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뱃길 - 암태도 남강선착장에서 비금도 가산항 본문
천문이 좋은 날들이 시작되었다.
추석보다는 연휴가 좋고 연휴보다는 휘영청 떠 있는 달이 비추는 그 빛에 물든 밤이 더 좋다.
달은 바다에서 봄이 제일이고,
이왕이면 그 빛에 물든 밤바다를 항해하는 철부선의 갑판에서 봄이 더 좋을 듯 싶었다.
한국뱃길 - 암태도 남강선착장에서 비금도 가산항 (2022.9.11)
연휴가 시작된 첫 날,
다아이몬드제도의 서각을 가고자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니 진영JC부터 주차장이다.
안갈란다..., 하고 차를 돌렸다.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일어나자마자 고속도로교통상황을 확인하니 목포로 가는 선의 색이 대부분 녹색으로 표출된다.
10시30분,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집을 나섰다.
부디 오늘 긴 여정을 엄마가 잘 버텨주길 바라면서...,
해를 따라 324km를 달려 14시30분쯤, 목포 근대역사관부근에 도착을 했다.
누구에게나 그러한 도시들이 떠나고 싶은 마음에 존재를 하겠지만,
그 후로...,
내겐 서귀포와 속초 그리고 목포가 마음에 박혔다.
내 사는 곳에서 팔백리 넘어에 있는 목포...,
내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살고 있지 않지만,
엄마와도 이미 네 번을 온 목포에 오늘 또 엄마와 다이아몬드제도 서각을 가기 위해 기어이 오고야 말았다.
어찌나 난리들인지,
그 난리를 경험하고자 찾은 식당은 분명 난리전의 이야기였다.
식당을 나오니 15시였다.
압해대교와 천사대교를 건너 호떡을 사 먹고,
오늘 뱃길이 시작되는 암태도 남강선착장에 15시50분까지 도착을 하자니 시간이 빠듯해진다.
어차피 섬에서 나오는 뱃길은 22시를 넘어서까지도 있다.
16시 항차를 못타면 추석연휴 임시편성된 16시20분 항차를 타면 되고...,
오늘 일정에 조바심은 없다.
호떡을 물고 암태도 남강선착장에 도착을 하니 16시05분이었다.
올해 3월 이 시간쯤에도 엄마와 함께 이 곳에 있었다.
호수 같아 보이는 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오도가도 못하는 심정으로 이십여분을 서성이다가 돌아서고 말았다.
그리고 반년이 지난 오늘,
그날 가지 못한 다이아몬드제도 서각에 위치한 비금도와 도초도를 가고자 다시 이 곳으로 왔다.
승선권을 발급하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달라고 하니,
또 배 탈라고?를 넘어 '집도 먼데 지금 섬에 들어가 뭐를 우짤낀데?' 이란다.
나이가 들수록 잠은 집에서 자고 싶은게 사람의 마음이고,
급하다고 현지의 아무 병원이나 갈 수 없는 엄마와의 여행은 무조건 당일이 원칙이다.
막상 승선을 할려고 하니,
그제서야 오늘 집으로 돌아가야 할 밤의 여정이 걱정스러웠고,
무엇보다 오늘 이 긴 여정으로 인해 엄마가 힘들어하면 어떻하나..., 싶어졌다.
가 보자!
엄마의 자포자기성 용단에 힘입어 16시20분에 비금도 가산항으로 떠나는 도초카훼리2호에 차를 실었다.
일기를 쓰지 않는 나는,
포털(다음)에 길의 기록을 남기며, 더하여 먼 훗날에 그 시절이 될 오늘을 갈기고 있다.
그 형식이 이제 블로그에서 티스토리로 바뀌었다.
사뭇 그 차이감도 없는데..., 왜 이런 사람 귀찮은 지랄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걸어가는 길의 기록을 접고,
무엇인가 타고가는 길의 기록에 치중함은 엄마와의 동행을 위한 자구책이었다.
그래서 추가한 카테고리가 케이블카를 타는 하늘길과 항로를 타는 뱃길이었다.
현재 미승선중인 뱃길들에서 가장 설레이는 권역은 단연 한반도 서남권역의 뱃길들이었고,
특히 연륙화가 급속도로 진행중인 다이아몬드제도내 섬으로 가는 뱃길들에는 조바심마저 들었다.
이제 힘에 붙혀 2층의 객실로도 올라가기를 거부하는 엄마이지만,
나는 오늘 엄마가 탄 차를 뱃길에 실고 한반도 서남권역에 위치한 다이아몬드제도 서각으로 간다.
오늘 뱃길의 대상이 된 섬은,
대한민국 대표적 소금 산지인 비금도와 서남문대교로 비금도와 연도가 된 도초도다.
