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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앵강만 본문
그날은 하루종일 장대비가 내렸다.
그 비를 맞으며 남해도 서남부해안을 따라 홍현리에 닿으니 날은 저물고 있었다.
길 아래 바다는 온통 시림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그 보다 더 시린 바다는 여태 보지 못했다.
앵강만이었다.
사는게 시린 날들이다.
세월이 이리도 시린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시린날, 시린바다로 간다.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앵강만 (2022.7.16)
힘 없이 소파에 누워있는 엄마를 두고 회사를 가야하는 다섯 날이 지나고,
점점 늘어나는 알약의 수에 아기처럼 오전에 잠을 자는 엄마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토요일이다.
12시쯤 엄마가 일어났다.
앵강만, 그 바다를 찾아가는 마음은 그렇다.
엄마가 잘 쪼려진 남해산 멸치의 살을 발라 밥을 듬뿍 먹기를...,
엄마가 앵강만 그 시림의 색에 마음 설레여 하기를...,
남해도는 나비를 닮았다.
나비의 가운데 선을 따라 내려가니 잊고 살았던 그 바다가 나타났다.
앵강만이었다.
엄마는 차창으로 앵강만을 보고,
나는 벽련항 언덕배기에서 회상이 된 그 시절을 잠시 서성였다.
그러나 그 시절에...,
그러했기에 아쉬워 할 이유는 없었다.
큰나비(남해도)의 우측 날개선을 따라 지족해협을 건넜고,
작은나비(창선도)의 좌측 날개선을 따라 삼천포대교를 건너 집으로 오니 일곱시쯤이었다.
무심한 세월이 시리기만 한 요즘이다.
시린 세월에서 만든 하루가 훗날에는 아름다운 시절이 되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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