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해파랑길 42코스 - 죽도정에서 하조대해변 본문
12시가 되기전 39~41코스를 끝내고, 42코스에 들었다.
양양이 상당히 괜찮은 바다를 가지고 있음을 실감하면서 그 바닷길로...,
해파랑길 42코스 - 죽도정에서 하조대해변 (2017.10.14)
42코스의 종점은 하륜교를 건너기 전,
두 인간이 은둔생활 중 술을 쳐마시며 그 경치에 감탄을 했다는,
두 인간의 성을 딴 하조대를 갔다가 다시 하륜교로 와 그 다리를 건너면 만나는 해변이다.
어떤이들은 역사를 승자의 기록으로 치부하고, 또 어떤이들은 역사를 컨텐츠로 만들고 있다.
역사의 신빙성을 훼손하는 아주 몹쓸짓이다.
조선왕조에서 가장 살인을 많이 한 왕은, 연산군도 광해군도 아닌 태종 이방원이다.
그 곁에는 늘 하륜과 조준이란 두 인간이 있었다.
이방원이 세자로 책봉된 어린 이복동생 방석을 죽이고, 왕으로 등극하는데 일조를 한 인간들이다
그런 인간들의 성을 따 이름을 붙인 지형이 억울하다.
[해파랑길 42코스 시점 -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시변리]
서핑대회로 분주함을 넘어 난장판에 가까운 죽도해변을 빠져나왔다.
[서핑의 매카로 도약을 꿈꾸는 양양]
선택과 집중,
양양바다의 선택은 서핑이었고 지금 그 집중이 한창이다.
부산의 송정도 서핑을 메카를 꿈꾸지만,
부산사람으로써 냉정하게 두 곳을 비교하자면, 부산은 양양에 게임이 안된다!
[바다로 나가는 문]
바다는 잠시 우측으로 멀어지고,
북상하는 7번국도 좌측으로 난 산길, 농삿길, 마을길을 이어붙인 선형을 걷는다.
적절한 조화가 편안한 길이다.
이 길을 쭉 가면 38선휴게소가 나올테고, 그 다음은 기사문항 그리고 종점이 하조대가 나온다.
[아- 좋다! 정말 좋다!!]
아 해파랑~
너를 만나고,
너가 가진 세상 풍경들을 보면서 나는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너의 길에서,
때론 엄청난 만족감에 기쁨도 많았지만, 때론 끝나지 않음에 지친 순간도 많았다.
너의 길이 있어,
동해안에 도시들도 구경을 하고, 혈압도 낮아지고, 길을 조금 알게 되었다.
[38선휴게소와 연결되는 7번국도 고가횡단교]
그렇게 나타남에 대해 조급하지도 않았는데 일순간 38선휴게소가 나왔다.
차를 타고 몇번을 스친 곳이지만,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감회가 무척이나 새롭다.
도로변 휴게소이기에 1인상 주문을 해도 그렇게 눈치가 보이지 않았다.
[어제 저녁 19시 이후로 처음 밥알을 먹는다. (근데 맛대가리 꽝이다)]
[이제 기사문항으로 간다]
기사문항을 돌아나가려는데 해양파출소부근에 공중화장실이 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사람일이란 우째될지 몰라, 미리 볼 일을 보기로 했다.
양변기 칸이 사용불가라 좌변기로 일을 보고 나오는데,
쪼그려 앉은 자세 때문인지 발바닥에 엄청난 고통이 찾아 들었다.
화장실을 나와 화단의 난간에 한참을 앉아 고통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가을 햇살도 좋고, 사람 살아가는 풍경도 좋고, 다 좋은데..., 발바닥이 너무 아팠다.
기사문항을 돌아 나오는 골목의 끝에 자리한 횟집 수족관에 큰 방어 3마리가 연신 입을 뻐꿈이고 있다.
몇일을 굶었는지, 배가 많이 고파 보였다.
불쌍하다.
그 횟집앞에 서서 담배를 꼴아물고 선 두 놈이 줄기차게 나를 본다.
나도 줄기차게 두 놈을 주시하며 지났다.
[7번국도변을 조금 걷다보니, 하조대로 내려가는 길이 나왔다]
[해파랑길 42코스 종점 -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하광정리]
14시10분, 하조대삼거리에 도착을 했다.
편의점을 지나는데 유리창에 붙은 버스시간표가 보였다.
강릉에서 15시50분에 버스를 타지 않는다면, 이후 23시10분까지 남으로 가는 버스는 없다.
여기서 길을 끝내고 14시30분 강릉가는 버스를 타면, 15시50분 부산행 버스를 탈 수 있다.
오늘 이음의 끝으로 설정한 낙사사까지 가면 18시쯤 디질로드는 끝나지만,
버스가 출발하는 23시10분까지의 디질기다림은 감수를 해야한다.
우짜지??
또 갈까?말까? 남북을 오가는 왈츠를 추려다가,
누적시킨 거리를 합산하니 40Km가 넘었고, 직립보행의 시간도 10시간에 육박해 있었다.
그래! 집에 가서 이불덮고 푹 자자~
내일 엄마하고 가지산 온천도 가고, 칠암가서 장어도 좀 먹고...,
그래~ 나는 집에 갈란다~~
마트에 들려 소맥의 안주까지 사 들고 집으로 오니 21시쯤이었다.
말아서 몇 잔을 마시고, 세수만 하고 쇼파에 드러누워 시계를 보니 어제 내가 집을 나갔던 시간이다.
24시간 참 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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