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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내가 좋아하는 인생의 판은 세 판이다. 여럿이 모인 술판에서 모두들 술을 잔뜩 마시고 개판을 치다보면 살판이 난다. 엄마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그 판들은 자주에서 어쩌다가로 간격이 늘어났고, 어쩌다 한 번 그 판들을 펼치고 일어난 다음날이면 뭣모를 책망이 들곤했다. 순리는 그 날들에 맞게 사는 것이다. 한반도해안지선트레일은 분명 술판과 개판보다 재미가 있었지만 살판은 아니었다. 엄마와 세상을 서성이는 요즘이 살판난 인생이다. 다시를 낼 멸치가 가물가물한다고 했다. 이는 곧 삼천포를 가자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오늘 살판을 펼칠 세상은 진주만이다. 용궁시장에서 다시멸과 말린 생선을 사고..., 77번국도 해상교량들을 건너 남해도로 넘어가 멸치쌈밥을 먹고..., 오늘 그런 살판을 만들고자 11시쯤 집을 나섰다..

가끔은 산다는 것이 처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늦은 밤 비틀거리며 집을 찾아 갈 때..., 갑자기 어디가 아플 때..., 그리고 이유도 없이..., 가을이구나, 싶었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 사천 바다 케이블카 (2021.10.30) 만이 아닌데 만으로 우기는 만을 익곡만(溺谷灣)이라 했고, 진해만, 여수만, 진주만 등이 그렇다. 만구는 창선해협(삼천포~창선도)과 지족해협(창선도~남해도) 그리고 노량(남해도~하동)까지 도합 세 물길이다. 그 세 물길이 모이는 바다를 진주만이라 했다. 진주만 만구의 세 물길에는 모조리 해상교량들이 놓여졌고, 특히 삼천포와 창선도 사이 물길에는 초양도까지 하늘길도 열렸다. 그 하늘길에서 노을지는 진주만을 엄마에게 보여주고자 13시쯤 집을 나섰다. 14시30분쯤 삼천포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