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뱃길 - 거금도 우두항에서 금일도 동송항 본문
일어나니 하늘이 너무도 맑았다.
그 맑음속에 펼쳐진 세상속으로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11시쯤 집을 나서 무작정 남해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오늘은 또 어디를 서성이다 돌아와야 할지..., 생의 고민과 번뇌는 늘 길에 있다.
한국뱃길 - 거금도 우두항에서 금일도 동송항 (2022.11.5)
13시30분쯤 광양나들목을 빠져나왔다.
그렇지만 190km 고민과 번뇌속에서도 오늘 갈 곳을 정하지는 못했다.
일단은 고흥 과역으로 가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늘 흡족함을 주는 식당이었다.
다소 입맛이 까다로운 엄마도 이 곳에서 만큼은 밥 한 공기를 다 비운다.
그나저나 이제 오늘 여정은 무조건 지금 정해야 한다.
77번 국도 해상교량들이 만든 바닷길을 건너 여수로 간다?
27번 국도 소록대교를 건너 소록도를 둘러보고 거금대교를 건너 거금도로 간다?
마지못해 떠오른 안은 지난날의 반복이었고,
이 좋은 하늘밑에서 구하고자 한 답은 절대 아니었다.
일단은 엄마가 탐방을 못한 소록도를 목적지로 정했다.
지난 두 번의 방문에서 섬 전체가 병원인 소록도는 중국산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방문을 불허헸다.
15시쯤 소록대교를 건너 소록도에 들어섰지만,
오늘 역시도 소록도는 그 방문을 반기지도 허용하지도 않았다.
할 수 없이 거금대교를 건너,
김일체육관을 둘러 15시20분쯤 거금도 동남단 오천항에 닿게 되었다.
그날의 토요일 오후가 선명하게 남아있는 오천항에서 회상이 된 기억들을 마주했지만,
바다에 일렁이는 것들은 '오늘 어디를 가노??' ? ? ? ? ? 뿐이었다.
우두항으로 가 금일도로 가는 마지막 항차를 타자!
그게 오늘의 정답일 듯 싶었다.
육짓길이 멀어 한 날에 생일도와 묶어 탐방을 하기로 한,
평일도라고도 불리우는 금일도를 오늘 갑작스레 가게 되었다.
16시25분에 거금도 우두항을 출항해,
17시10분에 금일도 동단 동송항에 입도를 하고,
18시 정각에 금일도 서단 일정항에서 약산도 당목항으로 나오는 철부선을 타기로 했다.
누가 봐도 아주 미친 무의미한 여정이다.
허나 사람 살아가는 풍경만을 가진 섬은 30분이면 그 탐방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나는 뱃길이 우선이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오늘밤 달빛이 바다에 내려 앉는다.
달빛이 내려 앉은 밤바다를 엄마와 함께 항해를 할 수 있다.
이럼이 오늘의 목적이고 이럼이 내 삶의 논픽션이다.
저물녘을 도래시키는 해를 마주하며,
지난번 금당도를 탐방하기 위해 탄 뱃길에 다시 엄마가 탄 차를 실었다.
떠돎은 이런 것이다.
오늘 돌아가야 할 집은 동쪽으로 200여 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저물녘이 다 된 시간, 노모를 데리고 더 멀어지는 섬으로 가는 선상의 심로는 그래도 설레였다.
그게 지금의 내 떠돎이었다.
고흥반도 남단 녹동항을 모항으로 삼아 연안의 섬들을 오가는 낡디낡은 철부선은,
첫 번째 기항지 금당도에서 대부분의 승객과 차량을 내려주었고,
두 번째 기항지 비견도는 내리는 이도 타는 이도 없어 접안을 하지 않았고,
세 번째 기항지 충도에서는 엄마와 나 그리고 내 차만을 태운채 마지막 기항지 금일도를 향했다.
17시10분,
평화훼리5호는 금일도 동단 동송항에 접안을 했다.
이제 처음 온 낯선 섬,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이었다.
한국뱃길 시리즈 21 - 「거금도 우두항 → 금일도 동송항」
□ 운항선사 : 평화해운(주) 평화훼리5호
□ 항해거리 : 7.9마일 /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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