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진해만 동측 수역 본문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일요일 저녁,
잦은 기침과 속이 아파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엄마를 데리고 응급실로 갔다.
오일간의 입원 후 퇴원을 했지만,
집으로 온 다음날부터 증상은 더 심하게 나타났다.
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일요일 저녁,
힘이 하나도 없는 야윈 엄마를 데리고 또 응급실로 갔다.
"이 어른이 없으면 이제 여름에 옷에 풀먹여줄 사람은 없다"
"도대체 지난 입원때 뭘 검사하고 뭘 치료했냐??"
그렇게 시작된 내 지랄은 응급실에서 병동까지 만나는 의료진 모두에게 퍼부어졌다.
혈액종양클리닉 주치의는 그제서야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다음날부터 5과의 협진이 시작되었다.
무난하게 목포를 갔다 올 만큼 회복이 되지 않는 한 퇴원은 없다.
내 엄마가 하루를 더 산다면 집구석이라도 판다.
내 바램에 배수진을 쳤다.
입원을 한지 보름이 지나니 엄마의 증상은 확연히 호전되기 시작했다.
엄마는 집에 가고 싶은지, 회진을 온 주치의에게 다 나은 것 같다며 설익은 애원을 했다.
주치의 또한 검사결과가 좋으니 내일쯤 퇴원을 해 아드님 옷에 풀을 먹여도 될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지 일주일이 흘렀다.
목포는 아직 무리일테지만, 거제도쯤이야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진해만 동측 수역 (2022.7.3)
집을 나선지 1시간 30분이 지난 12시 30분쯤,
이 곳으로 온 길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유호전망대에 도착을 했다.
엄마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엄마를 데리고 종종 이 곳으로 오곤 한다.
엄마는 차에 앉았고, 나는 차에서 내려 전망대 난간으로 가 담배 한 개비를 태운다.
꽁초가 되면 이내 이 곳을 떠났다.
오늘 역시도...,
구영과 황포해변을 둘러 칠천도를 일주한 뒤 점심을 먹고자 했지만,
엄마의 배 고프다는 말에 근처에 위치한 해물뚝배기가 일품이라는 식당을 찾아갔다.
아놔!
찾아간 식당은 대한민국에서 해물뚝배기를 가장 맛 없게 끓이는 식당이었다.
어떤 이유로 맛집이 되었는지?
맹목적 맹신이란 미각을 혀에 장착한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맛이었다.
엄마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가급적 아니 절대 나쁜 마음을 가지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는 요즘이다.
성질 같아서는 전복을 까 밥에다 그대로 올려놓고 나올려다가 억지로 억지로 밑반찬으로 밥을 먹었다.
칠천도를 일주하고 집으로 오니 16시쯤이었다.
엄마가 밥 한 공기를 다 비우는 날이 오면 접경지역에 걸린 하늘길이나 한 번 갔다왔음 좋겠다.
그게 지금의 내 간절한 바램이다.
바라면 이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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