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겨울에세이 - 견내량에서 본문
첫 자리에서 이미 취했지만 집으로 갈 마음은 없다.
아웃터의 지퍼를 끝까지 올린 채 도심의 밤거리를 좀 더 배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두워질수록 추워질수록 불취무귀의 신념은 굳건해지고,
상대가 이제 그만 집으로 가자고 애원을 해야만이 그날의 배회는 끝이 났다.
그러고 산 겨울이었다.
그랬는데...,
또 다른 겨울이 있었다.
추우니 선명해지는 그 풍경속을 서성이니 좋았다.
사람들이 덧칠을 한 색들이 바래지는 풍경속을 서성이고자 12시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겨울에세이 - 견내량에서 (2022.12.17)
이제 서성임에 어디 따위는 의미가 없다.
어디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꼴이 하지 않아도 될 번뇌를 겪는 중의 꼴이었다.
오늘은 부산 바다를 떠돌까, 하다가...,
에라이~ 그랬봤자 이만원이다 싶어 다대포로 가다가,
을숙도대교를 건넜고, 거가대교를 건넜고, 신거제대교마저 건너니 에라이~ 또 통영이었다.
돌고 도는게 돈이라고 했는가?
월급을 타면 엄마에게 삼분의 일을 준다.
그러면 엄마는 내가 돈이 떨어졌을 때쯤 내가 준 돈의 삼할쯤을 반환해 준다.
아주 요긴한 때 우째알고 주는지...,
어젯밤 춥고 어두운 도심을 배회한답시고 제법 긁어 오늘 아침 좀 허했는데...,
엄마가 준 돈으로 엄마에게 뽈락매운탕을 샀다.
겨울엔 니 돈 내 돈이 중요한게 아니라,
있는 돈 없는 돈 빚을 내서라도 물메기탕 혹은 뽈락매운탕은 꼭 먹어야 한다!
태생지적 자존심에 있어,
여수가 통영을 절대 넘어서질 않길 바랬고,
기지의 서열에 있어서도,
수영이 통제영을 능가하는 하극상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랬지만,
대한민국 여행지 순위상,
전라좌수영의 도시 여수는 삼도수군통제영의 도시 통영을 이미 오래전에 넘어섰다.
허나 오늘 2022년 12월 17일,
삼도수군통제영은 찾아든 많은 사람들로 너무도 북적인다.
댈 놈은 앞에서 어정대고 갈 놈은 뒤에서 빵빵대고,
북새통의 강구안 해안도로를 빠져나와 견내량으로 갔다.
그리고 해간교를 건너 견내량 그 한가운데 떠 있는 섬 해간도로 들어섰다.
모든 풍경이 지 색을 발하고 있었다.
영하의 기온에서만 보여지는 풍경의 진실이었다.
추워야 보이는 풍경!
겨울, 참 좋네...,
견내량가를 서성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평일처럼만 일어났더라면 한반도 서남권역으로 갈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인다.
생의 게으름이 준 하루는 그래도 괜찮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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