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해파랑길 49코스 - 거진항에서 마차진해변 본문
10시30분까지는 도착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도 있었지만,
비록 해발 100여m의 낮은 산일지라도,
해수면으로부터의 오름이고 산은 산이다 싶어 곧장 49코스에 들어섰다.
해파랑길 49코스 - 거진항에서 마차진해변 (2017.10.28)
분명 해안으로 난 길이 있었지만,
왠지 그 길로 가면 안될 것 같아 정코스대로 걷기로 했다.
[해파랑길 49코스 시점 -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거진리]
[거진항 전경]
오름에 땀도 났지만, 약간의 속쓰림에 허기도 느껴졌다.
공원내 벤치에 앉아 후레쉬베리를 먹을려는데 개 한마리가 다가왔다.
가도 않고 옆에 붙어 어찌나 좀 달라고 하는지 안줄 수가 없어 반쪽씩 나눠 먹고 담배 한 대를 테우니,
그제서야 곁을 떠난다.
[누구나 다 찍길래 나도 찍었다]
저쯤이다 싶은 곳에 이르렀다.
노인께서 개 두마리를 데리고 하필이면 포인트가 될 곳에 앉아있다.
나를 본 두 개가 쌍으로 짖는다.
노인께서 말리지만 통제불능의 본능에 빠진 개들은 난리가 났다.
당장 처~
[할 수 없이 조금 아래로 내려와 풀섶이 없는 자리에서...,]
해파랑길에서,
설정된 길일지라도 오름이 존재하거나 우회가 된다면, 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탈을 했다.
해안도로까지 외면를 하고 응봉을 넘어야하는 산길 택함은, 오로지 위의 풍경을 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저 개새끼들 때문에...,
정말 아쉬웠다.
그리고 그 풍경이 있는 해안도로로 내려갔다.
[만추의 국경부근 지오이드를 걷는다(1)]
[만추의 국경부근 지오이드를 걷는다(2)]
[그리고, 다시 응봉으로 가는 산길로 올라 갔다]
사격훈련을 하는지? 포성이 울리고, 군부대 철책을 지나칠때에는 경고용 방송도 흘러나왔다.
조금은 가파른 능선이었지만,
시속3.0Km/Hr의 속도를 유지하려 쉼 없이 산길을 걸었고,
허파의 용량이 한계치에 이를때쯤 화진포가 한 눈에 들어오는 응봉 그 정상에 올랐다.
[응봉]
[응봉에서 되돌아 본 걸어 온 길]
응봉을 내려와 본격적으로 출입신고소로 가는 길에 접어들었다.
산 위에서 봐도 진풍경의 길이었지만, 걸어도 그 진풍경은 사라지지 않는 길이다.
그 길에 붙어 있는 놈들의 별장 따위는 갈 이유가 없었다.
한 놈은 북에서 또 한 놈은 남에서, 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동족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
(그런 놈들의 잔재를 이 아름다운 호수와 바다에서 한시라도 빨리 치워주길 당국에 호소한다)
화진포둘레길 초도항입구까지 왔다.
휴전선으로부터 불과 20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의 풍경이 이렇게 평화스러워도 되는건지...,
북한이 쏜 미사일 한방에 생호들갑을 떠는,
남쪽의 도시들에서는 보이지 않는 평화스러움이 잔잔히 물들어 있었다.
이토록 아름다고 시린 풍경속 평화스러움을 떠나기 싫어, 잠시나마 넋이라도 나간 놈 마냥 화진포를 서성였다.
[언제 다 걷나 싶었던 강원도 해안지선도 이제 끝이다]
[초도항 입구]
[초도]
[대진3리?쯤의 시가지를 관통해 걷는다]
[최북단 파출소]
외박을 나가는 군인들의 얼굴에 묻은 설레임 만큼이나,
나 또한 길에서 얻어지는 설레임에 너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조금만 가면 49코스는 끝이 날 것이고,
접경지역을 혼자 걷고 있는 내 자신에게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최북단 시외버스터미널]
[이제 남은 거리는 2.7Km, 무난하게 10시 이전에 그 곳에 도착이 된다]
[최북단 소방파출소]
뭐라고 표현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외세의 이념으로 쪼개진 반도와 민족,
반도를 쪼개버린 선으로 근접하는 길엔 긴장감도 두려움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 살아가는 세상이 풍경속에 머물고 있었을뿐이었다.
[해파랑길 49코스 종점 -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
09시50분, 49코스 종점인 통일전망대출입신고소에 닿았다.
조금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탐방을 온 많은 사람들로 신고소는 붐비고 있었다.
분단의 현실마저 관광의 주체가 된 진풍경이 조금은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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