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뱃길 - 노량항에서 대도 빨간풍차선착장 본문
어느 누가 인생을 떠도는 구름이라 했나...,
그런 노랫말이 있다.
내가 아니면 집에서 무료하게 있을 엄마를 두고,
떠도는 구름일 수는 없어 오늘도 엄마를 데리고 정처없는 길로 나섰다.
한국뱃길 - 노량항에서 대도 빨간풍차선착장 (2024.1.27)
다시멸을 사야한다기에 삼천포로 향하다가,
겨울 참숭어 생각이 나 남해고속도로 이탈을 조금 더 늘렸다.
그렇게 13시10분쯤,
육지와 섬사이 수로를 칭하는 량(梁)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다 건너 남해도가 선명하게 그 물에 녹아 든 노량에 도착을 했다.
량(梁)이라 지칭하는 바다들의 풍경에서,
나는 남해도가 있는 노량의 풍경을 최고라 치부하고,
량(梁)이라 지칭하는 바다를 건너는 연륙교들의 자태에서,
나는 노량을 횡단하는 남해대교와 노량대교의 자태를 거금대교 다음으로 꼽는다.
훌륭한 맛이었다.
누가 뭐래도,
늦여름이면 노량에서 잡힌 전어가 제일이고,
누가 뭐래도,
한겨울이면 노량에서 잡힌 참숭어가 제일이다.
먼저 식당을 나와 항을 서성이다가,
항에 정박중인 초췌한 철부선 한 척과 마주했다.
그러니깐 작년 12월 23일에도 노량으로 와 겨울 참숭어를 먹었고,
그날도 오늘처럼 먼저 식당을 나와 항을 서성이다가,
저 철부선이 항을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한 번 타보까...,
결국은...,
결국은 삼천포 용궁수산시장부터 가야한다는 엄마를 설득해,
결국은 14시30분에 갈사만 대도로 가는 '대도아일랜드호'에 승선을 했다.
어느 누가 인생을 떠도는 구름이라 했나,
오늘은 엄마를 데리고 노량에서 갈사만 대도를 오가는 뱃길이나 떠돌란다.
차 대신 휠체어를 싣고...,
대도는...,
경상남도 하동군의 유일한 유인도로,
섬진강하류 갈사만과 남해도 서북부해역에 위치한 섬이다.
차를 가지고 입도를 하면 비좁은 섬길이 차 때문에 불편해짐에,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 떠나는 한국뱃길에서는 제척을 시킨 섬이었다.
지난 여름,
엄마와 함께 진주만과 갈사만의 포구들을 참 많이도 들락였다.
어쩌면,
술상포구, 중평항, 나팔포구에서 먹은 노량산 전어회 득에 엄마가 건강해졌는지도 모르겠다.
15분 남짓한 뱃길,
엄마는 선실 창가에 앉아 노량으로 내려앉는 볕을 쬐고,
나는 갑판에 올라 불어오는 매서운 해풍을 맞으며 한국뱃길 구성에 최선을 다했다.
15분의 짧은 그래서 조금의 지루함도 존재하지 않은 뱃길은,
14시45분 대도 동남단 빨간풍차선착장에서 끝났다.
섬을 나오는 시간을,
지워진 15시30분으로 착각을 한 탓에,
조그마한 섬에 머물러야 할 시간은 17시까지 2시간15분이나 주어졌다.
북상으로 대도마을을 구경하고,
빨간풍차가 달린 카페에서 뭐를 마시고,
남하로 대도와 연륙이 된 이름모를 섬을 갔다오면 시간은 지나간다.
엄마가 탄 휠체어를 밀며,
남동부 빨간풍차선착장에서 북동부 대도마을이 끝나는 쉼터로 왔다.
토요일 오후가 주는 한적한 평화가 아니어도,
그저 보이는 모든 것들에 평화가 묻은 대도의 풍경이다.
그 평화스런 대도의 풍경 속을 엄마와 거닐 수 있어 더 없이 좋다.
마을이 보이는 마을의 끄트머리 정자쉼터에서,
학들이 사는 섬과 파래를 채취하는 주민들을 보며 한참을 앉아있었다.
그러고도 부족해,
빨간풍차선착장으로 돌아와 커피 한 잔씩을 시켜놓고 또 한참을 앉아있었다.
울퉁불퉁한 길에서는 걸어야 하는 엄마의 고달픔을 알지만,
하도 시간이 안가 할 수 없이 대도와 연도가 된 이름모를 섬으로 들어섰다.
고즈넉하니 참 잘 꾸며놓은 섬이다.
탐방로가 무장애길로 조성이 됐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 만큼...,
14시45분에 빨간풍차선착장으로 입도를 해,
15시30분에 대도마을선착장에서 출도를 하고자 했지만,
지워진 항차를 인지한 탓에 차도 없이 들어선 섬에서 두 시간을 머물렀다.
하지만 남해가 갈사만에 숨겨둔 예쁜 섬 대도에서,
엄마와 머문 두 시간은 분명 아름다운 시절 속 아련한 회상으로 남을 것이다.
17시 정각,
남해가 갈사만에 숨겨둔 예쁜 섬 대도를 떠나는 뱃길에 올랐다.
세월은 참 유순히 흐른다.
그 유순한 세월의 어느 날에,
엄마와 정처없이 나선 길에서 배 하나를 보았고,
그 배가 가는 섬으로 가 하루를 보내고 이제 집으로 간다.
바다 건너 우뚝 쏫은 금오산도 두 번이나 케이블카를 타고 엄마와 오른 산이 됐고,
금오산에서 내려다 보던 대도 역시도 이제 엄마와 간 섬이 됐다.
추억은 픽션이지만,
기억된 회상은 절대 논픽션이다.
그 논픽션에 노량과 갈사만 그리고 대도를 담았다.
17시15분,
대도아일랜드호는 노량항에 접안을 했고,
대도에 집을 둔 사람들이 집으로 가는 마지막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와 나는 집에 갈라고 하선을 하고,
그들 역시도 집에 갈라고 승선을 하고,
그 스침에서 30대 전후의 여성분을 되돌아 보았다.
저 분이 그 분인가...,
아까 대도마을 정자에 앉아 엄마랑 하염없이 바다멍을 때리고 있을 때,
연신 울리는 전화벨에 파래 뜯던 뻘투성이인 손으로 겨우 전화를 받던 아주머니를 보였다.
나 파래 뜯고 있어..., 온다고?
그렇게 말한 그 아주머니의 딸인가? 싶었다.
하선과 동시에 부리나케 사천만을 건너 삼천포 용궁수산시장으로 가니,
다행히 시장은 아직도 성업 중이라 엄마는 다시멸을 살 수가 있었다.
대한민국 고속도로휴게소 푸드코드 중 가장 맛대가리가 없는 끼니들을 파는,
남해고속도로 진주휴게소(부산방향)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20시40분쯤이었다.
한국뱃길 시리즈 37 「노량항 ↔ 대도 빨간풍차선착장」
□ 운항선사 : 대도마을 대도아일랜드호
□ 항해거리 : 1.8해리 /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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