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24 - 거금도 본문
절이도해전 (1598.)
절이도의 현재 지명은 거금도이다.
거금도와 소록도 사이를 뚫고 금당도로 나오는 왜선 100여척을,
조선수군만으로 상대하여 50여척을 수장 시키고, 수급 71급을 베는 전과를 올렸다.
당초 연합하여 싸우기로 한 명나라 수군은, 막상 싸움이 시작되자 안전지대에서 관망만을 하였다.
난중일기의 이 당시 기록은 망실 되었고, 이충무공전서에도 이 사실의 기록은 없다.
천병을 모욕하는 일은 황제를 모욕한다는 취지로
자신들의 안위만을 우선시한 명나라 수군의 비열한 행위를 덮고자 위대한 승리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선조수정실록에는 분명 그 기록이 있다.
순신자령수군(舜臣自領水軍 : 이순신이 수군을 지휘하여)
돌입적중 발화포(突入賊中 發火砲 : 일본함대 속으로 돌진 함포를 발사함으로써)
소오십여척 적축환(燒五十餘隻 賊逐還 : 50여 척을 불태움에 적군이 쫓겨 되돌아갔다)
아리랑길 024 - 거금도 (2019.02.02~03) 「절이도해전길」
부산에서 전라남도 군지역을 논스톱으로 운행하는 버스는 없다.
앞으로 이순신트레일이 거쳐가야 할,
고흥, 보성, 장흥, 강진, 완도, 해남, 진도로의 이동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어쩌면 그 곳으로 갔다가 와야하는 그 여정 때문에 트레킹은 시작도 하기전 맥이 빠져 버릴것 같다.
고흥으로 두번 차를 몰고 가 보았다.
도로비와 유류비가 팔만원이 넘고,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는 쏟아지는 졸음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앞으로는 계속 쭉쭉 서진이기에,
시점인 A군에 주차를 해 놓고, 종점인 B군에서 다시 A군을 거쳐 돌아와야 하고,
무엇보다 2일차 회식 때, 트랙 클리어를 자축하는 소맥 한 잔의 통렬한 기쁨!을 같이 못함이 아주 답답했다.
이번 회차부터는 동시 출발을 못하더라도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06시00분, 집구석을 탈출 해 고속버스터미널로 갔다.
07시00분, 순천행 첫차를 탔다.
09시50분, 일 없이 30분을 서성인 다음, 벌교 고흥을 경유 해 녹동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11시05분, 녹동터미널에서 담배 한대를 직살나게 피고, 택시를 탔다.
집구석을 나온지 5시간15분,
3번의 버스와 1번의 택시를 갈아 타고서,
11시15분 대한민국 11번째 크기의 섬, 박치기왕 김일의 고향, 거금도에 입도를 했다.
장군께 예를 표하고...,
11km 월포부근쯤이다는 대장님께,
도착과 이제야 비로서 출발을 한다는 유선장계를 올리고, 신발끈을 조였다.
[거금휴게소]
[절이도해전 승전탑]
앞서 간, 남해안길종주대에 합류를 할려면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걸어야 한다.
[이순신트레일 27회차-시점 (전남 고흥군 금산면 신촌리)]
이순신트레일 제27회차는,
거금도 금진항을 시점으로, 섬을 시계방향으로 일주한 다음,
남해안 해상교량들 중 가장 매혹적 자태를 가진 거금대교를 건너,
섬의 특성상 탐방의 제약이 있는 소록도를 잠시 둘러보고, 소록대교를 이용 뭍(녹동)으로 나오는 트랙이다.
바다 건너 26회차의 녹동항이 미세먼지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일 만큼 육지와 근접한 섬이지만,
섬(소록도) 하나를 딛고 들어 온 다음 섬이라 그런지, 사뭇 뭍에서와는 다른 마주함이다.
내일 비가 온다고는 하지만,
하늘은 맑고, 바람은 성가시지 않게 불고, 기온은 온화하다.
[27번국도 신촌교차로를 지나 일정리로 가는 길]
거금도는, 몸통에 붙은 오징어다리 같은 잡다한 반도들이 없는 유순한 해안지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주하기가 아주 신나는 섬이다.
