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22 - 나로도 본문
사람들은 모른다.
내가 왜 이 길을 이어 나가는지...,
나도 모른다.
내가 왜 이 길에 들어 서 이러고 있는지...,
다만, 나는 한반도 그 해안지선 모두를 다 걸어 간 인간이고 싶을뿐이다.
그 불변의 사실을 가지기 위해 2019년도 첫 길에 올랐다.
전 날, 점심으로 먹은 대구탕의 가시가 모가지에 벅혔는지 침을 삼킬때 마다 목구멍이 쓰라렸다.
밤의 고속도로 250km를 시속 100km를 넘어 달리면서도 창문을 열고 수시로 담배를 태웠고 목구멍은 더 쓰라려만 갔다.
고흥읍에 도착을 하니 07시35분, 다행히 08시 내나로도 봉남으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나로1대교 직전, 차창밖으로 아직 서리도 걷히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한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하차벨을 누르니, 정류장도 아닌데 버스가 섰다.
아리랑길 022 - 내나로도 (2019.01.05)
이순신트레일 제25회차는,
고돌산반도를 축으로 23회차의 여자만(汝自灣)과 24회차의 가막만(가막灣)을 잇고자 했는데...,
누군가 나를 생각해 준다는 것!
그 누군가는 지금 내가 이어가는 길의 분명한 모티브임에,
나는 새벽3시40분 자다가 아니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고,
나는 회사 갈 때 입는 파카를 입은 줄도 모른 채, 장갑도 없이 집을 나설 수 밖에 없었고,
나는 고돌산반도고 가막만이고 여자만이고 나발이고 250km를 달려 고흥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이순신트레일 25회차-시점 동래도삼거리(전남 고흥군 포두면 옥강리)]
[나로1대교]
15번국도 동래도삼거리에서 종주대와 독킹을 하고,
3km여를 앞서 나가니 내나로도로 들어서는 나로1대교가 나타났다.
춥기도 추웠고, 습기찬 해풍에 노출된 얼굴은 안스러워지는데...,
9시가 넘어가는 하늘은 마치 눈이 내리기전의 색으로 도무지 해를 내어주질 않는다.
잠길에 불려나온 꼴이라, 방한용품을 챙기지 못했다.
자신이 껴야 할 두툽한 방한장갑을 시작부터 끝까지 내게 내어 준 서나대원이 정말 고마웠다.
나로도다.
멍청하게도 나는, 나로도가 하나의 섬인줄로만 알았는데 얼마전에서야 내,외로 나뉜 두 개의 군도이었음을 알았다.
해상교량이 놓여져 있음, 그 섬을 다 쳐돌아야 하는 나로서는 그래서, 이런~이런~ 푸념을 했다.
지도로 내,외나로도 일주를 위한 도로망을 짜는데, 돌산도의 리아스식은 연습용에 불과했다.
그래서, 또 이런~이런~ 아니 1818을 중얼거렸다.
섬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그 세상을 걷는게 길이다.
10시쯤 내나로도 덕흥마을 정자에서, 비닐을 치고 늦은 아침을 먹는다.
온 종일 걸어야하는데, 당연 소비되는 칼로리가 있기에 섭취는 필수이지만,
그에 따른 챙겨야 할 제반사항들이 너무도 많고, 트레킹에 저해 되는 요소들 투성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길에서의 이런 행위함이 싫어졌다.
아니, 더 정확히는 이런 행위들이 재미나 걷는 사람들이 싫어졌다.
더불어 걷기 위해 이런 행위를 하여야 한다면 차라리 걷지를 않고 싶다.
바리바리 짊어지고, 길에서 심지어 달걀프라이까지 한 난데 말이다.
걸어보니 알겠더라~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둘러 빵쪼가리나 씹어 삼키고, 가야 할 그 길로 나아갈때가 더 좋더라~
[덕흥산 넘어가는 해안길]
덕흥산을 넘어오니, 국립청소년우주센터가 나왔다.
다들 청소년이 아니기에 패쓰를 하고, 덕흥해변 방향으로 내려간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고흥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초자치단체인가?
아니면, 군 예산으로 과기부의 홍보를 대신해 주고 있는 것인가?
둘레의 9할 이상이 바다로 둘러진 섬 같은 아름다운 육지를 가진 고흥군이,
무엇이 아쉬워 아름다운 반도의 천지사방에 우주, 로켓, 발사대로 치장을 하고 사는지?
과연 그 우주, 로켓, 발사대가 지속 가능한 성장의 모토가 되고 관광객 유입의 키워드가 되는지?
그 실효성이 심히 궁금했다.
남도의 아름다운 반도를 망치는 이득 없는 나팔수로 고흥군이 전락하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랬다.
[덕흥해변]
두시간여를 걸어, 내나로도 지협부 동포까지 왔다.
모가지가 있는 섬을 일주하고, 그 형성된 트랙을 보면 8자에 가깝다.
물론 섬의 해안길이 어느 정도는 형성이 되어 있을때의 경우다.
내나로도에서, 그런 트랙이 나올 수 있을까?
물 건너 갔다.
좌우지간, 동포에서 대열을 재정비하고 섬의 서부해안을 따라 신포로 향했다.
[절로 가면 사양도가 나오는데, 그 말미에 길은 끊어져 있다]
양화마을회관앞 양지바른 곳에서 점심을 해 먹었다.
