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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34 - 금오도 본문

아리랑길 - 낙도바닷길

아리랑길 034 - 금오도

경기병 2019. 4. 28. 19:36

7,190미터 금정산터널을 통과하기 전,

아무래도 밀려오는 졸음을 쫒아내야 했고 그 직전에 위치한 김해금관가야휴게소에 들렀다.

 

세수를 하고 나와 흡연부스에서 한대 태우며 휴게소에 들리는 사람들을 본다.

어딘가로 갔다 가, 집으로 돌아 가는 일요일 오후의 사람들...,

 

누군가 내게 어디를 갔다 오냐고 묻는다면,

금오도라 말하면 "아~ 비렁길"하고 친절한 아는척을 하겠지만,

안도라 말하면 "네??" 혹은 알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무심히 "네" 하지 싶었다.

 

2019년 4월 27일, 나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금오도 동남쪽 바다에 숨겨 놓은 안도에 갔다.

2019년 4월 28일, 나는 마음속에 섬을 꼭꼭 숨겨둔 채 안도를 나왔다.

 

물론 금오도를 거쳐 안도로 갔지만, 나는 그 이틀을 안도에 갔다 온 것으로 기억 하련다.

 

 

 

 아리랑길 034 - 금오도 (2019.04.27~28) 

장지마을 해안에서 바라 본 안도대교

 

 

그들이 금오도 비렁길에서 투쟁의 걸음을 이어나갈 때,

배신을 하고 내 먼저 땅끝으로 쳐 갈라다가...,

그런 짓꺼리는 군자로서 행하지 않음이 옳기에 행낭을 꾸리지 않았다.

 

토요일 03시 40분, 알람도 울리지 않았는데 잠에서 깨어났다.

탈출을 할 구실이 생겼고, 구실을 키워 퍼뜩 배낭에 이것저것 쑤셔담아 에라이~ 집구석을 탈출했다.

(앗! 카메라, 앗! 자랑을 해야되는 새로 싼 썬그라스, 다시 딩동을 하면 생개지랄을 들을테고..., )

 

배신을 하고 해남으로 쳐갈라다가...,

그런 짓꺼리는 군자로서 행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각인을 하고, "내 표도 쫌..."하며 해미누나께 전화를 넣었다.

 

밤의 고속도로 160km를 쳐달리고,

20회차의 디질로드 광양만 포스코 그 직선길을 지나고,

이순신대교와 묘도대교를 차례로 쳐건너 돌산도 신기항에 도착을 하니,

하늘은 눈이 부시게 푸른 날이었고, 바다는 가슴이 시리도록 파란 아침이었다.

 

6주만에 만나는 종주대,

그 속에 엄마아빠를 따라 온 딸이 어찌나 참하고 예뿐지..., 그 딸을 봄이 하늘보다 바다보다 더 좋더라~

 

 

 

 

[멀어지는 화태대교와 신기항]

 

[다가오는 금오도 여천항]

 

 

 

 

 

내게 이순신길은,

여지껏 살아오면서 반드시 이뤄야지 하는 전무후무한 의지의 실천이다.

 

내게 남해안길종주대는,

내가 왜 하필 이 나이에 이 분들을 만나고 닮아가고 있는지? 하는 내 트래킹의 본산이다.

 

 

 

 

 

 

뭐시 그래 좋은지?

금오도 비렁길을 갔다 온 년놈들 100에 100은 다좋다고들 씨부렸다.

 

내 오늘 걸어보고 아니다 싶어면, 그 입들을 찢겠다는 심정으로 비렁길이 시작되는 함구미를 향한다.

(종주대니까..., 당연 쳐걸어서~)

 

 

 

 

 

 

 

[송고마을]

 

 

 

 

[함구미항으로 내려 가는 길]

 

 

 

09시50분, 여천항을 출발한지 1시간20분이 지나 비렁길 1코스가 시작되는 함구미항에 도착을 했다.

(방풍나물 좀 사라고 생난리다)

 

 

 

 

 

 

 

 

 

고뿔에 걸린 해리랑형님,

다소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무명초형님,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트래커 해미누나가 있고,

종주대의 에너지원 서나대원이 씩씩하게 버티고,

대간녀 시화의 쾌활한 웃음소리가 숲에 울려퍼질 것이다.

