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야행의 메카 - 진주성 그리고 2024진주남강유등축제 본문
일요일이었던 그제,
정처없이 나선 길에서 어찌하다보니 대전까지 갔고,
돌아오는 길에서는 판암나들목을 통과해 부산이 아닌 진주를 향했다.
20시쯤 진주에 도착을 했지만,
차가워진 기온 속 비마저 추적추적 내리니,
그 속을 서성이다 행여나 엄마가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다 싶어 미련없이 돌아섰다.
야행의 메카 - 진주성 그리고 2024진주남강유등축제 (2024.10.8)
그리고 이틀이 지난 화요일,
안보았다면 모를까 보았기에 기야만 했다.
16시쯤 회사를 나와 집으로 가 엄마를 데리고,
단연코 대한민국 모든 축제의 으뜸 '2024진주남강유등축제'가 한창인 진주성을 향했다.
진주나들목을 나와 진주성으로 가는 길,
어둠은 짙어지고,
길가에 늘어 단 청사초롱이 밝히는 빛 은은하기 그지없다.
내일이 휴일이라 북적이면 어쩌나..., 그런 걱정을 했지만,
길도 밀리지 않았고 주차도 수월했다.
진주성 북쪽 공북문을 통해 엄마가 탄 휠체어를 밀며 성으로 들었다.
밤, 빛, 아기, 바람...,
진주성을 채운 그 모든 것들이 다 좋더라~
남강에 띄워진 유등들이 어찌나 사람을 홀리는지...,
성안에도 숱한 등들이 있었지만,
박물관쪽은 안중에도 없이 성에 든지 십여 분만에 성을 나왔다.
안왔음 두고 두고 후회를 할,
2024년 10월 8일 진주 남강의 밤이다.
30만 인구의 진주시가 열과 성을 다하여 연출한,
2024진주남강유등축제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어느 축제와도 견줄만 하다.
도심의 한 가운데를 흐르는 강을 가진 도시들은 제법 있다.
오늘밤만은 진주 도심을 흐르는 남강이 제일이다.
강과 성이 있어 행복한 도시는,
가을이면 그 강에 형형색색의 등을 띄워 그 성을 밝힌다.
여든넷 엄마는 쉰여섯 아들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그 강을 건너와 그 성을 바라본다.
그러하였기 그 엄마는 반드시 오래오래 살 것이다.
그나저나 구경할게 너무도 많다.
다 보다가는 오늘 집에 못간다.
우짜지...,
저 등에 이름을 단 어르신네들도,
비록 이름은 달지 못했지만 저 등 밑을 지나간 내 엄마도,
부디 이 좋은 시절 무조건 오래오래 살아주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개인적으로 부는 집어치우고,
모가 오래 살아 그 슬하에서 철들지 않고 급하면 엄마 찾는 삶이 지속되길 바란다.
그리됨이 인생사 최고의 복이다.
등 하나 하나가 다 정성을 다한 작품이고,
흐르는 강물을 구간으로 나눠 그 구간에 테마를 설정해 그에 맞는 등들을 띄워 놓았다.
그 등들에 현혹이 돼 남강을 거슬러오르다보니 어느새 천수교까지 이르렀다.
최근 지자체들의 관광객 유치 컨텐츠는 야행이다.
성을 보유한 일부 지자체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컨텐츠다.
읍성의 차원을 넘어선 진주성을 가진 진주시가,
그 어떤 지자체도 범접할 수 없는 대한민국 야행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길 기원한다.
천수교를 건너 인사동 에나길을 지나,
원점인 이마트 진주점으로 돌아오니 21시가 다된 시각이었다.
엄마와의 3.3km 두 시간여 가을밤 진주성 야행은 행복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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