왠 사람들이 떼로 몰려 와, 남의 마을회관앞에서 이러고 있는지?
마을회관으로 들어가는 주민들의 시선에 자꾸만 눈치를 보게 된다.
얼른 식사를 하고 자리를 뜨고 싶지만, 혼자 휑 하니 갈 수도 없고...,
15번국도를 횡단 해 소영해변으로 내려 갔다.
다시 15번국도로 올라 왔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외나로도로 들어 가는 나로2대교가 나온다.
당일 최장 48km를 걸은적도 있는데,
오늘 계획한 트랙은 32km쯤이고 외나로도항에 숙소까지 예약을 해 놓았다고 했다.
사전 숙지를 한바,
나로2대교를 건너 2~3km만 가면 외나로도항이고,
상록수림과 나로우주해변을 돌아도, 출발지점을 3km 앞당긴 나로서는 30km는 넘지 않을 것 같았다.
15시30분, 외나로도로 들어가는 나로2대교에 섰다.
아리랑길 023 -외나로도 (2019.01.05)
외나로도 서부해안을 따라 섬으로 들어 갔고,
30여분을 걸어가니 잘 정비된 외나로도항과 그 부근이 시야에 들어 왔다.
먼 섬에서 보이는? 느껴지는? 뭐 그런 기분의 풍경이었다.
고흥터미널에서 담배를 한갑 사야 했는데, 08시부터 계속 금연의 상태로 외나로도항까지 왔다.
항에 도착을 하면 담배부터 사야지~ 했는데, 상록수림으로 가는 길에 담배를 파는 가게가 없다.
모가지가 아프니까, 피지를 마라는 신의 뜻으로 받아 들이고 계속 금연으로 걸었다.
근데, 내가 금단증상에 힘들어하니 해미누나가 담배가게를 찾고 있었다.
[외나로도 상록수림]
[나로우주해변]
상록수림을 돌고 나와, 외나로도의 남측끝 염포항 가는 길을 따라 쭉 걸었다.
뻘금이란 곳에서 우측으로 난 산등성이 하나를 넘어서니, 저물녘의 바다가 아쉬운 겨울해를 붙들고 있다.
그 광경을 보니, 아~ 집에 가고 싶더라~
석양은 시린 것이다.
그리워 할 것이 없어도, 그리워지는 기분이다.
어쩌면 저미어 오는 그런 기분 듦이 싫어, 나는 해가 지기전에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바닷가 언덕배기 엄남마을의 골목길을 빠져 나오는데,
굴뚝에서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는 집이 보였고, 나는 이내 된장찌지는 내음이 맡아졌다.
해미누나에게 된장국 냄새 나제? 하고 물으니, 안나는데~ 라고 한다.
그 집 가까이에 가 보니, 굴뚝은 커녕 마당 귀퉁이에서 쓰레기를 태우고 있었다.
그리워 할 것이 없어도, 그리워지는 사람만이 맡을 수 있는...,
아니다.
하루종일 담배를 테우지 못 해 후각에 심각한 금단현상이 나타났다.
눈으로 본 것을 뇌가 기억하고, 뇌가 기억한 것을 입이 말하면 녹색이 연두색이 되는 누를 범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날,
내가 본 외나로도항에서의 저물녘, 그 색은 말하지 않겠다.
부산에서 이 곳 외나로도로를 운행하는 시외버스는 하루 딱 한번 있었다.
그 외나로도에 오고,
그 외나로도에서 먹고 자고,
그 외나로도에서 일요일 새벽에 일어났다.
떠나기 싫었는데...,
해를 따라 서쪽으로 간다.
불멸의 삼도수군통제사 충무공 이순신(李舜臣 1545~1598)장군께서 살다가신 그 바닷길을 잇는다.
이순신길 16 - 고흥반도1 (2019.01.06)
05시, 내몰리듯 숙소를 나와 택시로 섬을 빠져 나왔다.
나로1대교 직전 남성삼거리에서 출발을 해,
고흥반도 남부해안을 따라 발포해변을 지나 도화면 구암리 하동마을이 종점이다.
모처럼 걷는, 한겨울 새벽길이다.
일어나기부터 첫발을 떼고 해가 나올때까지는 몸은 뇌의 통제를 받지 않아야 한다.
만약 뇌의 통제를 받는다면...,
더 퍼질러 푹 잘 것이고, 이 추운 꼭두새벽에 미치지 않고서는 나설 엄두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몸에 자가발열이 속히 시작되기를, 빨리 해가 기나오기만을 기다리며 그렇게 3시간여를 걸었다.
[발포해변]
아~ 여기가 발포구나...,
들어갔다 다시 나와야 하는 길이라서 비록 발포항은 가지 못했지만, 그 초입에 있는 해변에서 답사의 만족감은 이뤄졌다.
[하도교]
[이순신트레일 25회차-종점 (전남 고흥군 도화면 구암리)]
[하동마을과 반도의 끝 봉수대가 있는 윤주산]
지구가 태양을 한바퀴 돌아 다시 그 자리로 왔을 뿐, 그게 세월은 아니다.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세월은,
오륙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걸어 간 날들, 오륙도에서 발포까지 걸어 온 날들...,
그게 세월이다.
걸어야만이 흐르는 세월,
내가 걸어 간 어느 바닷가에서, 지금의 세월을 회상하는 그 날은 심심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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