육지로 들어 온 만(灣)과, 바다로 튀어 나간 곶(串)이 없고,
개미 허리 같은 지협부 또한 가지지 않은 직사각형에 가까운 타원형의 지형이다.
그 동안, 거쳐 온 남해안 리아스식해안의 굴곡진 걸음에서 모처럼 해방된 기분이다.
이순신트레일이,
갈 수만 있다면, 길 따위와는 상관 없이 해안지선을 따라 걷는 루트를 트랙으로 만들지만...,
그 간의 루트에서,
빤히 보이는 저 곳을 곧장 갈 수 있는 길을 애써 외면한 채,
해안지선으로 난 반도를 둘러나가는 길로 접어 들 때, 그 심로는 무척이나 애달팠다.
해안을 따라 일정리 아랫동네 해안길을 지난다.
"어디서 오셨소?"
마을앞을 서성이던 어르신이 묻는다.
"둘레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렇게만 대답을 하고 그대로 걸어 나갔다.
어르신의 궁금함에 대하여 좀 더 답을 하고도 싶었지만,
난 지금 시속 5.5km/hr의 속도를 유지해야 하기에, 주춤거릴 여유가 없다.
26회차 녹동항으로 가는 길에서, 바다 건너 거금도가 늘 시야에 들어왔고,
섬의 중앙부에 우뚝 선 적대봉이 도전을 부추겼다.
혼자 걸어야 할 27회차 1일째 루트를 계획하면서,
동정마을에서 적대봉을 넘어 오천으로 내려가고자 했다.
해발592m의 산을 0에서 오르는거나 마찬가지이지만,
오새 오름에 대한 자신감도 있고 무엇보다 5km이상의 거리를 줄일 수 있어,
3시간 먼저 출발한 남해안길종주대를 숙소가 아닌 길에서 만날려면 하나의 방안이 되었다.
적대봉으로 오르는 냉정마을은 가까워졌고, 결단은 내려야 한다.
보이는 적대봉 응달진 오름길에 녹지 않은 눈이 쌓여있다.
지난 주, 아이젠 없이 오르내린 천왕봉에서의 힘들었던 기억, 또 배낭엔 아이젠이 없다.
그냥 월포로 가자~
해안으로는 길이 없다.
월포에서 명천으로 가는 고갯길, 아주 긴 오르막 차도다.
출발한지 두시간이 지나고 있다.
대열은 두시간전에 이 곳을 지났다.
깻다리형님으로부터 청석이란 곳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그렇다면 두시간의 간격을 줄인 것이다.
이제 한시간 간격만 줄이면 되는데...,
눈 앞에 나열된 긴 오르막을 제 아무리 빨리 걷는다 해도, 5km/hr의 속도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줄기차게 걸어 고갯마루에 올랐다.
아놔~ 생개짜증이...,
1.2km 오름길을 한번의 쉼도 없이,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육수까지 쏟아내며 올랐는데...,
고갯마루 갈림길에서 엄한길로 들어 가 한참을 걸었다.
에라이 모르겠다.빵이나 뭇자!!
내림길에서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는 기분이었다.
한동안은 아무리 걸어도 물집은 생기지 않았는데...,
평상시 보다 시속을 올려 그런가?
아니면 모처럼 등산양말을 신어 그런가?
양발을 갈아 신고 걸어보니, 물집 잡히는 기분은 이내 사라졌다.
뭔 놈의 발바닥이 사람 등산양말 조차도 못신게 하는지...,
[명천마을 입구]
오름길 보다 더 긴 내림길을, 아무 생각 없이 보이는 것들을 그저 보며 걸었다.
뇌가 비워지는 무념현상이 서서히 나타났다.
설이고 나발이고...,
5일간 회사를 안가고 나발이고...,
울릉도로 떠난 그대들이고 나발이고...,
그저 바다를 따라 난 길을, 보이는 것들에 의지해 걷는다.
[청석 앞바다]
[청석마을]
[소원동산 바다조망1]
[소원동산 바다조망2]
14시40분, 거금도휴게소를 출발한지 3시간25분 17.3km를 걸어 소원동산을 지났다.