 

더불어,

그 존재만으로도 대장님께 힘이 될 룰루님도 참여를 하셨고,

참하고 예쁜 딸을 데리고 이번 길에 합류를 하신 로또님 내외분까지 있어,

오늘 길은 구지 비렁길이 아니어도 모두에게 아름다운 길이 될 것임을 나는 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있기에 아무도 아무 걱정을 하지마라~ 말하고 싶었다.

 

 

"아주머니 잔을 열개 주소"

개도막걸리로 스타팅 원샷을 하고, 비렁길에 걸음을 내딛었다.

 

 

 

 

 

 

 

[보돌바다1]

 

 

[보돌바다2]

 

 

 

고흥군 나로열도와 여수시 낭도, 개도, 금오열도가 떠 있는 여자만 외곽수역을 "보돌바다"라 했고,

저녁 밥상머리 간담회에서 그 바다 색에 대하여 시화가 각자에게 물었다.

 

그 땐 이미 술이 떡이 되어 뭐라 시부렸겠지만, 시부린 내용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그 색은 계속 청춘인데 나는 늙어가고..., 아쉬운 색이었다.

 

 

 

 

 

 

 

[두포 가는 길(비렁길 1코스)]

 

 

 

 

[두포 앞바다]

 

 

[두포]

 

 

 

 

 

지금이야, 뭍에 살던 섬에 살던 그게 중요한 것은 절대 아니다.

 

함구미 선착장에서 해리랑형님과 이야기를 나눠시는 할머니를 보았다.

평생을 섬에서 살았다는 것! 어른의 인생이었다.

 

 

섬에 남겨진? 어른들에게 중요한 것은,

뭍에 나가 사시고 싶어시면 언제라도 뭍으로 나가 사셔야 한다는 것이다.

 

뭍에 사는 자식이 있다면, 자식들의 집 안방에 당당하게 보료를 깔아야 한다.

아프면 당장 병원에 가시고, 찜질방도 가시고, 자식들이 해주는 밥을 꼬박꼬박 드셔야 한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 자신을 위해서 하고픈 것 마음대로 다 하시며 사셔야 한다.

 

 

 

 

 

 

두포에서 점심을 먹을까도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남은 길들이 너무 길어지는 기분이라, 3코스가 시작되는 직포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보돌바다3]

 

 

[직포로 온 길 (비렁길2코스)]

 

 

[직포]

 

 

 

13시30분 금오도가 가진 해안의 절경들을 보기 위해,

오름과 내림의 해안산길 15.6km를 걸어 비렁길 2~3코스가 분기되는 직포에 도착을 했다.

 

비렁길은 섬의 활력이었고, 섬의 일부는 비렁길에 의지 해 살고 있었다.  

탐방객의 입장에서는 필요한 인프라였고 공정여행의 소비처였지만, 섬은 자족의 당당함이 있어야 섬이다.

관광객에게 의지하는 섬은 자존심이 없는 섬이 될 수 밖에 없다.

나는 그런 섬의 타락이 싫다.

 

 

 

 

 

 

 

 

 

금오도 비렁길은,

섬의 서북쪽 끝 함구미를 시점으로, 섬의 서남쪽 끝 장지로 가는 해안산길이었다.

 

1코스는 함구미에서 두포까지이며, 보돌바다의 진면목을 볼 수 있어 좋았다.

2코스는 두포에서 직포까지이며, 섬마을 사람의 집들에 베여 있는 향수가 아련했다.

3코스는 직포에서 학동까지이며, 아찔한 해안절벽의 비경을 보기 위해서 등산을 했다.

4코스는 학동에서 심포까지이며, 절경이고 나발이고 서서히 지쳐 오는 기분이 심히 괴로웠다.

5코스는 심포에서 장지까지이며, 산돌 너덜길 허리춤에 나있는 길들에서 빨리 안도가 보였음 하는 바램뿐이었다.

 

 

 

 

 

 

 

 

 

 

 

 

 

 

 

 

 

 

 

[학동 가는 길 (비렁길3코스)]

 

 

[학동]

 

 

15시 08분, 수직굴곡이 상당한 해안산길 19.7km 걸어 3코스와 4코스가 갈리는 학동에 도착을 했다.

 

아무 생각이 없어지더라~

역시 길은 좀 빡시어야 잡다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 딸은 아니지만...,

비렁길 간다며 좋다고 엄마아빠를 따라 나섰다가,

남자들이 군대에서 받는 행군 그 이상의 고행을 하게 된 딸이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근데 사람들은 곧장 4코스로 향한다.

