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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뱃길 - 미륵도 삼덕항에서 욕지도 욕지항 본문

한국뱃길 - 섬으로간길

한국뱃길 - 미륵도 삼덕항에서 욕지도 욕지항

경기병 2022. 9. 26. 17:33

수요일 아침,

주차를 해 놓은 곳으로 가는데,

차 지붕에 돌출된 장식물이 보여 '어 내가 어제 차를 어디에 세워뒀더라..., 잠시 멈칫하는 순간, 

차 지붕의 물체가 퍼드득 하늘로 날아오르고 그제서야 장식물이 아닌 까치인줄 알았고 내 차인줄도 알았다.

 

 

목요일 아침,

정기진료가 있는 엄마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는 심정이 두렵다.

식도염 때문에 4개월 가까이 표적항암제를 복용하지 못한 엄마는,

지난주 CT, MRI, 뼈스캔 등 3개월에 한 번씩 도래하는 검사를 받았고, 오늘은 그 결과를 알게 되는 날이다.

 

겁이난 나는 진료실은 커녕 센터로도 들어가지 못한 채 센터앞 복도를 서성였다.

누군가에 의해 센터의 자동문이 열리니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엄마가 보였고, 짧은 진료시간이 결과를 짐작케 했다..

 

 

까치야, 정말 고맙다. 

 

 

그리고 토요일이 되었다.

엄마가 탄 차를 배에 싣고 또 섬으로 가야지.., 싶었다.

 

의료진도, 바다도, 뱃길도, 달도, 까치마저 고마운 날들에 섬으로 간다.

바다는 아픈 내 엄마를 치유해 줄 것이고, 그 뱃길은 약물에 지친 내 엄마를 위로해 줄 것이다.

 

 

 

 

한국뱃길 - 미륵도 삼덕항에서 욕지도 욕지항 (2022.9.24)

욕지항을 출항하는 욕지영동고속호

 

 

 

통영의 원도심이 충무시일 때, 사람들은 충무를 한국의 나폴리라 칭했다.

그러다가 도농통합으로 충무시가 지워지고 진짜 나폴리를 갔다온 이들이 늘어나면서 희대의 비유는 사라졌다.

 

통영은 통영이다.

지워진 충무시가 그리워도...,

 

13시45분 미륵도 삼덕항에 도착을 하니,

14시에 욕지도로 떠나는 차도선에 섬으로 가는 사람들과 차들이 빼곡히 차 있었다.

 

 

 

 

 

 

 

 

엄마와의 네 번째 욕지도행이다.

하늘이 높고 기온이 쾌청해서인지 처음 가는 뱃길인냥 마음에 설렘이 스며든다.

 

 

 

 

 

 

 

한동안 한반도 서남권역의 뱃길들과 섬들만을 동경했는데...,

 

욕자도로 가는 오늘 뱃길에서,

펄이 녹아든 탁한 뱃길보다는 하늘이 녹아든 맑은 뱃길이,

뻘의 바다에 삐죽히 처박힌 섬보다는 너울의 바다에 쏟아난 섬이 그 한동안을 무색하게 한다.

 

그래도...,

그 탁한 뱃길에 엄마가 탄 차를 싣고, 그 삐죽히 처박힌 섬으로 가고픈 마음엔 변함이 없었다.

 

 

 

 

연대도(좌)와 만지도

 

내부지도(좌)와 외부지도(우)

 

추도

 

두미도

 

국도

 

 

 

뱃길에서 스치는 통영의 섬들을 본다.

그러다가 삶의 의미를 어디에 두고 남은 생을 살아야 할지..., 사뭇 진지해진다.

 

지금까지 열심히는 아니었지만, 생의 노역에 더 이상의 오일교환은 하지 않을란다.

대신에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삶에 의미를 둘란다.

 

스스로 명예에는 떡칠을 하고 산 삶이었고,

일에 열심히란 행동수칙은 절대 반영을 하지 않았음에 재물과 권력은 부럽지도 않은 삶이었다.   

 

엄마와 함께 세상을 서성이는 날들이,

그 따위 명예쌓기 보다, 그 따위 재물축적 보다, 그 따위 권력잡기 보다 훨씬 더 나은 날들임을 안다.

 

 

 

 

 

 

 

고성(통영)반도 서남부 연안에 떠 있는 이련한 섬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친 1부의 항해는,

15시 정각 욕지항에서 끝이 났다.

 

2부 항해의 시작은 16시45분,

따라서 오늘 욕지도에 머무는 시간은 1시간45분이 주어졌다.

 

 

 

 

난 절대 사진은 세로로 찍지 않는데, 언 놈이 차를 섬의 상징물 앞에 떡하니 대놨다, 그래서...,

 

욕지항

 

 

 

사실 오늘 욕지도로 옴은,

간잽이의 소금칠을 거치지 않은 고등어구이를 먹기 위함이다.

 

첫 번째로 찾은 집구석은 역시나 유명세로 떼거지 산행팀으로 인해 난리법석중이었고,

두 번째로 찾은 집구석은 섬에서 경험하기 힘든 브레이크타입중이었다.

에라이~

 

그래서 다소 한적한 식당으로 갔다.

 

 

 

 

 

 

 

 

 

뜻한바 그 목적을 이루고나니 시간은 15시45분이었다.

 

욕지도는 제법 큰 섬이지만,

차량을 이용한 그 일주에 샅샅이와 낱낱이를 없애버리면 1시간도 채 걸리지가 않는다.

 

난 이미 걸어서도 섬을 일주했고,

엄마도 이미 세 번을 온 섬이라서 탐방에 그 무엇도 부여시키질 않았다.

 

 

 

 

삼여도

 

유동등대

 

욕지항

 

 

 

도동마을에서 욕지도산 귤을 사고,

삼여도전망대에서 욕지도 남부해안의 절경을 잠시 바라보고,

16시30분 욕지항으로 돌아오니 뭍으로 타고나갈 배가 들어오고 있었다.

 

가을이 찾아든 날,

높아진 하늘 아래 푸른 바다를 건너 온 섬은 오늘 하루를 소중하게 만들어 주었다.

 

 

 

 

 

굳바이, 욕지도~

 

 

 

살다가 사는게 심심해지면 또 올께...,

물론 엄마도 같이...,

 

 

 

 

 

 

 

 

17시45분 삼덕항으로 나왔고,

뱃길의 끝남과 동시에 문을 닫으려는 김밥집에서 충무김밥 2인분을 포장해 집으로 오니 20시쯤이었다.

 

 

 

 

한국뱃길 시리즈 19  「미륵도 삼덕항 ↔ 욕지도 욕지항」

□ 운항선사 : 영동해운(주) 욕지영동고속호, 욕지영동골드고속호

□ 운항거리 : 13.5마일 / 1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