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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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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길 - 낙도바닷길

아리랑길 059 - 자라도

경기병 2020. 1. 23. 18:17

09시쯤 전남 신안군 안좌면 복호리 자라대교북단에 도착을 했다.

 

어제 읍동선착장에 이어, 오늘 역시도 기다림의 인타발은 없었다.

새벽부터 안좌도 동남부해안 13km를 걸어 온 서해안길개척종주대가 나타났다.

 

 

오랫만에 같이 걷는다.

 

모두가 알고 있다.

2,100km에서 함께 한 그 걸음들을 어찌 잊으랴~ 마는...,

 

길은 바뀌었고,

그래서 오지 않은 사람, 못 오는 사람, 왔다가 간 사람, 오지도 않으면서 적만을 걸치고 있는 사람...,

결국엔 길만을 보고 걷는 사람들만이 남아 있었다.

결국엔 길이었다.

 

 

 

 아리랑길 059 - 자라도 (2020.01.19) 

자라도에서 바라 본 자라대교

 

 

어제, 2019년4월4일 개통 한, 길이 10.8km 천사대교를 건너 이 곳으로 왔다.


안좌도가 속한 해역에 모여있는 섬들의 밀집분포가 마름도 형태라, 다이아몬드제도라 칭한다.

천사대교 사장교구간 제2주탑부 상단에 뚫린 형상이 이를 일러주고 있었다.

 

 

 

[다이아몬드제도]

 

 

[천사대교 - 류선생님 作]

 

 

두미도로 가는 뱃길에서 만난 류선생님은,

실제 신안군에 소재한 섬의 수는 팔백여 곳이라고 했다.

 

그 때는 헤아려 보시지도 않았을텐데..., 어떤 근거로 저런 말씀을 하시나 싶었다.

근데, 자라도의 지도를 보는 순간, 류선생님의 말씀에 수긍이 갔다.


원래는 1,004 곳의 섬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800여 곳이 맞다.
섬이 줄어든 이유는, 섬과 섬 사이의 수역을 간척사업으로 메워 버렸기 때문이다.

이 곳 자라도 역시도 증산도와 휴암도 그리고 이름모를 두 섬까지 도합 다섯섬이 간척으로 하나의 섬이 되었다.


유엔 해양법협약 제121조1항에서 정의한 섬의 조건은, 

만조시에도 수면위에 쏟아 있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이다.
따라서 자라도와 합쳐진 증산도와 휴암도 그리고 이름모를 두 섬은 이제 위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 한다.

1,004 - 4를 빼야 한다.

 

일전에 간 증도 역시도 남쪽의 대조도와 합쳐졌다.

1,004 - 4 - 1을 빼야 한다.

 

안좌도 역시도 지도를 보면 여럿 섬들과 간척으로 합쳐져 있다.

1,004 - 4 - 1 - ??를 빼야 한다.

 

간척으로 이제 만조시 사면이 수역에 둘러싸이지 않는 구.섬들을 제외하면,

이제 신안군의 섬은 1,004 곳이 아니다.

 


하지만, 신안군의 대표적 슬로건인 1004를 훼손하거나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더하여, 섬으로만 형성된 지형적 한계가 한국의 대표적 섬의 도시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09시33분, 다이아몬드제도 서측부에 위치한 자라도에 입도를 했다.

 

하늘은 더욱 흐려졌지만, 머피의법칙이 아직도 왕성한 작용하고 있는 내가 왔음에 절대 눈은 내리지 않는다.

대신에 아마도?? 비는 내릴 것이다.

 

 

 

 

 

 

 

 

 

 

 

오랫만에 해미누나와 같이 걷는 길이다.

빈약한 의지를 진도까지 데려다 주었고, 걷는 길의 가치를 알으켜 준 사람이다. 


그 간의 길들을 끌어오며...,

드러내지 못 할 사연들 혼자 안고, 이어야 할 길 오늘도 걷고 있다.