하기싸, 걷기의 신들과 처음으로 같이 걸었을 때 나는 저들이 인간이 아니란걸 알았다.

 

 

   

[좀 쉬고 가자~ 사람 죽겠다고~~]

 

 

 

 

 

 

 

 

[심포 가는 길 (비렁길4코스)]

 

 

[심포]

 

 

 

16시 10분,

이건 등산이야~

이벤트가 아니고 사상 최악의 디질로드야~

등산의 모드로 22.7km 걸어 4코스와 5코스가 갈리는 심포에 도착을 했다.

 

그들에게 바라지는 않았지만...,

걷기의 3신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엄마와 딸은 서나대원의 권고로 택시를 불러 안도로 먼저 떠났다.

 

남은 다섯이 5코스에 접어 들 때,

포카리를 꺼내어 마시니, 줄기차게 사람을 쳐다보기에 나는 인간이라서 한모금씩 마시게 했다.

 

 

 

 

 

 

 

 

 

 

 

 

 

[장지 가는 길 (비렁길5코스)]

 

[장지마을과 안도대교]

 

 

 

 

 

17시10분, 디질로드 26.4km를 걸어 섬의 서남쪽 끝이자, 비렁길의 끝, 장지마을에 도착을 했다.

걷기의 3신들이 안도대교로 향하는 뒷모습이 보였다.

 

직포에서 함구미까지 2개의 코스만을 걷는 이들이 비렁길의 주고객이었지만,

남해안길종주대는 여천항에서 함구미까지 걸어 간 다음, 1에서 5까지의 코스 전부를 다 걸었다.

그리고도 모자라, 이제 장지에서 안도대교를 건너 안도리사무소까지 2.2km를 더 가야 한다.

 

다행히 계절은 봄을 지났는지? 해는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아리랑길 035 - 안도 (2019.04.27~28)  

안도대교

 

 

17시30분쯤, 안도대교를 건너, 금오열도가 보돌바다에 숨겨놓은 안도로 간다.

하룻밤 머물기 위함만은 절대 아니다.

 

비렁길을 탐방한 년놈들 100중에서 안도를 말한 년놈들은 한 명도 없었다.

수박 겉만 핧고 온 년놈들이다.

 

 

 

 

 

[안도항 가는 길]

 

 

오기전까지는 있는지 조차도 몰랐던 섬에서, 소맥 열잔을 말았다.

 

서나대원의 사전 노력에 의거,

친절한 식당에서 섬이 내어주는 맛난 음식들을 먹었고,

깨끗한 민박에서 섬이 감싸주는 포근함으로 기분 좋은 잠을 잤다.

 

 

 

 

 

 

 

 

새벽4시 어김없이 일어 나, 밥을 삶아 한그릇씩 퍼먹고 안도 섬일주에 나섰다.

해안산길 25km를 걷고 기절을 한 딸은 숙소에 방임되었다.

 

 

 

[이야포 몽돌해변]

 

 

[이야만]

 

 

 

 

[소이야만(가칭)]

 

 

 

 

 

 

[백금만과 동고지 가는 길]

 

 

 

 

 

 

 

동틀 때의 구름 낀 하늘과 작은 섬을 밤새 감싸준 바다는 공즉시색(空卽是色)이었고,

눈 앞에 보여지는 모든 것들은 색즉시공(色卽是空)이었다.

 

내가 간 안도와,

내가 걸은 섬의 새벽 숲길에 대하여,

내 감히 논하고 평하기에는 스스로가 많이 부족함을 안다.

내 누군가에게 섬과 그 섬의 숲길에 대하여 그대로 전하기 조차 어렵다.

 

헤어질 사람과는 절대 이스탄불에 가지마라고 했다.

헤어진 그가 그리워질 것 같아서, 다시는 이스탄불에 가지 못 하기에...,

 

곁에 계속 머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와 안도에 가라!

이야포에서 소이야골로 넘어 가는 숲길에서 무심한 그를 보면,

소이야골에서 동고지로 내려 가는 숲길에서는 웃음 띤 그가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안도에서 본 안도대교와 금오도 망산]

 

 

[안도 당산? 오르는 길]

 

 

[안도 당산? 내려오는 길]

 

 

 

1시간30분 5.8km 안도 상산길 탐방을 끝내고 다시 숙소로 돌아 왔다.

