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뱃길 - 여수에서 제주도 골드스텔라호 승선기 본문
7일 아침엔 엄마의 내분비대사내과 진료가 있어,
6일 하루는 여독을 풀어야 하기에,
4~5일이 올 여름 디데이였다.
이왕 갈거,
사전에 계획도 좀 짜놓고 거기에 맞춰 예약도 미리하고...,
그러면 좋으련만,
나살 처먹고 아직도 그런 지랄 처함이 귀찮아 뭔 수가 있겠지만을 바랬다.
한국뱃길 - 여수엑스포항에서 제주항 골드스텔라호 승선기 (2023.8.4)
3일 출근을 해,
독도를 갈 수 있는 울릉도와 가파도를 갈 수 있는 제주도를 염두에 두고 항공편과 배편을 알아봤다.
4일에 떠날 수 있는 표는 간혹 있었지만,
5~6일에 돌아오는 표는 운항을 하는 모든 항공사와 선사 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에라이 시발을 연발하며,
마지막으로 한일고속 여수~제주간 항로를 훓터니,
5일 제주발 여수행에 2등석 두 석과 3등석 한 석이 깜박였다.
시간상으로는 내일이지만 오늘밤 12시20분 제주발 항차를 탄다면,
그래도 칠백리 바다 건너 간 제주도에서 이틀은 머물 수 있기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돌아오는 여정에,
혹시 출현할지 모를 진상들과 여섯 시간을 다인실에서 버텨야 할 엄마가 걱정됐고,
오늘밤 당장 떠나야 된다고 알리면 생지랄을 들을 수도 있었지만 이 역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퇴근 후 집으로 가,
엄마의 약과 옷가지만을 챙겨 19시쯤 집을 나서,
문산휴게소에서 산 롤케잌으로 엄마의 저혈당을 막으며 220km를 달려,
22시10분쯤 한일고속 골드스텔라호가 취항을 하는 여수엑스포항에 도착을 했다.
내 차를 가지고 갈 수 있다는 그것 외에는 아무런 이점이 없는 긴 항해의 시작이었지만,
경험하지 못한 승선에 따른 설렘은 그 지루함을 털어내기에 충분했다.
차부터 선적을 하고 여객터미널로 돌아와 20여분을 기다린 23시 정각,
한 밤에 제주도로 떠나는 승선이 시작됐다.
엄마도 제법 설레였는지,
배로 오르는 2층쯤 돼보이는 계단쯤은 가뿐하게 올랐다.
23시에 삼천포에서 제주도로 가는 오션비스타제주호도 있었지만,
그 배의 표를 구하지 못해 여수까지 오고서야 00시20분 제주도로 가는 골드스텔라호를 탈 수 있었다.
한 밤 제주도로 떠나는 대형카페리호는,
젊은부부의 갓난아기부터 어딜가나 최고령자가 되는 내 엄마까지 그 모두를 설레이게 했다.
살다보면 픽션 따위와는 비교도 안될 논픽션의 리얼에 있을 때가 있다.
오늘밤이 그렇다.
이 순간을 위해,
쫄쫄 처굶은 상태로 여수까지 달려와 제주도로 가는 뱃길에 올랐다.
제법 흔들렸지만,
2인실에서 3인이 떡실신을 한 선상의 밤을 보내고,
부시시 일어나 갑판으로 나오니,
하늘엔 아직 기울지 못한 하얀달이 남아있었고,
바다엔 이 년도 훨씬 더 지난 그날 '살다가 그리워지면 또 올께'하고 떠난 제주도가 보였다.
내 생은,
2021년에도 이미 여든을 넘긴 엄마와 제주도를 서성일 수 있는 복 있었고,
내 생은,
2023년에는 여든셋이 된 엄마와 다시 제주도로 올 수 있는 복까지도 있지만,
내 생은,
앞으로도 몇 번을 더 엄마와 제주도로 올 복 남았을 것이다.
06시쯤 골드스텔라호는 제주항 9부두에 접안을 했고,
결박된 차에 앉아 하선을 기다리며 무심히 제주항을 보니,
2020년 7월 4일 '등대기행 33'으로 찾은 산지등대가 회한의 미소를 짓는다.
살다보면 분명 제주항으로 오게 된다.
그러면 등대가 보일테고...,
나는 등대를 보며 배시시한 미소를 머금고 회상이 된 오늘을 떠 올릴것이다.
물론, 그 때도 비는 처내리겠지~
..... 등대기행33 산지등대 기록에서 퍼옴.
당췌 뭐를 하는지,
40여 분 결박된 차에 우두커니 앉아 하선이 되기를 기다린다.
성산포로 가 아침을 먹고,
비자림에서 숲이 내뿜는 산소를 엄마에게 마시게 하고,
12시 배로 가파도에 들어 엄마가 탄 휠체어를 밀며 섬을 돌아야 하고,
한림수협마트에서 장을 봐 숙소가 있는 서귀포 법환포구로 가야 하는데...,
아 놔!
뭐를 우짜고 있는지?? 도통 내라줄 생각을 않는다.
한국뱃길 시리즈 34 「여수엑스포항 ↔ 제주항」
□ 운항선사 : (주)한일고속 골드스텔리호
□ 항해거리 : 110마일 / 5시간30분 + (승선1시간30분+하선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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