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태풍을 기다리는 바다 - 승두말 본문
때론 무엇인가로 인해 뒤집어져야 한다.
설영 내가 그 뒤집어짐의 피해자가 될지라도...,
태풍 하나가 한반도로 오고 있다.
매스컴에서는 절정의 수식어들을 총동원해 연일 호들갑이다.
태풍을 기다리는 바다로 나간 기자의 등뒤로 보이는 바다는 날씨만 흐릴뿐 잔잔하기 그지 없는데,
그 잔잔함을 보면서도 '파도가 거세네요'라 처시부리는 앵커의 멘트에 픽션이 되는 대한민국 저널리즘을 본다.
엄마의 내분비대사내과 진료후,
태풍이 오는 바다를 마주하고자 집으로 바로 가자는 엄마를 설득해 오륙도가 보이는 승두말로 향했다.
태풍을 기다리는 바다 - 승두말 (2022.9.5)
좀 고통스럽지만,
겨울은 오지게 추워야 한다.
무취불귀를 추구하고자 술을 잔뜩 퍼마시고 거리를 서성일때,
골이 시리고 혈관이 터질듯한 그 저미는 추위의 고통이 있어야 그게 겨울이다.
좀 고통스럽지만,
여름은 디지게 더워야 한다.
한반도 해안지선을 섭렵하고자 온 전신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 길을 헤메일때,
뇌는 달궈지고 살갗은 익어가는 속에 천불이 나는 더위의 고통이 있어야 그게 여름이다.
사회적 공감에 반하는 개인적 의견을 표하면 당장에 역적으로 몰리는 대한민국이지만,
태풍이 오지 않는 여름은 너무도 서운했다.
태풍이 온다.
것도 지금까지는 경험하지 못한 초강력 헥토파스칼을 장착한 태풍이 온다.
16시쯤 승두말에 도착을 했다.
아직 태풍은 서귀포도 지나지 않았는데,
미리 겁을 먹은 공원관리인들은 모두 도망을 가고 없었다.
고로 공영주차장 주차비를 떼먹을 수 있었다.
요동치며 뒤집어지는 바다를 보며,
태풍의 한반도 접안지를 확인하고자 폰에 뉴스를 띄웠다.
항에 접안을 해 놓은 배가 폭풍우에 전복이 되었다는 제주도 어민이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전재산이지만, 자연재해 때문이니 어쩔 수 없지...,'
모든게 니 탓이 된 대한민국에서 니 탓을 하지 않는 분을 오랫만에 보았다.
대한민국은 이제 니 탓을 넘어 '보따리 내놔라'까지 합리화가 된 사회다.
불어오는 강풍에 바다도 뒤집어지고 내 우산도 뒤집어졌다.
우산을 접고 끝이난 길의 시점에 섰다.
코리아둘레길 보다는 한반도둘레길이 다 합당하지 않을까??
남파랑길 보다는 이순신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길은 남이 그은 선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길은 내가 가고자 하는 세상으로 가는..., 그게 길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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