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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해파랑길 19코스 - 화진해변에서 강구항 본문

해파랑길 - 동해바닷길

해파랑길 19코스 - 화진해변에서 강구항

경기병 2017. 4. 19. 17:25

선택과 집중을 반복하며 정말 마음에 모자를 샀다.

그리고 그 모자를 쓰고 지리산 성대종주를 했고, 해파랑1~18코스까지를 함께 했다.

 

지난 주말, 가지산온천 옷장에 모자를 두고 온 희미한 기억에 마음이 공허했다.

그런데 금요일 저녁 차안에 벗어둔 점퍼를 챙기니 모자가 있었다.

 

 

19, 20코스를 걷기 위해 토요일 집을 나왔다.

터미널부근에 가면 전국의 시외버스들을 볼 수 있다.

그 중 태백과 부산을 오가는 하얀색 투톤의 영암고속이 인상적이었다.

 

07:30 포항행 버스는 태백이 종착지인 영암고속이었다.

그리워하면 만나게 되는 그런건가? 싶었다.

 

포항터미널을 나오는데 해병대원이 쓴 팔각모가 보였고, 내 모자 하는 탄식이 든다.

아직 터미널에 머물고 있을 영암고속으로 가려는 순간,

내 차에서 내릴 때, 모자를 챙기지 않고 내리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이 봄볕에 모자 없이 걷게 되어 유감이었지만, 차에 모자가 있으니 됐다.

 

 

 

 해파랑길 19코스 - 화진해변에서 강구항 (2017.04.15) 

 

 

 

그 버스정류장명은 화진3리라고 쓰여져 있었다.

이번 정류장은 화진3리, 다음 장류장은 대전리입구..., 안내 방송에 따라 하차벨을 눌렀다.

내가 본 화진3리 버스정류장이 멀리에 있는데, 버스는 섰고 하차문은 열렸다.

내리지 않는다면, 조금전 청하환승센터에서 친절을 배푼 은퇴를 눈 앞에 둔 버스기사의 짜증이 폭발할 것 같았다.

 

화진3리라 써 놓고 대전리입구라 불리우는 정류장 득분에,

19코스의 실질적 출발점인 화진휴게소까지 약1.5Km를 덤으로 걸어야 했다.

 

 

 

[지난 18코스를 끝내고 집으로 가기위해 하염없이 앉아있었던 '화진3리 버스정류장]

 

 

 

 

그 길이가 가장 긴 포항구간은 지난주 18코스에서 끝이 났다.

 

하지만 19코스의 초반부는 아직 포항이고,

무엇보다 13코스에서 남겨둔 대진리에서 구룡포항까지의 10Km와,

16코스 동해초등학교에서 해군항공역사전시관까지의 2km를 걸어야만이 포항구간은 온전히 끝난다.

 

 

 

[해파랑길 19코스 시점 -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리]

 

 

 

 

 

 

7번국도와 해안지선 사이에 형성된 해안 산기슭을 오르내리며 길을 잇는다.

비 온 다음날이라 그런지 모처럼 가시거리가 상당하다.

 

 

 

 

 

 

 

 

 

[지경해안]

 

 

걷다보면 눈앞에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몇 배의 거리를 돌아서 가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다로 흘러드는 하천이 길을 끊고 있거나, 사유지로 해안지선이 차단된 지점이다.


운좋게 하천이 말라있다.

교량이 있는 곳까지 우회를 할 필요가 없어 바로 횡단을 했는데, 뭔가 찜찜하다.

그렇게 포항과 영덕의 경계를 넘었다.

 

 

 

[좌포우영천]

 

 

 

 

[영덕블루로드 시작]

 

 

 

 

영덕에서 처음 맞이한 어촌마을을 돌아 나오니 왠 군함이 들어 와 있다.

라이언일병을 영덕에서 찾나?

 

 

 

[돈 많다! 돈 많아~, 장사에 이 규모라면 인천에는 항공모함을 만들어야 하는건 아닌지??]  

 

 

 

 

박배낭을 맨 젊은 친구가 힘들게 걷고 있다.

맨 배낭의 크기와 무게에 짓눌린 그의 걸음과 표정이 안스럽다. 

 

지난해 가을 나는 11~13코스를 1박2일로 걸었다.

최소한의 야영장비만을 패킹한 35L배낭을 메고...,

 

그랬다고 하니 백패킹이란 요상한 단어에 매료된 이들이 패킹을 의심했다.

그게 가능하냐고? 치장의 무게를 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 해 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웃도어판매업체 최상위 고객층인 사람들에게는 믿기 어려운 답변이기에 말을 아꼈다.

 

 

 

 

 

 

 

[장사해변]

 

 

 

 

 

 

지자체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난리다.

 

바다란 우수한 자연적 관광자원에 섬세한 인위적 테마를 가미한 영덕블루로드!

영덕군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웽 웽..., 7번국도를 달리는 차들의 굉음이 다소 거슬렸지만,

평범한 국도변 비탈면을 걷는이의 안전 확보는 물론 걷고 싶은 마음을 유지하게 만들어 놓은,

영덕군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원척항]

 

 

 

 

 

 

[조만간 참사가 예상되는 협곡? 횡단시설]

 

 

[남호리 부근에 이르니, 삼사해상공원과 저 멀리 영덕해맞이공원이 보인다]

 

 

 

 

 

 

 

 

[2000년 여름 엄마와 회를 먹고, 캠핑을 한 횟집앞 해안]

 

 

 

 

 

 

강구항에 가까이 오니, 그 간의 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혼자서 걷는 이들은 몇 없고,

다들 무리를 지어 걸어며 뭐를 그렇게 시부리는지..., 정신이 없어 보인다.

 

 

 

 

 

정코스 삼사해상공원을 무시하고, 해안지선을 돌아 나오니 강구항이 나타났다.

 

한 때 대게로 인해 동해안 최고의 포구로 각광을 받았지만...,

대게를 먹기위해 강구로 간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고, 장금양은 대게는 울진이라고 했다.

 

 

 

[강구항]

 

 

 

 

 

 

[영덕해맞이공원으로 가는 20코스가 시작되는 구.강구대교]

 

 

 

[파랑트레일 19코스-종점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리)]  

 

 

3시간 30분, 16.1Km를 걸어,

홀아비 최선장이 말 안듣는 삼남매를 키워낸 강구항에 도착을 했다.

 

불어오는 봄바람에 넘실대는 봄바다는 황홀했고, 더 걸어 봤자 더 이상의 감동은 없을테고...,

강구항을 거쳐 20코스로 들어서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걷기 싫어지면 걷지 않을테야...,

 

강구버스터미널에 우두커니 앉아 30분을 있으니 버스가 왔고,

나는 포항으로 화려한 외출을 나가는 동남아시아 처자들을 따라 그 버스를 미련 없이 탔다.

 

 

 

 

 

부산종합터미널에 내리자마자 마을버스를 타고 차에 갔다.

 

...,

모자는 없었다.

 

영암고속을 타고 태백으로 가 버린 내 모자~

그리워해도 만날 수 없는 것도 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