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이순신길 - 섬 나들이 본문
오줌이 커피색이었고 눈알은 살구색이었다.
뭔가 꽉 막힌 쓰라림을 안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갔다.
일단 피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상태가 안좋으면 시티를 찍어야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당장 개복을 해 수술을 할 수도, 아니면 소견서를 들고 큰병원에 가야 합니다.
의사의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결국 검사 자료와 소견서를 들고 대학병원까지 갔다.
다음날, 기절상태에서 속으로 들어 간 호스를 통해 담도에 쌓인 돌들을 꺼집어 내었다.
그 다음날도, 반기절상태에서 한번 더 속에 호스를 넣어 생난리를 떨었고,
염증을 우려한 병원의 제재를 거부한 채,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담도로 가는 장기에 큰 돌 하나가 있긴하지만, 살만했다.
외과적수술로 제거를 할지? 약물로 녹일지? 그것은 주치의의 몫으로 위임을 하고...,
그리고 나는 섬으로 갔다.
이순신길 - 섬 나들이 (2018.07.07)
소매물도만 갔지, 매물도 본섬은 스치기만 했다.
섬의 최고점인 장군봉이 조금은 유명세를 탔고,
폐교된 한산초등학교 매물분교터에 국립공원내 합법적 비박이 가능 해지면서,
백패커인지 큰배낭 술꾼들인지 모를 사람들이 우수수 매물도를 찾기 시작했지만...,
나는 그 섬에 무심했다.
[얘가 또 먼훗날의 그리움을 한것 찍어버렸기에...,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가 없다]
한려해상국립공원내 다 수의 섬들에 조성된 바다백리길을 혼자서 다 걸은,
봄여름가을겨울산악회 남해안길종주대 해미대장님의 플랜으로 매물열도(본섬)를 탐방하는 기회를 가졌다.
감히 말하건데, 내가 입도를 한 섬들을 상대로 순위를 매긴다면...,
단언하건데, 매물도가 갑일지니...,
(참고로 나는 울릉도 도보여행도 갔고, 남해의 작은 섬들을 상대로 기준점 측량까지 했다)
과하게 표현을 하지 않는 해미누나가 매물도를 말했을 때,
그냥 섬에 들어 가 별 빛에 물들어 잠이나 자고 오자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통영항여객선터미널]
총 열두분이 참석을 했고,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으로 가는 바닷길에 나뒹굴고 있는 호박돌 길이 싫은 해미누나와,
가봤기에 갈 이유가 없다는 무명초형님과, "거 뭐하로 또 가" 나, 이렇게 셋은 통영항에 남았다.
나머지 아홉은 06시50분 소매물도행 첫 배를 타고 소매물도로 출발을 했다.
(파도가 거세게 몰아쳐, 새벽녁에 먹은 시락국을 뱃전에 토하길 아주 간절히 기도했다)
남은 셋에서 둘은 서피랑을 구경한다고 가버리니, 결국은 나만 혼자 남게 되었다.
(이런 니이미~)
[그들의 소매물도와 등대섬 열전]
셋이 장을 보고, 10시50분 배에 승선을 했다.
12시10분쯤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앞서 출발을 한 일행들과 합류를 해,
12시25분쯤 매물도 당금항에 내렸다.
[매물도 당금항]
[한산초등학교 매물분교터]
비록, 엄청난 바람이 일초의 멈춤도 없이 불어왔지만,
바람마저 설렘이 수용을 하니 문제될게 하나도 없는 섬에서의 베이스캠프가 구축되었다.
[찌짐을 디비자!]
[당금뒷산 열전]
얼마나 항생제를 집어 넣었는지...,
퇴원을 한지 스물시간이 지났지만, 해롱해롱 상태가 계속되어 도저히 액션을 할 수가 없었다.
텐트로 들어 가 그대로 뻗었고, 일어나니 어스름한 저녁이 되어 있었다.
바람은 더 세차게 불어 왔고,
어두워지는 밤 하늘에서는 잔뜩 낀 먹구름이 포그분말 같은 작은 물방울들을 분사하고 있었다.
낮에 제법 잔 모양인지?
바람에 미쳐 날뛰는 텐트속에 누웠지만, 잠은 도통 올 기미가 없다.
이리 돌아 눕고, 저리 돌아 눕고...,
집에서 엄마가 내 걱정을 많이 할텐데...,
내일도 바람이 계속 불면, 섬을 못 나갈 수도 있을텐데...,
옆텐트들은 자나 안자나...,
온갖 생각들에 잠 들기 아주 된 밤이었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나를 깨우는 분은 늘 깻다리형님이시다.
기병아~ 일어나라~
입안에서 맴돌던 역겨운 항생제의 역류 내음이 사라졌고,
무엇보다 바람이 시나브로 잦아 들기 시작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매물도를 오가는 모든 배들의 뜲에 걱정도 사라졌다.
그래 이제 즐겨보자!
매.물.도
[해품길 열전]
[룰루님]
지난, 4월 금북정맥에서 인사를 했다.
온화한 인품이 매력적인 분이었고,
몇일뒤 그가 올린 사진들을 보는 순간, 뭐랄까? 참이 뭔지를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나는 남해안길에 처음으로 참여를 하는 분들에게, 나름 환영피켓을 만들어 그들을 반긴다.
근데, 왜 하필이면...,
룰루님께서 처음으로 남해안길을 찾은 회차에 아프고 지랄이었는지...,
그렇게 해 드리지 못함이 사뭇 미안했다.
다음번에, 그가 남해안길에 온다면 최소한 A3는 4장이다.
[대항마을]
매물도 해품길!
뭔 길이 이렇게 좋은겨? 이래도 되는겨? 실로 아름다운 대한민국 최고의 섬 길이었다.
대항마을 직전, 앞서 걷는 이들이 한줄로 산비탈 밭두렁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동무들~~"
해품길이 속한 매물도 남부지형을 한 바퀴 돌고오니,
바람은 억지로 불고 있었고,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덤이었다.
룰루님이 내린 커피 한잔을 마시니 행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객만족도 1위를 달성시킨 해미누나의 우월한 플랜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과감하게 참석을 한 내 자신에 박수를 보내었다.
[아니, 저거슨 1,4후퇴를 방불케 하는 팔라군?]
매물도에 들어닥친 팔라군을 피해, 급박하게 섬을 빠져 나왔다.ㅋ
[굿바이 매물도]
깻다리형님이 취하셨다.
남해안길에서 형님이 취하신 모습을 처음 보았고, 두 번이나 취하셨다.
바람부는 언덕배기 벤치에 하나누나가 앉아 있었다.
뭐를 생각하는지? 아니면 그냥 바다바라기를 하는 것인지?
나는 안다.
깻다리형님은 왜 취하셨는지?
하나누나는 왜 그 벤치에 앉아 있었는지?
살다가 그런 순간이 오면, 그런 지가 좋아지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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