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겨울에세이 - 지리산가에서 본문
하얀 너울이 장관인 바다냐?
하얀 설원이 펼쳐진 산골이냐?
그 선택은 엄마에게 맡기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 내일 점심으로 오곡밥과 미주구리찌개 중 하나를 택하라고 했다.
주중 늘 집에서 따분한 날들을 보내는 엄마는 티나지 않는 반색을 하며 오곡밥을 선택했다.
내심 오곡밥을 택해주길 바랬다.
지리산 북부권역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고 했기에...,
겨울에세이 - 지리산가에서 (2022.12.24)
살면서 이리도 겨울이 좋은적이 있었던가,
강추위에 미동조차 없이 얼어 있는 풍경들이 좋고 떠난 그곳에 눈이 있어 더 좋다.
이브고 나발이고...,
지리산가로 가 오곡밥 한 그릇 먹고 눈 덮힌 산야를 서성이다 오면 그만이다.
레츠 고, 지리산을 외치며 출발을 하니,
말린 납새미를 사야한다는 엄마의 요청으로 칠암항부터 가야만 했다.
월류를 한 바닷물을 따라 온 해조류들이 길에 널부러져 있다.
바다를 보니 너울이 장관이다.
그래도 오늘은 바다보다 눈이다.
애써 너울과 햇살이 장관인 바다를 외면하고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14시를 조금 지난 시각,
좌안동우함양이라 칭하는 천령골에 도착을 했다.
원했던 바 그 목적을 달성하고,
들깨가루가를 사고자 인근의 함양지리산시장으로 갔지만 눈과 추위에 난전은 얼어붙어 있었다.
혹시나 싶어 24번 국도 경남도와 전북도의 경계를 넘어 남원골 인월시장으로 갔지만,
역시나 난전은 눈과 추위에 얼어붙어 있었다.
그제서야 지리산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인월에서 산내를 거쳐 다시 함양의 마천으로 나오는 길,
지리산가에 사는 사람들의 겨울살이가 시리도록 맑아 보였다.
풍경속에 산다는 것!
인생사 가장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다가는 특혜이지 않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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