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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하얀 너울이 장관인 바다냐? 하얀 설원이 펼쳐진 산골이냐? 그 선택은 엄마에게 맡기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 내일 점심으로 오곡밥과 미주구리찌개 중 하나를 택하라고 했다. 주중 늘 집에서 따분한 날들을 보내는 엄마는 티나지 않는 반색을 하며 오곡밥을 선택했다. 내심 오곡밥을 택해주길 바랬다. 지리산 북부권역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고 했기에..., 겨울에세이 - 지리산가에서 (2022.12.24) 살면서 이리도 겨울이 좋은적이 있었던가, 강추위에 미동조차 없이 얼어 있는 풍경들이 좋고 떠난 그곳에 눈이 있어 더 좋다. 이브고 나발이고..., 지리산가로 가 오곡밥 한 그릇 먹고 눈 덮힌 산야를 서성이다 오면 그만이다. 레츠 고, 지리산을 외치며 출발을 하니, 말린 납새미를 사야한다는 엄마의 요청으로 칠암항부터..
왜 그 산을 어머니의 산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가뿐 숨을 헉헉대며 그 산의 꼭대기에 세 번을 올랐고, 지겨워 디지는 맛으로 그 산의 능선을 두 번이나 걸었지만, 어머니와의 동질성은 없었다. 지리산은 전남·북과 경남의 5개 시·군에 걸쳐진 산이다. 나는 구례 하동 산청의 산맥을 남부권역으로, 함양과 남원의 산맥을 북부권역으로 나눈다. 내가 나눈 두 권역에서, 나는 북부권역에 더 애착이 가고, 그 북부권역에서도 람천과 만수천이 흐르는 그 골짜기들이 가끔식 그리워지기도 한다. 가을이 왔고, 그 골짜기에 물들기 시작하는 가을을 엄마에게 보여주고자 11시쯤 집을 나섰다. 지리산 냇물 - 람천 & 섬진강 (2021.10.23) 생초나들목을 빠져나와 엄천강을 거슬러 마천으로 가는 길, 산골엔 가을걷이가 한창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