠져 도로를 따라 아랫계동으로 갔다.
마산의 어디를 걷고 있는 기분이었지만, 실제는 남해의 왕지포구쯤을 걷고 있었다.
하동의 어디를 걷고 있는 기분이었지만, 실제는 여수의 돌산도를 걷고 있다.
사람의 집들이 보이는 길에서 내가 자주 하는 착각이다.
나는 그런 착각들을 하며 바닷가 사람의 집들을 보며 걷는 것이 내 걸음의 가치다.
금새 아랫계동에 도착을 했고,
갯가길로 간 남해안길종주대가 올 때까지 마을앞 정자에 누워 잠을 잤다.
얼마나 잤는지?
시도 때도 없이 불어오는 해풍에 한기가 느껴져 일어나니 포구의 끝에 남해안길종주대가 나타났다.
두문포를 거쳐, 방죽포든 대율이든 빨리 도착을 하고 싶었다.
[두문포 가는 길]
[대단등대]
새벽 02시부터 걷기 시작한 걸음이, 채 40km가 안되는 길이, 오후 4시를 넘겼어도 끝이 나질 않는다.
대율이 1일차의 종착지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율을 못간 지점에 위치한 방죽포가 종착지로 각인이 되기 시작했다.
방죽포를 앞둔 두문포에서,
서나대원이 가진 마지막 물을 에라이 내부터 살고 보자는 심정으로 다 마시고, 무명초형님을 기다리며 또 정자에 드러 누웠다.
두문포에서 방죽포로 가는 길, 앞서 걷는 형님들을 따라 걷는데 뭔가 몸이 이상했다.
추워지니 밥 맛도 없고 해 아침밥을 딱 다섯 젓가락 먹고 때려치웠다.
떡국가리를 넣었기에 4개를 끓여 여섯 그릇으로 배분된 점심에 라면만 건져 먹었다.
저혈당은 아닐테고, 탈진의 증세가 들었다.
다행히 무명초형님한테 물이 남아 있었고, 배낭에 쿠키가 있었다.
[두문포]
[이순신트레일 21회차-종점 (전남 여수시 돌산읍 죽포리)]
어슴푸레 어두워지는 시간,
경기병~ 하며 따라 오는 서나대원을 뒤로하고 방죽포를 빠져 나왔다.
이쯤에서 작별함이 맞는지?
이내 여수시내로 나가는 버스가 왔고, 나는 주저 없이 그 버스를 타 버렸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라 함인지?
여수터미널에 내리니 이내 부산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가 출발 10분을 앞두고 있었고, 나는 주저 없이 그 버스마저 타 버렸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
어둠속 한재를 넘어 삼척시내에 들어섰을 때, 갑자기 집으로 가고 싶어졌다.
동해터미널로 가 부산으로 가는 심야버스를 한참이나 기다리며 낯선 도시의 한 밤을 서성이던 그 때의 내 모습이 그리워졌다.
이순신트레일이라 스스로 명명하고 걷기 시작한 길은 이제 혼자서 걸어 감이 맞다.
남해안 해상교량 시리즈 27 - 돌산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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