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등대기행 34 - 비양도등대 본문
09시20분,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왔다.
다행히 비는 제풀에 지쳐 더는 내리지 않았고,
한림으로 가는 급행버스도 5분뒤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양도를 나온뒤 걸어야 할 제주도 북서부해안을 리얼하게 보여주며 달린 버스는,
10시20분 한림에 정차를 했다.
뭐를 한그릇이라도 먹고 섬으로 들어가고자 시장부근을 뒤졌지만..., 딱히 들어설만한 식당이 마땅찮다.
보말칼국수집이 보여 그 앞으로 가보았지만,
방구석과 홀을 꽉채운 민초들이 상에 수저를 놓은 채 침을 꼴각이고 있었다.
그래~ 굶자!
11시20분, 혼자서는 절대 섬 여행을 떠나지 않는 민족의 얼을 지키는 사람들의 틈에 끼여,
내 등대기행 34의 등대가 서 있는, 내 아리랑길 45번째 섬이 될 비양도 간다.
마스크 때문에 어떤 년,놈들이 떠드는지 특정하기가 곤란했고, 15분 항해시간은 길게만 느껴졌다.
등대기행 34 - 비양도등대 (2020.7.4)
11시35분,
모슬포에서 북상으로 걸어 한림에 닿으면 입도를 해야지..., 한 섬을, 그 길을 빼먹은 채 들어왔다.
섬의 꼭대기에 안치가 된듯 등탑만이 살짝 보이는 비양도등대를 컨텍하니,
급실망의 쓰라림에 순간 모든 근육이 녹는 기분이었다. 뭐야~
그 섬에 왔고, 그 등대를 본다.
그 뿐이인가? 싶었다.
우선 등대부터 찾기로 했다.
등대는 마을을 관통하는 길로도 갈 수 있었지만,
섬의 일주를 위해 남부해안을 따라 가다가 오르기로 했고, 입도 5분후 그 곳에 닿았다.
등대는 비양봉 정상에 서 있었다.
그래서 오름은 피할 수 없는 억지 즐거움이었고,
짧은 코스로 누군가 먼저 등대에 당도하기전 올라야 했기에 허패가 터지는 고통은 억지 기쁨이었다.
나는 오름이 너무도 싫다.
길의 오름도, 입신의 오름도, 오름의 모든 행위는 무조건 싫다.
단언컨데 올라야 얻을 수 있는 것은 없고, 내려오면 일장춘몽이다.
그 일장춘몽을 위해 훽.훽.훽 퉤-를 반복하며 사는 짓은, 자신을 피곤케 할 뿐이다.
개오름이지만, 서늘한 날씨속 가뿐하게 비양봉 정상에 올랐다.
등대밖에 없었다.
5분여 빈풍경을 채우고 있으니 그제서야 사람들이 하나 둘 출현하기 시작했다.
용도가 폐기된 등대가 아닐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죽은 등대를 찾아 온 기분이었다.
보여줄 풍경이 빈약한 섬이, 죽은 등대를 억지로 세워 놓은듯 했다.
죽어서도 쉬지 못하는 등대를 구경함은, 탐방자의 도리는 절대 아니다.
내려 갈란다~
어떤 배가 있어 늙은 등대가 밝히는 빛을 보리오마는...,
한 때, 그 빛에 기대어 밤새 고깃잡던 어부는 아마도 행복하였으리라!
떠난 어부만이 아는 늙은 등대의 사연을, 나는 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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