걸어야 할 길이 있어 행복하면, 그게 누나의 행복이지 않나 싶었다. 

 

 

 

 

 

 

 

풍금소리가 들린다.

멜로디는 근동에 교회가 있나 싶었고, 시계를 보니 일요일 아침 열시였다.


아~ 무슨 이런 시간적, 이런 공간적 환경에 있게 되는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음이었다.

 

 

 

 

 

 

 

자라항을 둘러 나오는데,

눈 같은 치사한 미끼 없이도 겨울이 그 겨울로 각인이 되었다.

 

연륙교가 놓여진 섬의 선착장은 이제 빈 자리가 되어 쓸쓸했고,

농부는 파종만을 한 채 떠나버렸기에, 그래서 홀로 커야하는 마늘밭은 애잔하기 그지 없었다.

그 풍경속 대열은 왜 그리도 뚝 뚝 떨어져 오고 있는지...,


겨울이라서 더 쓸쓸하고, 더 애잔하고...,

겨울이 한 것 묻은 자라항 풍경은 차가운 숨만을 쉬고 있었다.

 

 

 

 

 

 

 

 

 

 

 

'내로남불'이란 말이 자주 등장하는 요즘이다.

지는 지라서 로맨스고 남은 남이라서 불륜이지만, 둘 다 사랑이 아니다.


사랑에는 로맨스도 불륜도 없다.

오직 지랄과 구박만이 사랑의 굴레로 존재할뿐이다.


길이 사랑이라면, 

지금 걷고 있는 자라도는 로맨스가? 불륜이가?

 

 

 

 

 

자라도 섬 길이 실실 지겨워졌고,

뒤에서 떡을 치며 오더라도 빨리 걸어 섬을 나가고 싶어졌다.

 

 

 

 

 

 

 

 

 

 

 

 

 

서라~~

옛 자라도 동단쯤에 위치한 방조제로 올라서니 후미의 절규가 메아리친다.

 

 

 

 

 

헌방조제와 새방조제가 나뉘는 지점에서 해안을 짜르고 가자!

자라도 맛만 볼라고 들어온거라서...,


표현은 리얼했다. 

너무도 인지하기 쉬운 안내멘트였다.

제시한 길로 들어서니 자라대교 주탑이 살며시 보이기 시작했다.

 

 

 

 

 

 

 

 

 

 

 

 

 

 

 

옛 증산도에서 옛 휴암도를 연결한 방조제에 들어서니, 드디어 빗방울들이 떨어진다.

 

후딱 걸어가 차를 몰고 자라대교를 건너와 대기를 해야겠다. 

불이나케 걷기 시작했다.




[자라2리 나오는 길]

 

 

분명, 이쯤에서 자라대교가 딱 나타나야 되는데..., 이상하다.

왜 다리가 안나타나지?


에라이~ 자라2리 마을을 나와, 자라대교 반대 방향으로 혼자 열나게 걷고 있었다.
한 700m쯤 갔나?? 아놔~ 돌겠더라~

그 순간 내리는 빗방울은 많아졌다.

 

 

 

 

 

 

 

 

 

12시30분, 13.8km 자라도 서부권역을 반주하고 출발점인 자라대교 북단으로 돌아왔다.

머피의법칙이 아직도 왕성한 작용하고 있는 내가 트레킹을 끝냈기에 비는 바로 그쳤다.


진정으로 길을 걷는 이들과 함께 한 길이었고, 
그래서 가지게 된 소중한 트랙이었다.

 

길만을 보고 걷는 사람들에게,

누가 오던 안오던 그 따위는 이제 중요하지가 않았다.

길만을 보고 걸을 줄 아는 사람들에게, 

격려와 응원 같은 개소리는 집워치워야 한다.

 

스스로가 스스를 다둑이며 걷는 그들의 길에, 이제 의미 없이 파고드는 이들이 더는 없기를 바랬다.

그들은 걸을 수 있는 길이 있어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서해안 해상교량 시리즈 02 - 자라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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