서나대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기라고 하니, "바로 우리뒤에 오고 있네"라고 했다.
나도 빨리 추종을 했지만, 뒤쳐져 오고 있는 나를 배려하며 진행 속도를 늦추고 있음을 알기에...,
나는 한층 더 속도를 낼 수 밖에 없었고, 그럴수록 남해안길종주대 형님누님들이 급보고 싶어졌다.
[오천마을]
[오천항]
2019년 2월 2일 14시50분,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 오천리,
이른 봄날의 오후 같은 햇살이 내려앉은 오천항 바위언덕에 남해안길종주대가 있었다.
아는 사람을, 낯선 곳에서 문득 만나는 그런 반가움 같은게 파도처럼 밀려 들었다.
[금장해변 가는 길]
거금도에는 7구간으로 나뉘어진 둘레길이 있고, 구간별 고유의 길명도 붙혀져 있다.
여느길들 못지 않은 안내체계, 적소에 배치된 이정표들이 걷는이의 만족도를 충족 시킨다.
인구수에 비해 상당한 면적을 가진 고흥군이,
남녁바다 아름다운 섬에서 발굴한 길을, 오늘 내일 설레이는 마음으로 실컷 걸을 것이다.
[금장해변]
[소익금해변 가는 길]
[소익금해변]
[익금해변]
17시 정각, 고운 모래사장이 아담한 솔숲을 등지고 있는,
1일차 종착지 익금해변에 도착을 했다.
빛을 발하는 시즌이 오면, 그 유명세를 톡톡히 해 낼 해변은 비워져 있었다.
풍광이고, 나발이고..., 숙소잡기에 모두들 매진을 한다.
5km를 더 걸어 금산면 소재지로 나가자!
아니다 여기서 머물자, 못가겠다!
사분오열된 의견속에서 트랙을 껐다캤다, 캤다껐다를 반복했다.
해변 근처 허름한 팬션을 숙소를 정한 다음,
주변에 식당이 없어, 주인 아주머니께 밥을 해 내라고 생난동에 가까운 부탁을 드렸다.
파래무침, 시금치나물, 말린숭어조림, 데친다시마...,
아주머니가 내 놓는 반찬들은 금새 동이 났고, 그 와 동시에 술병들도 비워졌다.
언제부터 비가 내렸는지?
일어난 새벽녁, 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처량한 기분으로 걷기는 싫은데...,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고된 하루를 끝낸 기분으로 느껴진다.
눈이라도 오면 모를까...,
걷기에 미치신 신들을 따라, 정신이 수습될때까지 열나게 그러나 맥 없이 걸었다.
[연소해변]
비는 내렸지만, 그 빗속에서도 날은 밝았다.
연소해변에서 대장님과 여자대원들을 잃어버린 채, 찾을 생각도 않고 남자들끼리 우두항으로 곧장 갔다.
이제 해변으로 나있는 길만을 쭉 걸어가면 거금휴게소가 나온다.
그러면 막걸리를 마실수가 있다.
[우두방조제]
[신양포구]
겨울비가 내리는 날 아침,
우의를 입고 우산을 받쳐들고 해안으로 난 길을 걷다는 것!
남들이 보면 저런 "미친...,"이 충분히 될 수가 있겠지만, 실행을 해 보면 그 길에 있음도 참 좋다.
아직 생은 그 한가운데 있음을 안다.
[배천방파제]
배천마을까지 왔다.
마을앞 정자에서 비를 피하며, 해미누나와 서나대원 시화대원을 기다렸지만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당췌 어디를 돌고 있는지...,
배천마을뒤러 난 오솔길을 걸어 거금해양낚시공원으로 내려왔다.
바다는 떠내려 온 생활쓰레기와 그 용도를 다한 채 버려진 어구들로 아수라다.
6만 인구에 비해 더 없이 넓은 면적을 가진 고흥군의 행정력 한계에 이해도 갔지만...,
바다는 공유수면이다.
모두의 것이다.
