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이 도시가 있어 행복했다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본문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 찾아 갈 남녁바다의 섬은 동이났고,
차 없이 찾아 간 섬은 엄마에게는 곤역스럽고...,
이미 한국뱃길에 등재를 시킨 뱃길이지만,
엄마는 그 섬을 탐방하지 못했기에...,
변산반도 격포에서 7.5해리 떨어진 고슴도치를 닮은 섬,
위도를 가고자 09시쯤 집을 나섰다.
이 도시가 있어 행복했다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2023.6.17)
그러니까...,
지난해 7월,
존경하는 깻다리 형님의 샘고을 고향집을 찾아갔을 때,
다음날 형님과 함께 격포로 가 파장금행 뱃길에 올라 위도를 탐방(버스투어)했다.
그 여정이 그리 만만치는 않아도,
위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바다 풍경을 엄마에게도 보여주고 싶음이 내 마음이었다.
격포발 파장금행 3항차의 출항시간은 13시25분이었는데,
나는 10분 뒤인 13시35분으로 착각을 하고 서해안고속도로 고창고인돌휴게에서 다소 여유를 부렸다.
혹시나 싶어 뱃시간을 다시 확인하니 이런 13시25분이다.
줄포나들목을 나와 곰소항을 지나칠 무렵이었고 시간은 12시45분이었다.
늦어도 13시15분까지는 도착이 되어야 하는 격포항여객터미널까지 남은 거리는 21km...,
내 생의 길에서는 꼭 그럴 때,
앞서 가는 차는 백발백중 김여사가 운전을 하고 있다.
아무리 굽어진 왕복 2차선 도로라지만 40km/hr에도 못미치는 주행,
젓년을 추월할 구간이 나타나지 않아 한참을 쫄깃해지는 심장으로 모항까지는 추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13시19분 격포항여객터미널에 도착이 되었고,
승선을 돕는 승무원에게 발권을 하고 올테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니, '차는 만선입니다'라 했다.
15시30분 항차라도 타겠다는 심정으로 매표창구로 가니,
분명 '가고싶은섬' 앱에는 존재를 한 15시30분 항차는 없었고, 마지막 항차 역시도 차는 매진이었다.
더러봐서 안간다.
한 번 처갈라고 예매에 확인에 확인을 하는 짓이 지랄맞아 무턱대고 온 나도 문제였지만,
개판으로 공지되는 운항시간은 더 문제였다.
엄마도 스캔의 기억이 있는 채석강이나 한 번 더 마주하고,
오늘 여정의 대안으로 정한 군산에 들기로 했다.
자꾸만 보게되니 상족암만 그리워지는 해식절벽 대신에,
격포항 남,북방파제를 빠져나가는 파장금카페리호가 일으키는 포말만을 바라보다가...,
13시50분 더 이상은 오지 않을 격포항을 떠났다.
14시35분쯤 군산에 들어,
은파관광지 근처 민물새우탕이 유명하다는 식당부터 찾았지만 브레이크타임의 시작이었다.
그래, 오늘도 안되는 놈의 전성기구나..., 싶었다.
14시50분쯤,
금강 건너 보이는 '장항'이 마치 청출어람으로 다가오는 '군산수산물종합센터'로 왔다.
도둑을 넘어 강도가 된 간장게장을 사들고 온 엄마는,
시장에 널린 서해산 수산물의 종류에 놀라워하며 그 구매 못함을 조금은 아쉬워했고,
금강 건너 보이는 장항에 꽂힌 나는,
오늘 꼭 금강하구를 가로지르는 '동백대교'를 건너 장항에 들고 싶었다.
장항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전북 군산에서 충남 서천으로 갔지만,
결국은 눈이 가는 식당을 찾지 못하고 다시 군산으로 넘어왔고, 다시 은파관광지 부근으로 갔다.
당췌 뭔 맛이 이 따위냐?
육수 대신 된장을 푼 해물탕에 아귀를 듬뿍 넣으니 맛이 날리가 있냐?
해물탕도 아니고 아귀탕도 아니고 그렇다고 된장찌개도 아니고...,
그 맛을 대신 자랑해준 방송사와 유튜브들은 본인들이 뭔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한겨...,
17시가 지났지만,
이대로 군산을 떠나기는 싫어 '군산근대역사박물관'으로 갔다.
나는 포구의 회한을 간직한 항구도시들이 참 좋다.
통영, 삼천포, 여수, 목포, 군산이 그렇다.
며칠 전 진해에 갔지만 창원이 덮어버린 진해는 진해에 왔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지명마저 농락을 한 정치잡배들로 인해 영남의 항구도시는 이제 그 기억조차도 희미해지고 있었다.
오늘 군산으로 오니 군산에 왔음이 피부고 뭐고 전신에 바로 다 느껴진다.
평범한 것들을 멋과 맛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호남은 포구의 회한마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오늘 여정의 목적지 위도는 못갔지만,
그 대안으로 찾은 군산은 위도 못감을 안감으로 바꿔놨다.
박물관 3층으로 오르는 승강기에서 무심히 금강을 바라보는데,
격포발 위도행 3항차의 철부선이 군산 내항에 위치한 조선소에서 한창 치료를 받고 있었다.
수리에 따른 결항임에도 항차를 버젓이 공지한 '한국해운조합'과 '신한해운'에,
인성상 개지랄을 퍼부어야 했지만 득분에 군산으로 오게 되었음에 참았다.
승강기에서 내린 엄마는 무릅이 저려 복도에 놓여진 간이소파에 앉으며 관람을 포기한다.
엄마도 서글프고 그런 엄마를 보는 나도 서글프다.
서글픔을 털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안내데스크에서 휠체어를 빌려와,
1930년 군산이 보여질 '근대생활관'으로 엄마가 탄 휠체어를 밀며 들어섰다.
군산을 뉘가 감히 한낱 지방의 소도시라 말하리오마는,
군산의 현실 또한 수도권 쏠림현상으로 현재는 인구 26만의 소도시로 전락했다.
허나 군산은 저력이 있었다.
군산이 만든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대한민국 어느 대도시들의 그것 못지 않았다.
지금은 그 길을 잇지 못하고 있는,
'등대기행 - 등대가는길'에 꼭 등재를 시키고 싶었던 '어청도등대'를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마주했다.
튼튼한 휠체어를 사고,
그 휠체어에 엄마를 태워밀며 어청도등대를 한 번 찾고 싶다.
그 꼴은 우습겠지만...,
18시20분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나왔다.
연계된 호남관세박물관 등을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돌아가야 할 집도 멀고 무엇보다 엄마가 피로감을 보이니 오늘 군산은 여기까지로 했다.
늦은 점심을 먹은 탓에 길에서의 저녁은 패쓰를 하고,
완주장수고속도로 마이산휴게소서에서 딱 한 번의 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21시30분이었다.
군산에서 사들고 온 게장으로 저녁을 먹으니,
환장 할 군산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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