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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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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길 - 낙도바닷길

아리랑길 020 - 돌산도(2)

경기병 2018. 11. 27. 15:06

처음엔 20km만 걸어도 많이 걸었다고 생각한 채 집으로 돌아 왔다.

2년이 조금 지난 지금, 하루에 45km를 5km/hr의 속도로도 걸을 수 있다.

 

그렇게 된 걸음을 만들어준 길을, 그 걸음으로 걷고자 여수로 간다.

 

 

 

 아리랑길 020 - 돌산도2 (2018.11.24)  

향일암으로 가는 길목에서 보여진 바다

 

 

07시10분 부산에서 여수로 가는 첫차를 탔고,

여수터미널에서 2분여를 기다리니 방죽포로 가는 111번이 왔다.

 

 

 

 

 

 

 

 

다시 무소의 뿔처럼 혼자 걷게 된 22회차는,

방죽포를 출발점으로 섬의 끝자락에 위치한 향일암을 돌아 금오산을 넘고 서부해안을 거쳐 섬을 빠져 나온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여수반도 해안지선을 조금은 서진해 놓고도 싶었다.

 

개략 짐작한 트랙의 길이는 42km,

부산으로 가는 막차의 버스시간은 19시10분,

그마저 여의치가 않다면 22시 30분에 출발하는 심야를 타면 된다.

 

그래~ 목적한 바에 따라 길에 집중을 한다면, 못 이뤄질 거리와 시간은 아닐테지!

 

 

 

 

 

[이순신트레일 22회차-시점 (전남 여수시 돌산읍 죽포리)]

 

 

 

 

 

 

모처럼 익스트림트레킹에 나선 기분이다.


내 걸음 그 한계에 다달았을 때, 느껴지는 희열을 오랫만에 접하고 싶다.

치사한 엔돌핀이 아닌, 무념의 상태를 유지한 뇌에서 형성된 희열을 회색 물든 풍경속에서 가지고 싶다.

 

 

 

 

 

 

 

 

 

 

 

 

 

지난 21회차는 심히 고달팠다.
걸어면 덥고 쉬면 추워지는 날씨에, 갯가길의 고됨이 더해져 투쟁에 가까웠다.

걷는내내 량보다는 질을 외쳤다.

이번 회차 역시도, 갯가길 루트를 따라 향일암까지는 갈 수 있지만, 나는 찻길로만 걸을 것이다.



 

 

 

 

 

 

 

 

돌산도 해안의 풍경에 눈, 코, 뇌, 속, 모든 장기가 후련해진다.

 

섬의 해안지선은 아주 요상스럽지만,

바다로 튀어 나가고 들어 온 지형들 사이를 채우고 있는 바다는 더 없이 좋다.


그런 바닷가 길들을 속보로 치고 나가면서,

이 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풍경을 보며 걷는 지금, 딱 이 순간이 내 트레킹의 절정이다.

 

 

 

 

 

 

 

율림삼거리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나는 향일암을 세 번 갔다. 근데, 구지 갈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우측으로 분기되는 찻길을 따라 율림고개를 넘어서면, 바로 성두포구인데,

근데, 남해의 해안지선을 걷는 이순신트레일에서 향일암을 짤라 버린다는 것도 우습다.


갸날픈 빗방울도 떨어지는데...,

아놔~ 이 시점에서 왜 스스로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지...,

 

그래 가자!

향일암으로~

기돗발이 좋다는 암자에서 문에 달 종도 하나 사고...,

 

 

 

 

 

 

 

 

 

 

사람 따위의 보행은 안중에도 없이 만들어진 향일암로 찻길 6km여를 걸어,

11시50분 향일암이 있는 임포에 들어 섰다.


율림삼거리에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제법 지랄을 하고 있다.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

채 7km도 못 걸었는데, 비가 내린다.

생의 습관상 준비성 제로인 난데, 비가 내린다.

우산도 우의도 심지어 배낭의 레인커버까지 떼버렸는데, 비가 내린다.

 

쏟아지는 비를 피해 버스정류장에 우두커니 앉아 있으니, 이런 우라질! 여수로 나가는 버스가 선다.

에라이 모르겠다.

나는 그 버스를 타 버렸다.

 

버스를 탄지 십여분, 앞유리를 닦던 윈도브러쉬가 멈춰져 있다.

버스를 탄지 이십여분, 차창밖 하늘이 맑아지고 있다.

 

내려서 다시 걸을까도 싶었지만,

분명 내가 다시 걷기 시작하면, 비는 다시 내릴것임을 알기에 더 이상 미련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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