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천령의 가을 - 상림 그리고 오도재 본문
가을은 저마다의 색들을 찾아 입혀주고 떠나는 계절이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가을은 떠나고 없다.
그 가을이 떠나기 전에,
그 가을이 물들여 놓은 색들이 바래기 전에,
그 가을과 그 빛 속을 서성이고자 엄마와 함께 11시쯤 집을 나섰다.
천령의 가을 - 상림 그리고 오도재 (2024.11.3)
마음이야 나무도 물도 사람도 붉게 물든다는 지리산 피아골 삼홍소로 가고 싶지만,
차를 타고 엄마와 함께 오를 수 있는 내가 아는 단풍 명소는,
남덕유산과 지리산이 감싼 함양의 그곳이 다였다.
가을은 단풍과 관광버스의 계절이다.
나뭇잎이 짙어질수록 모여드는 관광버스의 수는 늘어난다.
행여나 그런 그들과 썩이는 아수라에 놓여질까봐서,
180km 2시간을 무정차로 달려 13시30분쯤 함양읍에 닿았다.
그래도 자기네 집을 찾은 멀리서 온 손님들인데,
그 마음 매몰차게 외면을 하고 냉정하게 문을 걸어 잠그는 오곡밥집을 대신해 찾은,
어탕국수집은 반전이었고,
그렇게 내쫒아 준 오곡밥집이 되레 고맙게까지 느껴졌다.
흡족한 점심을 먹고,
14시30분쯤 인근의 상림공원에 잠시 들렸다.
숱하게 함양으로 왔지만,
숲에 사는 곤충들 달라붙음이 싫어 여지껏 한 번도 방문을 하지 않았다.
때마침 가을꽃 축제?가 한창이었다.
엄마를 태운 휠체어를 밀며 꽃밭을 서성인다.
지 아무리 단풍이라지만,
지 계절에 피어난 꽃에게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었다.
미안, 단풍...,
오늘의 목적지는 분명 상림이 아니었건만,
피어난 노란꽃 빨간꽃들에게 반해 결코 잠시가 아닌 시간을 머물렀다.
길가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들의 잎에 칠해진 가을색이 너무도 고와서,
엄마는 한시도 차창밖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꼬불꼬불 오르막 산길 5km를 오른 16시쯤,
해발 773m 오도재 고갯마루에 올랐다.
누구의 주제련가...,
말은 없어도...,
거기에 있는데 거기가 그리운 풍경이었다.
오도재에서 십여 분을 머물고,
1023번 지방도를 따라 국립지리산자연휴양림이 있는 삼정마을까지 파고 들었다.
지라산 단풍 참 좋네...,
집이로 돌아오는 길,
심각한 정체를 피해 함안에서 저녁을 먹고,
그래도 밀리는 단풍철 일요일 밤의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니 21시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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