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뱃길 - 미륵도 달아항에서 학림도 선착장 본문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비가 내릴거라 했지만,
일어난 일요일 아침 비는 개뿔, 날만 화창했다.
그래서 아니 나갈 수가 없어 11시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어제는 거가대로를 타고 거제도로 갔으니,
오늘은 14번 국도를 타고 통영으로 감이 정처없는 서성임의 답이었다.
한국뱃길 - 미륵도 달아항에서 학림도 선착장 (2024.3.17)
통영에 닿아도 딱히 갈 곳은 없다.
오랫만에 미륵도를 일주하고 맛있는 점심이나 먹고..., 그러면 그만이다.
13시20분쯤,
미륵도 남부해안에 위치한 달아항에 차를 세웠다.
습관적으로 매표소 앞을 서성이다가,
운항시간표에서 잠시 갔다올 수 있는 섬 하나를 찾았다.
그렇다면...,
그 때도 이미 여든을 넘긴 엄마를 데리고,
오늘 학림도로 타고 갈 '섬나들이호'를 타고,
만지도로 입도를 해 출렁다리를 건너 연대도에서 출도를 한 적이 있었다.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
오늘 또 달아항에서 '섬나들이호'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철부선은 운항을 하지만,
엄마가 탄 차를 싣고 떠날 수 있는 섬은 극히 일부만이 남았고,
여정의 여건상 그 운항시간 맞추기가 고역이라,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 떠나는 '한국뱃길'을 더는 잇지 못하는 처지였는데,
오늘 무심코 온 달아항에서 뱃길 하나를 찾아내 엄마가 탈 휠체어를 철부선에 실었다.
고성(통영)반도와 연륙이 된 미륵도 남부해역에는,
아귀자귀한 다섯 섬들이 바다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출렁다리로 연도가 된 연대도와 만지도,
학림도가 감싼 송도와 저도가 그 섬들이다.
물멍이고 나발이고,
출항 10여 분이 지나니 학림도였다.
14시20분 학림도 북부 중앙에 위치한 선착장으로 입도를 했다.
만지도(연대도)로 간 섬나들이호가,
돌아올 때까지는 25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근해에 위치한 작은 섬,
25분을 머물다 떠날 섬이지만,
섬의 북부에 형성된 취락지역만을 서성일 것임에 시간은 충분했다.
섬은 더 없이 아늑하고 더 없이 평화로웠다.
아둥바둥 살아야 할 이유도...,
욕망을 가져야 할 이유도...,
그런거 없이 그저 살면 그만인 환경 속에서 살고 있었다.
기억 속 풍경이 된 옛집 몇 채가 아직도 당당히 그 자태로 남아,
그 옛날 섬마을 삶을 지우지 않고 있었다.
미륵도 남단에 자리한 다섯 섬들 중,
학림도는 연대도와 함께 섬을 일주하는 트레킹코스가 발굴된 섬이다.
그 인기가 시들해졌는지,
오늘 학림도를 찾아 온 트레커는 한 명도 보이지가 않는다.
빠르면 14시40분에 돌아겠다, 하고 연대도(만지도)로 떠난 섬나들이호는,
14시55분이 되어서야 정원에 육박하는 승객들을 태우고 나타났다.
흐르는 세월 속,
내 있음에 엄마는 집에서 무료하게 그 세월을 바라볼 순 없다.
흐르는 세월 속,
이 섬, 저 섬, 오만 섬을 다 데꼬 다닐 것이다.
15시6분 섬나들이호는 미륵도 달아항에 접안을 했다.
정처도 정하지 못한 채 길로 나섰지만,
길로 나서면 정처는 또 그럴싸하게 나타난다.
오늘 정처가 된 학림도 역시도 아름다운 시절 속 예쁜 섬이었다.
가고는 싶지만,
오지를 말라면 가지를 말아야 한다.
그러함이 섬에 대한 배려이고 낙도민을 위함이다.
대동에서 국수 한 그릇씩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19시쯤이었다.
한국뱃길 시리즈 38 「미륵도 달아항 ↔ 학림도 선착장」
□ 운항선사 : 저림연곡도선운영회 섬나들이호
□ 항해거리 : 1.4해리 / 10분
'한국뱃길 - 섬으로간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뱃길 - 제주도에서 완도 실버클라우드호 승선기 (1) | 2024.05.13 |
---|---|
한국뱃길 - 목포에서 제주도 퀸제누비아2호 승선기 (1) | 2024.05.08 |
한국뱃길 - 노량항에서 대도 빨간풍차선착장 (0) | 2024.01.29 |
한국뱃길 - 제주도 운진항에서 가파도 상동포구 (0) | 2023.10.06 |
한국뱃길 - 제주도에서 여수 골드스텔라호 승선기 (0) | 2023.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