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다시 그 뱃길에 - 용암포에서 통영으로 간 뱃길 본문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노랫말처럼 그러며 살고 싶어,
장흥반도 죽청포구에서 노력도를 들러 회진항으로 갔고,
노랫말처럼 그러며 살고 싶어,
고금도에서 마량을 건너 해남반도 남창포구를 찾아갔다.
혼자 걸은 그 길들에서 맞닥뜨린 비낀 노을은,
그때까지의 삶이 얼마나 밋밋했는지를 일러주었고,
그때까지의 삶에서 놓친 무엇인가를 찾은 기분이었다.
가끔은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가 되고 싶지만,
아픈 엄마를 두고 떠날 순 없어, 엄마를 데리고 고행의 방랑자가 되었던 그 길들로 나서는 지금이 내 삶이다.
다시 그 뱃길에 - 용암포에서 통영으로 간 뱃길 (2022.8.21)
사량도는 아리랑길 46의 섬 길이었다.
그 후로도 엄마와 함께 세 번을 더 왔었고,
오늘처럼 갈 곳을 정하지 못한 날에 시부적한 그런 곳들을 대신해 또 사량도로 간다.
토,일요일 용암포에서의 8항차 출항시간을 13시40분으로 인지하고,
급박하게 차를 몰아 용암포에 도착을 하니 13시35분이었다.
근데 곧 출항을 하여야 할 배가 보이지 않는다.
알고보니 매 시 정각이 항차별 출항시간이었다.
한반도 서남권역으로 가면,
아직도 타고 갈 뱃길이 부지기수인데...,
오늘 또 용암포에서 사량도로 가는 뱃길을 서성인다.
상도의 내지항에 내리면,
반시계방향으로 섬을 돌아 금평항으로 가 점심을 먹고,
사량대교를 건너 하도에 사는 염소들을 만나고,
다시 금평항으로 돌아와 16시 항차로 통영의 가오치로 나갈 것이다.
20여분의 뱃길이 끝나고,
갑판에서 우측 깜빡이를 켜고 이내 사량도 상도 일주길로 들어섰다.
섬으로 오면 뭍에서는 보이지 않던 그 하나가 보인다.
평화다.
왜 유독 평화가 보일까?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풍경에 그 어떤 욕심도 보이지 않는다.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도 아니고,
죽기 싫어도 죽어야 하는 인간사에서,
권력과 재물 그리고 명예를 가지기 위해 생을 허비하는 등신은 절대 아니고 싶다.
팔순이 넘은 노모의 세 번째 방문이라고 하니,
다음 방문이 부담스러울 만큼 주인의 환대가 그 이상이었다.
엄마 득분에 사량도에서 전어구이도 얻어 먹고...,
요즘 주변에서 나를 효자라고 한다.
참 듣기 거북한 말이다.
단언컨데, 나는 절대 효자가 아니다.
나를 효자라 칭하면 이는 곧 진짜 효자, 효녀, 효부를 모독하는 짓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에 살고자 하는 가족과도 떨어져,
날로 그 삶에 윤택을 잃어가는 부모를 봉양하고자 고향으로 돌아 간 아들들,
그들이 이 시대 진정한 효자이고, 삶을 살 줄 아는 진정한 사람들이다.
평생을 엄마곁을 떠나지 않은 채,
엄마에게 온갖 애를 먹이며 산 나 같은 놈은 절대 효자가 될 수 없다.
누구의 엄마 아니랄까봐,
엄마는 사량도에 오면 사량대교가 풍경의 제일이라고 했다.
염소를 만나고자 사량대교를 건넜다.
하도의 덕동항을 서성인다.
섬을 나갈 시간이 가까워져도 전혀 아쉬울게 없다.
또 오면 되니까...,
먹방쪽으로 가 어린 염소를 만나고,
이내 사량대교를 건너 다시 상도의 금평항으로 왔다.
엄마가 탄 차를 싣고 떠날 수 있는 섬들이 있어 고맙고,
그 항로를 운항하는 선사들과 그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존중한다.
떠나면 또 그리워지겠지...,
그래서 다시 오고 오고 하는 섬은 사량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바다에서 그들과 같이 걸은 뭍의 길들을 어렴풋이 본다.
어제는 비가 내렸다.
길의 인연들이 그 빗속에서 연대도와 만지도를 거쳐 한산도로 잘 들어갔는지?
오늘은 하늘이 맑아져 다소 덥다.
길의 인연들이 땡볕 아래에서 어느 섬 한 곳을 탐방하고 지금쯤 통영을 떠나려 하고 있겠지?
엎어버린 인연들 생각이 조금 났지만,
최상을 알려주면 최하를 추종함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음이 옳다.
어차피 탐방에 최상과 최하는 당사자의 만족이다.
백날을 처시부려도 그들에게 남해와 서해의 분기점은 평생 갈두산 땅끝임에는 변함이 없다.
바다는 바다에서 봄이 제일이다.
엄마는 차에 앉아 바다에서 바다를 보다가 잠이 들었고,
섬 산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이들은 선실에서 떡실신을 해 있고,
나는 뱃전에 기대어 서서 바다를 쏘다니는 이 바람 저 바람들을 만났다.
그러고 있으니 가오치항이었다.
16시40분 가오치항에 닿았다.
밤이 오는 소릴 들을려면 아직 한 참을 기다려야 하는데, 시인의 마을도 아니고...,
엄마 피곤타! 어서 집에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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