모두의 것을 점유·사용하는 사람들은 제 아무리 그 지역 어민이라 할지라도, 공공의 것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바다에 흐트러진 채 파도에 휩쓸리고 있는 스티로폴 조각들에, 인간이라서 바다에 미안해지더라~
[고라금해변 가는 길]
낚시공원에서 금진항까지,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길이 시작 되었다.
걸음에 포르테를 붙이고, 잿빛 드리운 바닷길을 걸어 나갔다.
곡선이라서, 아무도 없어서, 비가 그쳐서, 거금휴게소가 가까워져서..., 더 좋았지~
[고라금해변]
고라금해변을 지나, 샌프란시스코의 언덕길 같은 고갯마루를 넘어서니,
어제 본 거금대교 주탑 2기가 각각의 위치등을 순차적으로 깜박이고 있었다.
그리고 금진항이었고, 거금도휴게소의 조형물도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 왔다.
[어제 쳐내려 온 저 계단을, 오늘은 쳐오른다]
[거금도휴게소]
[형님들님, 퍼십시당용]
11시15분, 거금도휴게소에 도착을 했다.
숙소에서 아침을 해 먹고, 06시부터 걷기 시작한지 5시간15분이 흘렀다.
거금대교를 건너, 소록도를 부분 탐방하고, 소록대교를 건너 녹동항으로 갈려면 시간이 다소 부족하지만...,
해미누나와 여자대원들이 도무지 오질 않는다.
조급한 시간을 느긋으로 바꿔, 유자막걸리 통을 들고 거금도를 다 가진 사람의 미소를 지었다.
나 말고, 깻다리형님이...,
30여분뒤 여자대원들이 언덕배기 아래에서 톡톡 튀어 올라 왔다.
10분뒤 거금도를 벗어나는 거금대교하부(1층)를 향했다.
[거금대교 하부교량 진입로]
[오! 와~]
[오.오!! 와.와~~]
[오.오.오!!! 와.와.와~~]
한민족이 태평양에 만든 조형물들에서 가장 으뜸은 거금대교였다.
한민족인 내가 이순신트레일에서 가장 잘한 으뜸은 거금대교에서 바다를 향해 발사를 했음이다.
외치고 싶다!
거금대교를 건너지 않고서 남해안길을 논하지 마라!!
말하고 싶다!
그간 이순신트레일에서 횡단을 한 지금까지의 34해상교량들 중, 거금대교 그대가 가장 아름다웠다고!!
12시10분, 신(神)은 절대 만들지 못 하는,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자연보다 더 아름다운 거금대교를 건넜다.
아리랑길 025 - 소록도 (2019.02.03)
그리고, 소록도였다.
[소록도 관사지역]
[소록해변]
[소록교차로 가는 길]
섬 전체가 병원으로 지정된 소록도 탐방은, 개방된 시간과 허용된 구간에 한하고 있었다.
입도의 루트는,
27번국도 소록삼거리에서 소록교차로로 진입, 이후 관리원의 통제와 안내에 따라야 한다.
사전 인지를 하지 못 한 우리는 거금대교와 연결된 섬의 간선도로를 따라 소록교차로까지 왔고,
본의 아니게 섬의 룰을 지키지 못 했다.
[한센병박물관 가는 데크길]
[한센병박물관]
소록도에서 내가 본 풍경은 여기까지만 기억하려 한다.
사람은 사람이어야 한다.
같은 사람이면서 사람을 함부러 대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만행에 소록도는 지금도 치유중이었다.
또 비가 내리려나...,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은 하늘밑 붉은벽돌집들,
우리가 섬을 나가면,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록도를 빠져 나오는데, 그 곳에서 보고 느낀 추상들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소록대교]
[이순신트레일 27회차-종점 (전남 고흥군 도양읍 봉암리)]
녹동버스터미널에서 배낭을 메고 있는 나를 보고,
버스기사 몇이 '모레가 설인데 어디를 당기요?' 하고 묻는다.
대꾸하기도 귀찮아 어제,오늘 만든 트랙을 폰에 띄어 보여주니, 닥치고 사라졌다.
몇일뒤가 설이지만...,
이제 설은 내 생에서 길에 진다.
남해안 해상교량 시리즈 35 - 거금대교
남해안 해상교량 시리즈 36 - 소록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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