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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뱃길 - 격포항에서 위도 파장금선착장 본문

한국뱃길 - 섬으로간길

한국뱃길 - 격포항에서 위도 파장금선착장

경기병 2022. 8. 1. 13:44

형님은 하루 더 있다 가라하셨지만,

나 역시도 그러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지금 내 인생사가 샘고을에서 머물 수 있게 해 준 날은 오늘까지였다.

 

엄마는 아픈데...,

혼자 놀러간다는 말은 차마 나오지 않았다.

회사에 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겨 어쩌면 밤새 일을 해야 될 것이라 말하고 샘고을로 왔다.

 

아침에 집에 전화를 하니,

내가 회사에 있음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 일상의 어투에 좀 불안했던 마음은 그제서야 사라졌다.

 

 

줄포를 지나 변산반도 남부해안을 따라 격포로 갈 것이다.

격포에서 지난 기억속을 서성인 다음 채석강을 구경하고 위도로 가는 뱃길에 오늘 하루를 실을 것이다.

 

 

 

한국뱃길 - 격포항에서 위도 파장금선착장 (2022.7.27)

변산반도 격포항을 빠져나가는 위도행 대원카훼리호

 

 

 

지명만으로도 설레이는 곳들이 있다.

서해안에서는 단연 줄포만과 격포항이 그러했다.

 

줄포만과 격포항은 샘고을에서 지척이다.

 

 

 

 

 

 

 

 

격포에 도착을 하니 항은 뜨거웠다.

승선까지 1시간30여분 여유가 있어 채석강 비경을 찾았다.

 

 

 

 

생에 세 번째 보게 된 채석강

 

 

 

길과 풍경을 조우하게 되면,

그 길을 함께 걸으며 그 풍경속을 같이 서성였던 이들 생각이 난다.

 

 

2,100km 남해안종줏길에서 1,500km 이상을 누적시킨 트레커는 도합 7명이었다.

그들은 잡다한 개인사보다는 이어가는 길을 늘 우선시 했다.

그들은 길이 끝날 때까지 그 길을 존중했다.

 

고흥반도 지죽도부근 해안을 돌아나오데, 앞서 걷는 형님의 걸음이 꽤나 불편해 보였다.

잇고 싶은 마음 오죽했으랴! 마는, 그 후 형님은 걷지 못한 회차의 구간은 차량으로 그 이음을 대신하곤 했다.

 

그게 길을 잇고자 나선 사람의 의지이고 동행이 된 구성원으로서의 책무이지 않나 싶었다.

길의 인연은 그러했기에 엉켜 붙었다.

 

형님과 나는 1,500km 이상을 같이 걸은 길의 인연이다.

 

 

 

 

 

 

 

 

 

 

차를 가지고 입도를 하면 탐방이야 자유롭겠지만, 술은 마시지 못한다.

 

차 대신 술을 택했다.

섬에 순환버스가 있음 일주를 하고, 없으면 술이나 한 잔하고 나오면 그만이다.

 

11시35분,

뱃고동 대신 클락션을 장착한 위도 파장금행 페리호는 격포항을 출항했다.

 

 

 

 

 

 

 

한 때 마도로스였던 형님은 10여년만에 위도에 가고,

뱃길에 미쳤지만 그간 뱃길로 나서질 못하는 나는 생에 처음으로 위도에 간다.

 

 

 

 

위도를 향해~

 

멀어지는 격포항

 

 

 

2020년 여름 진도군의 하조도 탐방을 끝으로,

대한민국령 섬길을 대상으로 한 나의 아리랑길은 무한중단이 되었다.

 

지금 가는 위도는 비교적 해안으로 난 일주도로가 90% 이상 개설된 섬이다.

하지만, 당분간 걷기는 싫다.

 

섬 순환버스가 운행을 하면 그 버스로 탐방을 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포구의 식당에서 술이나 퍼마시다가 나와도 나는 위도에 간 경상도인이 된다.

 

형님 역시도 이런 무더위속에서는 걷기가 싫다고 하셨다.

 

 

 

 

 

위도항(파장금선착장)으로 다가서는 대원카훼리호

 

 

 

50여분의 항해 후,

느려터진 페리호는 드디어 위도항 파장금선착장에 접안을 했다.

 

다행히 섬을 일주하는 버스가 대기를 하고 있어, 

견주고 자시고 할 틈도 없이 하선과 동시에 버스에 탑승을 했다.

 

 

 

 

 

 

 

 

 

'참 답답들 허요'

'코로나에 날도 더운데 그냥 집구석에들 가만히 처박혀 있지, 뭣한다고 와샀소들, 워메 징허요'

 

6시내고향에 여섯 번 나왔다는 기사님의 환영을 받으며 고슴도치 섬 위도 버스투어가 시작되었다.

 

이하 위도의 풍경은 달리는 버스의 차창을 투영해 찍은 사진들이다.

 

 

 

 

 

 

 

 

 

 

 

 

 

 

 

 

걷지 않는다면 멈춰진 풍경은 없다.

 

지나가는 위도의 풍경들이 아쉽지만,

지나가는 위도의 풍경속에 잠시라도 있는 지금이 고마울뿐이다.

 

 

 

 

 

 

 

일주관광비용은 단 돈 이천 원이었다.

생에 처음으로 온 위도는 이십여 분 버스투어로 끝이 났다.

 

포구의 식당을 찾아 갈까도 싶었지만,

타고 온 배가 지금 출도를 한다길래, 형님께 의중을 여쭙고 미련없이 타고 온 페리호에 올랐다.

 

 

시림은 시나브로 걷히고 있다.

시림이 사라진 날, 엄마가 탄 차를 이 배에 싣고 다시 위도로 올 것이다.

그래서 오늘 내가 본 고슴도치 섬의 풍경들을 엄마에게도 조목조목 보여줄 것이다. 

 

 

 

 

격포항으로 돌아가는 대원카훼리호

 

적벽강

 

 

격포항으로 들어서는 대원카훼리호

 

 

 

엄마 나으면, 그 때 다시 길로 나오라는 형님의 말씀이 뇌리에 박혔다.

 

맞다!

엄마가 아픈데 처싸돌아다니는 꼴은 자식의 꼴이 아니다.

 

 

 

 

곰소항 젓갈정식 (★★★★★)

 

 

 

14시 20분,

불의 항구가 된 격포로 돌아왔고, 항에 적당한 식당이 없어 곰소항으로 갔다.

 

엊저녁 형님의 환대에 답례를 해드리고자 했지만,

내가 지금부터는 술을 마시지 못하니 답례는 천상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형님의 세컨하우스로 돌아오니 16시였다.

부러 서울 퍼스트에서 정읍 세컨드로 내려온 형님을 두고 돌아가는 심정이 너무도 죄송스럽다.

 

형님이 키워낸 농작물을 받아 들자마자,

형님께 꾸벅 목례만을 하고 냉정하게 차에 올라 그대로 액셜레터를 밟았다.

 

떠나고 남고...,

나는 언제부터인가 그런 순간들이 제일로 견디기가 힘들다. 

 

 

샘고을에는 길의 기억을 공유한 형님이 계실 것임에,

언젠가 먼 훗날에 또 이 먼 길을 찾아 나설 내가 되기를 나는 바랬다.

 

 

 

 

 

한국뱃길 시리즈 17  「격포항 → 위도 파장금선착장」

□ 운항선사 : (주)신한해운 대원카훼리호

□ 운항거리 : 10마일 / 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