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술 마시러 간 바다 - 강구안 본문
열두 달, 그 중 시월이 제일이라...,
이천이십이년 시월에 두 번이나 포진된 삼일간의 연휴...,
그 첫 번째 연휴가 내일인 금요일 저녁,
거실을 엄마에게 내어주고 마트로 가 장을 보고,
이미 저녁을 먹은 상태였지만 청승이 떨고 싶어 감자탕집에 들러 소주 반 병을 홀짝였다.
그리고 연휴의 첫 날이 시작되었다.
한반도 서남권역의 섬들로 가면 딱 좋은 날인데,
며칠 전 생각없이 그러겠다고 해 버린 약속에 발목이 잡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마..., 그냥..., 저거 알아서 어디로 가던 내버려 둘 걸...,
제주도로 간다길래, 고흥을 권했고, 고흥이 통영으로 바뀌니 어귈 핑계가 없었다.
낮엔 엄마와 세상을 좀 서성이고,
밤엔 통영으로 가 술을 마시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었다.
부산의 해안도로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오니 15시30분이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노라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남아일언 중천금 같은 소리는 니나 지키세요, 그렇게 살아 왔지만...,
내 권고에 제주도 라이딩을 포기하고 통영으로 간 그들을 생각하니 아니 갈 수 밖에 없었다.
술 마시러 간 바다 - 강구안 (2022.10.1)
노포동에서 16시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하고,
15시50분 공영주차장까지는 무난하게 도착을 했는데,
내가 누구인가, 윷가락을 던지면 윷가락이 세워지는 팔자가 아닌가?
전혀 만차가 될리 없는 시간적 공간적 경험적 환경인데..., 대기 입차가 이뤄지고 있었다.
16시 발 버스는 떠났고,
다음 회차라도 타자는 심정으로 매표소로 가니 이런! 18시가 다음 발이었다.
내 인생사는 꼭 촉박할 때 엎친데 덮쳐온다, 에라이 인생아~ 더러워서 내 차로 간다.
늘 엄마와 통영으로 가다가 혼자서 통영으로 가는 마음은 그러했고,
내일 아침에 다시 올 그 지겨운 길을 남하해 18시20분쯤 통제영공영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중앙시장을 관통해 강구안으로 나가는 길,
최근 전라좌수영의 약진에 죽을 쑤는 삼도수군통제영이지만, 많은 관광객들로 난리였다.
개난리를 친 밤이었다.
온천장에서 그 간 갈고 닦은 세월을 유감없이 발휘한 밤이었다.
그러고도 부족해 강구안 선창가에서 또 난전으로 하세월을 이어간 밤이었다.
내 먼저 간다.
낮엔 한산도와 추봉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밤엔 강구안에서 장장 다섯시간 폭음을 하고 쓰러진 그들은 남겨두고...,
07시50분쯤 통영을 빠져나와,
차에서 중국산 바이러스 간염여부를 확인하고 집으로 오니 10시가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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