호사스런 길이었고, 호사스런 새벽이었다.

 

일부는 쪽잠을 자고,

일부는 또 삶은 밥을 먹고,

나는 커피를 들고 담배를 물고 민박집앞 바다를 서성였다.

 

 

 

 

 

 

딸이 혼절에서 깨어나 정신을 수습했다.

이는 곧, 이제 섬을 떠날 시간이 되었음을 뜻함이다.

 

 

 

 

 

 

숨겨진 섬은 아름다웠고,

아름다웠노라~ 떠벌리면 더 이상 숨겸진 섬이 아니다.

 

나는 떠벌리는 유형의 인간이라서, 그래서 두고두고 아쉬워질 안도였다.

 

 

 

 

 

 

 

 

 

 

남해안길종주대 특별이벤트2

 

제2일차는, 다시 안도대교를 건너 금오도 동부해안을 따라 여천항으로 가는 트랙이다.

07시30분 출발을 하여, 추정한 거리 15km를 걸어 11시 이전 여천항 도착을 목표로 했다.

 

 

 

[안도대교]  

 

 

[이런 초반부터 개오름을...,]

 

 

 

11시45분에도 신기항으로 나가는 배가 있어, 그렇게 바삐 걸을 이유는 없었지만...,

우측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걷는 것이 참 좋은 길이다.

 

 

 

[미포]

 

 

[남면소재지 여남항 가는 길]

 

 

 

 

 

 

 

[여남초등학교]

 

 

 

남해에는 두개의 해상국립공원이 있다.

지난 이벤트1의 대상지는 한려해상국립공원내 매물열도였고,

이번 이벤트2의 대상지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내 금오열도이다.

 

열도의 행정구역은 여수시 남면이고,

금오도, 안도, 연도 등의 유인도와 숱한 무인도가 속해 있다.

 

 

1시간30분을 걸어 남면사무소가 자리한 여남항에 도착을 했다.

 

연륙교가 없는 섬이지만,

섬의 중심부는 육지의 왠만한 시골 면소재지보다 훨씬 더 번영을 해 있었고, 편의점 또한 떡하니 있었다.

 

그렇다면..., 룰루랄라지~

 

 

 

[소유마을 가는 길]

 

 

 

 

 

여남에서 소유로 넘어 가는 길,

 

아주 장쾌한 고갯길이다.

아주 디지는줄 알았다.

 

 

 

 

 

 

 

[소유마을]

 

 

 

소유마을쯤에서 작은 빗방울들이 떨어졌다.

남면소재지에서 대열을 먼저 보내고 느릿하게 걸었던 걸음에 조금은 가속을 가했다.

 

 

 

 

 

 

 

 

여천항이 지척인쯤까지 가니,

앞선 저 만치에서 해미누나가 어제 주웠던 그 대나무 지팡이를 벗삼아 걸어 나가고 있다.

누나가 걷는 속도로 걸음을 늦추어 그 뒷모습을 따라 간다.

 

2019년 4월 13일 20시가 가까워진 시각,

나는 신지대교를 건너 완도항으로 가는 길가 가로등 밑에 맥 없이 주저 앉았다.

내가 이 시간 이 곳에서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내게 이 길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30km를 걷고도 3km를 더 걸어야 되는지...,

이게 다 해미누나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을 했다.

 

어쩌면 같이 걷는 마지막일수도 있는데...,

해미누나의 뒷모습이 고갯마루를 넘어 더 이상은 보이지가 않았다.

 

 

뒤돌아보니 조금은 간견을 두고 서나대원이 온다.

역시나 같이 걷는 마지막일수도 있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또 다른 누군가가 나처럼 길에 나서면,

서나대원이 그 사람의 해미누나가 되어 주었음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천항으로 오는 훼리호]

 

 

 

10시53분, 다행히 안도항을 출발한지 3시간30분만에 전원 여천항에 도착을 했다.

 

좋은분들과 함께 한, 1박2일 금오열도 48.2km는 아름다운 길이었다.

살다가 무엇인가 그리워지면..., 안도에서의 아침이지 않을까? 싶다.

 

 

 

[묘도대교]

 

 

[이순신대교]

 

 

 

집으로 돌아오기에 여행은 성립이 되는 것이고,

만나면 헤어지기에 사람의 인연은 성립되는 것이다.

 

 

 

 

 

 남해안 해상교량 시리즈 45 - 안도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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