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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겨울로 가는 길목 - 통영 물메기탕 본문

살다보면 - 픽션은없다

겨울로 가는 길목 - 통영 물메기탕

경기병 2022. 11. 22. 10:22

세월은 마지막 잎새고 나발이고는 아랑곳없이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막는다고 막아지는 세월도 아니라서 그 흐름을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다.

 

일어난 일요일 아침,

하늘은 흐릿해지고 조금은 을씨년스런 싸늘함에,

아침을 먹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니 스르륵 잠이 온다.

 

12시30분쯤 일어나니 온 집안은 모두들 잠이 들어 절간이 따로 없었다.

다 들 세월따라 늙어가는구나 싶었고, 물메기매운탕이나 한 그릇 했음 좋겠다 싶었다.

 

소곤소곤 잘 자고 있는 엄마를 깨워 의향을 물으니, 그러자고 했다.

 

 

 

 

겨울로 가는 길목 - 통영 물메기탕 (2022.11.20)

통영항에서 한산도 제승당항으로 가는 한산농협카페리호

 

 

 

13시쯤 집을 나서,

오직 그 칼칼한 국물과 그 부드러운 살점의 물메기탕만을 추구하며 137km를 달려 통영에 도착을 했다.

 

 

 

 

 

 

 

 

 

물메기탕! 그게 뭐라고 통영까지 왔노!!

물메기탕은 무조건 통영의 레시피가 가장 그 맛을 잘 들어낸다.

 

오늘처럼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면,

한 숨 처자빠져 자고 일어나 뒷통수에 새집을 짓은 채,

부드러운 살점을 숟가락으로 쓱 긁어 '으- 시원하다' 이러며 먹는 물메기탕이 삶을 기쁘게 한다.

 

 

아주 흡족한 올 겨울 첫 물메기탕을 먹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가 뭣해 강구안 해안선을 따라가다보니 통영항여객선터미널이 나왔다.

 

에라이 모르겠다.

한산도를 딛고 거제도로 건너 가 집으로 갈란다.

 

 

 

 

 

 

 

터미널로 들어서니 '15시30분에 한산도 제승당항으로 가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시간을 보니 15시24분, 혹시나 기대를 하고 매표창구로 가니 발권이 된단다.

 

차까지 실어야 하는 마음 조급한데,

발권을 하는 여직원이 '한산도에 왜 가세요?'라 묻는다.

생각없이 '그냥' 이라 답을 하니 웃으며 또 '왜 가세요?'라 재차 묻는다.

 

그도 그럴 것이,

남들은 섬을 나오는 비까지 내리는 일요일 늦은 오후에,

신분증 상 한산도와는 상관이 없는 늙은 모자가 섬으로 간다니 궁금하지 않을 순 없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사실직고에 의거 '엄마 바람쐬주러 간다'고 하니,

옆 창구의 직원까지 '잘 다녀오세요'라 했다.

 

 

 

 

  

 

 

타기전까지 잡고 있으라는 무전을 부탁했지만,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주차부스에서 앞차가 만원짜리를 냈는지, 거스름돈 센다고 정차가 된다.

 

그 30초가 참 길었다.

차를 배에 올리자마자 '한산농협카페리호'는 입을 닫고 선미부터 곧장 바다로 나갔다.

 

 

 

 

 

 

 

 

 

 

 

물메기탕 먹으로 온 통영에서,

또 일 없이 한산도로 가는 뱃길에 엄마가 탄 차를 실었다.

 

겨울을 제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일요일 늦은 오후에,

흐린 하늘밑 흐린 바다를 항해하는 뱃길에 있게 되니, 인생! 이래서 또 살만하더라~

 

 

 

 

 

 

 

 

 

연고도 그리운 풍경도 없는 한산도에 당췌 몇 번을 가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몇 번을 더 가야할지??

그 심로 나도 모르겠다.

 

엄마와 바다에 떠 있고 싶어지면 가는 한산도일 뿐이다.

