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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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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기행 - 등대가는길

등대기행 33 - 산지등대

경기병 2020. 7. 6. 11:18

떠난다는 것은 어쩌면 잠시나마 들뜬 기분속에 있고자 함이다.

이제 들뜬 기분은 혼자서 바다로 나가지 않는 한 스며들지 않는다.

 

늙어가지만, 그래도 들뜸으로 늙고 싶어 바다로 간다.

걷는 바닷길과 찾는 등대는, 술집의 탁자위에 놓여진 마시지 않는 한 잔의 위스키일뿐이다.

 

 

 

 

 

두 곳의 등대를 탐방하고, 하늘에서 날아 온 섬 하나를 돌고, 처박아둔 제주해안길 일부를 잇고자 05시 집을 나섰다.

 

07시35분, 제주공항에 내리니 오늘 하늘 역시도 회색이다.

내게 제주 하늘색은 무조건 회색이다.

 

 

 

등대기행 33 - 산지등대 (2020.7.4)

 

 

이제 남해고속도로 전구간을 달려 목포로 가지 않는다면, 걸을 길도 찾을 등대도 없다.

 

273km x 2 남해고속도로 올킬이 하기 싫은 뇌는 대안으로 제주를 떠올렸고,

지난 4월 마라도 탐방후 3개월이 흘러 다시 제주를 찾았다.

 

 

국토해양부 산하에는 11곳의 지방해양수산청이 있고,

각 지방청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유인등대들 중 대표적 등대들을 선정하여 홈페이지 항로표지란에 소개를 하고 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영도와 가덕도,

그리고 관할기관인 제주해양수산관리단 산하의 우도, 마라도, 산지를 도열해 놓았다.

 

오늘 제주항의 길라잡이 산지등대를 탐방하면 부산청 5등대는 끝이 난다.

산지등대 대신 추자도등대로 프라임을 바꿔도 이미 탐방을 했기에 상관은 없다.

 

 

 

 

 

08시14분, 등대로 가는 길목인 이화아파트정류소에 내리니 이런~ 내가 제주에 왔기에 또 비가 처내린다.

기상청의 예보는 내가 제주에 왔기에 불가항력으로 틀리게 된다.

 

당연 우산도 우의도 배낭커버도 없지만, 개의치 않고 등대를 향해 걸음을 뗐다.

그 날, 올레 18코스에서 제주항으로 내려서는 방향을 한번만 틀었다면 오지 않았을 길인데...,

 

 

 

 

 

내 때문에 내리는 비에 아침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올레 18코스 500m를 걸어가니, 회색바탕에 하얀선 하나가 흐릿하게 보였다.

 

 

 

산지등대 (신.등탑)

 

산지등대 (구.등탑)

 

 

 

08시25분, 밤에 오면 제주항 야경을 볼 수 있는 산지항로표지관리소에 도착을 했다.

 

비를 두들겨 맞으며 등대의 이 곳 저 곳을 서성였다.

그런 나를 내가 보았다면..., 저런 미친놈을 봤나~ 했을 것이다.

 

 

 

사라봉 허리를 감싸고 도는 제주올레 18코스

 

 

이슬비는 내리고, 바쁜 제주항은 우수에 젖어 처량하고...,

더 머물다가는 우울증이 올라해 채 10여분을 있지 못하고 등대를 나왔다.

 

 

 

 

 

하늘이 회색이어서, 하얀등대가 안스러운 산지등대였다.

 

살다보면 분명 제주항으로 오게 된다.

그러면 등대가 보일테고..., 나는 등대를 보며 배시시한 미소를 머금고 회상이 된 오늘을 떠 올릴것이다.

물론, 그 때도 비는 처내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