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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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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기행 - 등대가는길

등대기행 32 - 거문도등대

경기병 2020. 6. 24. 16:45

거문도 서도 최남단,

수월산이 바다로 떨어지는 해안절벽에는 남해에서 가장 먼저 불을 밝힌 등대가 서 있다.

 

이제 그 곳으로 간다.

 

 

 

등대기행 32 - 거문도등대 (2020.6.20)

 

 

이거이거 잘하다가는...,

고도의 여객선터미널에서 한시간 이상을 서성일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발길은 멈춰지지 않았다.

 

하기싸, 18km에 6시간이면 방앗간에서 떡을 해 오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어디서 한 숨 퍼질러 잘까??

 

거문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내 취사와 야영은 무조건 금지다.

잔다고 지랄을 할 수도 있다.

 

 

 

 

 

배도 약간 고프고, 잠도 실실오고...,

 

쫌 따분해질쯤, 길가 수풀사이로 거문도등대가 살짝 보였다.

소시적 그와 약속을 한 장소에 다와가면 무심히 서 있는 그를 본 기분이었다.

 

 

 

 

 

등대가 보이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내가 제일 먼저 등대에 닿아 빈 풍경속에서 등대를 만나고 싶어졌다.

실상은 앞서간 사람도, 뒤따르는 사람도 없는데...,

아직은 등대에 미친 한국인은 별로 없는데...,

 

 

 

 

 

그러고보니, 거문도등대로 가는 숲길이 너무도 좋다.

 

숲길을 구성하는 여럿 식물들의 학명은 동백나무외에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길에 스민 식물의 내음이 은은해서 좋고, 길에 드리운 숲의 그늘이 서늘해서 더 좋다.

중요한 것은 등대를 돌아나오면 또 한번 이 숲길을 걷게 됨이다.

 

 

 

목넘어 (서도 남부 암반 지협부)

 

 

지협부를 지났다.

이제 수월산 숲길속을 파고들어 등대가 서 있는 단의 지형으로 가면 된다. 

 

 

 

 

 

그 유명세에 비해 너무도 한적하게 잘 보존이 된 숲길이다.

제 아무리 국립공원의 보호속에 있다지만, 이렇게 싱그러운 자연속 숲길은 처음이다.

 

거문도 서도, 거문도등대로 가는 수월산 숲길의 보존에 백도가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는듯 했다.

그래, 거문도에 오면 무조건 백도 해상관광이나 떠나랏! 

그래, 아직은 떼거지로 등대를 탐방하는 집단은 형성되지 않았다!

 

 

 

서도 남부해안

 

 

 

유림해변에서 등대까지는 2.7km 길의 시작이었고,

지협부 직전에서 등대까지는 1.5km 길의 가운데였고,

눈앞에 선명하게 서 있는 등대까지는 삼보일배를 하면서 가도 5분이면 도착이 될듯 싶었다.

 

 

  

 

 

13시20분, 거문도항로표지관리소에 도착을 했다.

 

나는,

지들끼리 다해처먹는 꼴사나운 정치와,

성문법의 한계에 사로잡혀 사회 혼란만을 가중시키는 법체계가 공존하는 대한민국에 환멸을 느낀다.

 

나는,

이 아름다운 섬과, 이 아름다운 단과, 이 아름다운 등대가 있는 한반도와 그 반도를 감싼 바다만을 좋아할뿐이다.

 

 

 

거문도등대 (신.등탑)

 

거문도등대 (구.등탑)

 

거문도등대 (음파시설)

 

거문도등대 (무종)

 

 

종을 한번 칠라다가...,

해무가 끼지 않은 날이라서 참았다.

 

그리고, 백도가 보이는 관백정 피로티 그늘로 들어가 곡물이유식을 쪽쪽 빨며 한 없이 거문도 바다를 보았다.

 

 

 

 

 

좋더라~

 

 

 

 

 

13시40분, 훌훌털고 일어섰다.

 

아름다운 곳은 다시는 오지 않아야 한다.

아름답다고, 보고싶다고, 다시 오면 오늘 내가 보고 느낀 이 아름다움의 기억은 사라지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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