 

 

 

 

 

 

 

 

 

세상의 모든 색은 하늘빛에 순응을 한다.

오늘 통영에서 한산도로 가는 바다에 드리운 하늘빛엔 알 수 없는 무엇인가 짙어져 있다.

 

그리움일까...,

이 나이에 아직도 그리움이 남았을리는 없을테고...,

 

혼자 비를 맞으며 지랄을 하든가 말든가,

무엇인가 짙어진 바다에 한산농협카페리호가 그은 하얀 포말선은 15시55분 제승당항에서 끝이 났다.

 

 

 

 

하포

 

 

통영항과 화도, 비산도, 좌도, 용초도를 오가는 '한산농협카페리2호'

 

 

진두항 - 1

 

진두항 - 2

 

 

 

창동부근에서 섬을 횡단해 하포를 둘러 16시20분쯤 진두항으로 왔다.

면사무소가 있는 섬의 중심지이지만 한산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한산도잖아...,

 

일요일 오후의 섬 풍경은 늘 그렇다.

나갈 사람은 나가고 남은 사람은 남고, 그래서 마음 저미는 풍경이다.

 

오랫만에 추봉도 곡룡포를 둘러,

17시30분에 소고포에서 거제도 어구로 나가는 마지막 항차를 타기로 했다.

 

 

 

 

 

 

 

 

 

 

 

곡룡포로 오니 엄마가 차에서 내렸다.

 

거제도 저구를 오가던 그 시절의 끊어진 뱃길을 바라보고 선 엄마는,

 바다 내음이 상큼하니 좋다라 했고, 불 밝힌 집이 없어 허전하다고도 했다.

 

세월따라 회상이 된 곳, 추봉도 곡룡포였다.

 

 

 

 

곡룡포 앞바다 - 1

 

곡룡포 앞바다 - 2

 

 

 

오면 올수록 더 쓸쓸해지는 풍경만이 늘어나는 곡룡포를 10여 분 서성이다가,

17시쯤 떠남으로서 더 쓸쓸해지는 흔적만을 남기고 곡룡포를 나왔다.

 

 

 

 

 

 

 

 

    

 

 

17시15분 소고포 언덕배기에 닿으니 엄마가 '저 배가?' 묻는다.

고개를 돌려 바다를 보니 뉴을지카페리호가 선착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섬을 나가는 차량은 3대, 여객은 4명,

겨울로 가는 비가 내리는 일요일 오후의 섬은 끝까지 쓸쓸하더라~

 

 

 

 

시절이 아름다울려면 이런 풍경속에 있어야 한다.

 

 

 

원래는 이번 주말에 청산도 혹은 하의도를 가고자 했다.

 

허나 사연 많은 인생사는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서 그 뱃길을 다음으로 미뤄둔 채,

족히 다섯 번 이상은 탐방을 한 한산도와 추봉도를 서성였다. 

 

그리고 어둠이 내리자 그 어둠에 섬을 두고 떠난다.

 

 

 

 

 

 

 

 

 

 

 

17시45분, 폰뱅킹 하나를 마치니 금새 어구항이었다.

 

어둠을 뚫고 집으로 가는 길이 아스라하다.

야간 항차를 타고 통영으로 나갈까?도 싶었지만, 왠지 어구로 나오고 싶었다.

 

 

둔덕 하둔에서 사등 성내로 가는 굽어진 산길에서 벨이 울린다.

깻다리형님이었다.

 

말본새로 보아 어디서 한 잔을 하시고 또 그 놈의 길동무들이 그리워지신 모양이다.

할 수 없이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그 시절이 그리워진 형님을 위로했고,

눈이 내리면 샘고을로 가겠다고도 했다. 

 

 

 

 

거가대로 - 제2사장교

 

 

 

물메기탕 한 그릇에 현혹이 돼,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 속 두 번의 뱃길을 타야 했던 엄마는 잠이 들었고...,

 

룸밀러로 그런 엄마를 보니,

눈이 온다고 엄마를 두고 샘고을로 냅다 튈 수는 없겠다, 싶은 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