17시쯤 비금도 동단에 위치한 가산항으로 입도를 해,
비금도에서는 염전과 이세돌바둑기념관 그리고 명사십리해변을 둘러보고,
18시쯤 서남문대교를 건너 도초도로 들어가,
도초항과 수국공원 그리고 영화 자산어보촬영지를 구경 할 것이다.
여행은 낯선 세상을 서성이는 짓이다.
그러다가 집으로 돌아옴이 엄마와의 여행이다.
서성임에 샅샅이와 낱낱이는 필요치가 않다.
두 시간여 두 섬을 좀 서성이다가 19시20분 항차로 섬을 나올 것이다.
한반도 서남권역 뱃길의 바다는 펄이 녹아든 구정물 같은 회색이다.
그 회색의 바다에 그어진 지즘 선으로 여럿 배들이 오간다.
대한민국은 싫지만 한반도는 싫지 않은 풍경이다.
펄의 바다에 또 일엽편주를 띄운다.
엄마와 함께 항해를 하는 철부선의 선상에 있을 때가 요즘 제일 행복함에는 틀림이 없다.
17시05분쯤,
펄의 바다를 40여분 항해한 도초카훼리2호는 비금도 가산항에 접안을 했다.
낯선 풍경에 옴은 좋은데,
근데, 섬을 나갈려는 차들로 선착장이 인항인차다.
뭐지? 분명 출도때 표는 현지에서도 충분히 발권이 된다고 했는데...,
이세돌이고 자산어보고 나발이고, 일단 오늘 섬을 나가는 표부터 확보함이 우선이었다.
선착장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차량선적대기표가 주어지고 출항 30분전부터 발권을 한다고 했다.
이미 19시20분 이전의 모든 항차별 차량선적발권도 끝이 났다고 했다.
19시20분 항차에 차를 실으려면 지금부터 줄을 서야한다.
줄을 서면 비금도 탐방은 가산항이 전부고 도초도는 꼴도 못보고 간다.
줄을 서지 않는다면 21시 혹은 22시50분 항차로 섬을 나가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집에는 내일 도착이 된다.
대기표를 나눠주는 선착장관리자가 다가왔다.
처한 사정을 말하니, 어제의 정황으로 볼 때 18시30분까지 선착장으로 오면 19시20분 항차는 탈 수도 있다고 했다.
우짜지?
에라이~ 달빛도 있는데,
21시면 어떻고 22시50분이면 어떠랴~ 일단 도초항까지는 둘러보고 오기로 했다.
내 생이 처음 온 다이아몬드제도 서각에 머물게 한 시간은 두 시간이 전부였는데,
예상치 못한 출도의 배편을 구할려면 그 두시간에서 한 시간은 가산항을 서성일 수 밖에는 없었다.
서성임에 샅샅이와 낱낱이는 없어도,
도초도 서단 언덕배기 정약전의 집구석 대청마루에 걸터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호사는 내 몫이 아니었다.
논픽션에 픽션은 썩지 않아야 함이 옳다.
도초항에서 차를 돌려 다시 서남문대교를 건너 가산항으로 돌아오니 18시25분이었다.
잠은 집에서 자야하고,
아침에 집중된 엄마의 약은 집에 있고,
정약전의 집구석 방문을 포기한 댓가로 19시20분에 섬을 나가는 승선권은 무난하게 발권을 받았다.
한반도 남동측 끝에서 남서측 끝으로 와 사십여분 배를 타고 온 낯선 섬에 어둠이 내린다.
허나,
엄마도 있고...,
곧 달도 뜰 것이고...,
조금만 기다리면 뭍으로 나가는 배도 올터이니...,
원래 서글픈 저물녘이지만 그렇게 서글프지는 않았다.
여행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천사대교를 통해 차로도 갈 수 있는 목포를,
안좌도 읍동선착장에서 비금도에서 오는 철부선을 타고 갔다.
왜 구지 배를 타고 가요?라 묻는 승무원과의 대화에서 이 뱃길이 23시까지도 운항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달이 뜬 밤에 그 뱃길에 엄마와 함께 있어봐야지..., 싶었다.
그로부터 10개월여가 흐른 오늘,
그날 엄마를 보며 아픈 엄마에게 해주고 싶었던 내가 할 수 있는 치유를 이행하게 되었다.
바다는, 뱃길은, 달빛은,
아픈 내 엄마를 그 너울과, 그 바람과, 그 빛으로 치유해 줄 것이다.
저녁때꺼리를 구하고자 남해고속도로내 4곳의 휴게소를 들린 끝에,
23시가 넘은 시각 겨우 진주휴게소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다음날 01시쯤이었다.
한국뱃길 시리즈 18 「암태도 남강선착장 ↔ 비금도 가산항」
□ 운항선사 : 도초농협 도초카훼리2호
□ 운항거리 : 8.1마일 /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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