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회상이 될 길의 기록

섬은 없다 - 외도 보타니아 본문

관람투어 - 정처없는길

섬은 없다 - 외도 보타니아

경기병 2023. 6. 23. 17:24

포(浦)는 사람이 바다로 나가는 길목이다.

 

한반도 연안에 산재한 무수한 포구들에서,

나는 거제도 동측해안 가운데에 위치한 장승포를 가장 애뜻해 한다.

 

 

소시적 통영을 돌아가는 육짓길이 멀어 중앙동에서 배를 타고 거제도로 갈 때면,

으레 그 뱃길의 끝은 장승포가 되곤했다.

 

장승포시외버스정류장에서 장승포항여객선터미널까지 h와 걸었던,

그 길의 기억은 어쩌면 내 생에 가장 아름다웠던 겨울날의 밤길이었는지 모르겠다. 

  

 

아무도 모르는 그 길의 기억을 찾아,

삼십여 년 전 그에게 오만원을 쥐어준 기억을 잊은? 엄마를 데리고 12시쯤 집을 나섰다.

 

 

 

섬은 없다 - 외도 보타니아 (2023.6.18)

외도 보타니아 비너스가든

 

 

목적지를 장승포로 정했지만,

도착을 해 점심을 먹고나면 딱히 서성일 곳은 없다.

 

생각이 나면 생각난대로...,

 

 

 

 

 

 

 

수국축제가 열린다는 저구항으로 갈까?도 싶었지만,

14시쯤 결국은 장승포에 도착을 했다.

 

 

 

 

아름다운 장승포를 더럽히는 집구석

 

이래 처주고 오만원이다.

 

 

주문한 량을 썰다가,

다른 손님들이 들어와 물회를 시키니 내가 주문한 량으로 갈라버린다.

물회를 시킨 손님들이 회 량이 적다고 하니 멀쑥한 표정으로 회피를 한다.

 

엄마 앞에서 디비기도 그렇고,

밥이나 빨리 달라고 하니, 뭘 하는지? 회접시가 비워진지 한참인데 답만을 한다.

 

사장인지 부모 등처먹는 자식인지는 몰라도 포를 뜬 놈을 불렀다.

밥이고 나발이고 다 땔챠뿌고, 시킨거 다 계산하라고 카드를 내밀었다.

곧 나오는데요...,

됐고 계산이나 빨리...,

 

식당을 나오니,

나처럼 노모를 모시고 온 물회 손님들 역시도 먹다말고 식당을 나오고 있었다.

 

 

장승포로 들어서는 두모로터리에는 '아름다운 장승포항'이란 글귀가 적힌 돌장승이 서 있다.

한 놈의 파렴치한 상술이 아름다운 장승포를 망치고 있었다.

장승포는 절대 그런 곳이 아닌데..., 말이다.

 

 

 

 

 

 

 

 

 

두유 한 병과 보름달 빵 한 봉지를 사들고 장승포유람선터미널로 왔다.

 

그로부터 이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때 엄마는 비너스가든까지도 무난하게 올랐다.

 

 

 

 

장승포항

 

 

엄마에게 오늘 외도 탐방은 무리임을 알지만,

장승포항을 빠져나가 바다로 갈 방법은 외도가는 유람선을 타는 것 외에는 없었다.

 

 

 

 

 

 

 

 

 

괜스레 든 기억을 쫒아 장승포로 왔고,

보이는 방파제 밖, 바다로 나가고 싶어 외도로 간다.

 

 

 

 

 

 

 

 

 

 

 

유람선이 출발을 하니,

어디선가 몰려온 갈매기들이 따라 붙는다.

 

아직 추자도와 거문도가 남았지만,

한반도 남녘바다에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 떠날 수 있는 섬 없음이 처량하다.

 

 

 

 

지심도 - 서부해안

 

지심도 - 남부해안

 

서이말

 

 

지심도로 갈까?도 싶었지만...,

 

배가 선착장에 닿으면,

외도도 적나라한 오르막에 엄마가 기겁을 할 판인데,

지심도의 그 까마득한 오르막과 마주한다면 엄마가 아마도 기절을 할 것 같아 외도를 택했다.

 

 

 

 

외도 선착장 접안

 

외도 선착장

 

 

승선 30여 분이 지난 16시쯤,

합작한 선사들과 함께 돈을 쓸어담고 있는 외도에 입도를 했다.

 

보타니아로 오르는 길을 본 엄마는,

예상대로 선착장 파고라밑 의자로 가더니 그대로 앉아버린다.

 

그리면서.

'니 혼자 구경하고 온나'라 했다.

 

 

 

 

 

 

 

주어진 상륙시간은 1시간50분인데...,

당췌 뭘 우째야 할지...,

 

 

 

 

 

 

 

 

 

단호한 엄마를,

간곡히 어르고 달래 기념품가게까지 올랐다.

 

오렌지쥬스 한 잔 시켜주고...,

 

 

 

 

 

 

 

 

혼자서 외도 보타니아 탐방에 나섰다.

 

난 사람 살아가는 섬이 좋다.

꾸며진 섬은 이제 늙어서 싫다.

 

왔으니 서성일 뿐이다.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

그리고 누군가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섬은 예뻤다.

 

 

 

 

 

 

 

 

 

 

 

엄마가 좀 심심할낀데...,

전망대까지 가기도 귀찮고...,

 

비너스가든에서 걸음을 돌렸다.

 

엄마는 졸고 있었다.

 

 

 

 

 

 

 

 

 

 

 

다시 선착장으로 내려와,

바다에 머물고 있는 저 배가 떠날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린다.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섬이 될지라도,

팔순 엄마에게는 그림의 떡인 고행의 섬이었고,

네 번째 탐방을 한 나에게는 다시는 오지 않을 섬이었다.

 

 

 

 

외도 해안 - 1

 

외도 해안 - 2

 

 

17시50분, 다시 유람선에 승선을 했다.

 

곧장 장승포로 돌아가면 좋으련만,

유람의 코스상 해금강은 필수라 개 끌려가는 심정으로 해금강을 향했다.

 

 

 

 

 

 

사자바위

 

 

 

촛대바위 (배 밖으로 나가기도 귀찮아 안에서...,)

 

 

갈도라고도 불리우는 해금강,

근데 이제 사자고 촛대고 나발이고 지겹다.

어서 빨리 장승포항으로 돌아갔음 소원이 없겠다.

 

 

 

 

해금강 선상반주 (남서해안)

 

 

출항 때는 새우깡과 물을,

입항 때는 미역을 팔았다.

 

선장의 구수한 입담이 통했는지 엄마는 미역 한 다발을 샀고,

장승포유람선 - 거제아일랜드호는 19시쯤 장승포항으로 돌아왔다.

 

 

 

 

 

 

 

 

 

삼락동에서 재첩국으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21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