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15 - 추자도 본문
탄생 50년을 기념 해,
금요일 퇴근후 제주도로 날아갔다.
벌써 오십이라니? 헉!!
아직도 생은 파릇파릇한..., ㅋㅋ
이것들이 술을 쭉쭉 퍼마시더니, 주인공은 안중에도 없고 제주 푸른 밤바다에 미쳐 버린다.
누군가 "(상)추자도 나바론하늘길"을 말하자,
또 누군가 "레츠고"를 부르짖었다.
택시를 불러 제주시내로 진출한 라운더2까지 진행을 하고...,
혼절의 상태에서 깨워진 다음날 이른 아침, 지난밤의 취중 계획이 허언이었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그러나, 그들은 뚜렷히 그 기억을 하고 있었고, 떠날 채비에 분주 했다.
제주도까지 와, 1시간30분 배를 타고 가는 추자도라~ 정녕 이 것들이 제정신인지? 따라 감이 맞는지??
숙소를 나와 편의점으로 갔다.
어제밤 술에 쩔어 담배와 라이터를 통째로 잃어 버렸다.
팬션앞 해안길을 걷는데, 바람에 나부끼는 올레 시그널깃발이 보였다.
순간, 아~ 갑자기 막 걷고 싶어지더라~
조짐이 이상했어...,
파도에 여객선은 미친 말이 되었다.
지난 밤 좋타고 퍼마신 술에 속은 디비졌다.
그래도 모닝홉을 홀짝이다가 잠시 졸다 흔들기에 일어나니 (상)추자도항이었다.
아리랑길 015 - 상추자도 (2018.09.08)
그 쯤에 그 섬이 있다. 그 정도였는데...,
막상 오게 될줄은 몰랐다.
상추자도항에 내려, 한대 꼬라물고 섬 안내팜플렛을 본다.
어랏! (상)추자도와 (하)추자도 사이에 연도교도 놓여져 있고, 섬의 주요지 곳곳이 연결되는 일주도로가 뚜렷했다.
무엇보다 제주올레 18-1코스로 설정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누구인가?
(상)추자도 서부해안 절벽에 나있는 나바론하늘길만이 아니라 제주올레 18-1코스를 모조리 걸어줘야지!
아니, 상·하추자도 해안길 전부를 일주해줘야지!
그래야 그게 나잖아~
11시, 스타트라인에 섰다.
16시30분 섬을 빠져나가는 시간까지는 충분히 18.2km를 클리어한다.
닥치는대로 걷다보니, 길에 미쳐갔다.
막연하게 온 섬이지만, 오늘 섬의 일주길을 걷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후회가 될 것이기에...,
추자도
행정구역상 제주시에 속한 섬으로, 상·하추자, 횡간, 추포도 4개의 유인도와 다수의 무인도로 구성된 군도이다.
그 접근 방법은,
제주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09시30분과 15시30분 출항을 해,
각기 해남의 우수영과 목포로 가는 여객선이 있고, 그 여객선들이 제주로 갈 때 역시도 기항을 한다.
단) 우수영으로 가는 여객선은 상추자도항에, 목포로 가는 여객선은 하추자도 신양항이 기항지다.
같은 배를 탄, 백여명은 족히 넘을 것 같은 대규모 단체 등산객들도 상추자도항에 내렸다.
혹 지난번 매물도에서 본 그 단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록에 넣을 사진에 빈풍경이 없어질까봐, 앞서 나가고 싶었지만...,
나는 완벽한 섬의 일주를 위해 봉골레산을 돌아 나바론하늘길로 가야 한다.
단체 대열을 추월하고자 상추자도 북측해안을 돌아나와, 나바론하늘길 초입에서 나바론절벽 초입까지 사력을 다해 걸었다.
아주 디지는 줄 알았다.
알고보니, 대부분은 상추자도만 탐방하는 것 같았다.
봉골레산 어귀에서 만난 주민분이 저 멀리 아스라히 보이는 곳이 동,서거차도라 알으켜주었다.
아무 생각 없이 앞서 나가는 분을 따라 가다 그만, 올레길이 아닌 길로 접어 들었다.
조금은 신중해야 했는데, 아쉬웠다.
올레길이 아니어도,
섬의 해안지선 일주가 우선이기에, 해안으로 나있는 길이 보이니 속이 상한다.
진행방향 기준, 우측에 툭 튀어 나온 바위산 정자에 현혹 된 사람들이 우수수 그 곳으로 간다.
나바론하늘길입구 업힐구간에서 확 재껴버리니 앞선에 열분 정도가 남았고, 계단과 능선에서 모두를 추월 했다.
그러고나니 그제서야 파인더에 비워진 풍경만이 담긴다.
이제 닥치고 나바론하늘길을 감상하자.
죽는줄 알았다.
해안산길 힘이 들어서가 아니라 아찔해서...,
제법 후덜거렸던 바바론하늘길이었다.
북쪽으로는 진도가 보였고, 남쪽으로는 한라산 때문인지 제주도가 확실히 보였다.
이제 산을 내려가, 추자교를 건너 (하)추자도를 일주하면 된다.
그래, 가 보자!
내려감이 다행인 침목계단 300여개를 밟고 해안길로 내려왔다.
이런 니미럴~ 추자도등대에서 산등성이를 타고 섬을 돌아야 하는데...,
그냥 눈에 보이는 계단으로 내려옴으로써, 또 올레 정코스를 이탈하고 말았다.
난 안돼~
내려감이 다행인 침목계단 한300개를 밟고 해안길에 닿았다.
이런 우라질!!
추자등대에서 산등성이를 타고 섬을 돌아야 하는데...,
그냥 눈에 보이는 계단으로 내려옴으로 인해, 또 올레 정코스를 이탈하고 말았다.
난 안돼~
하추자도를 돌고나와 상추자도항으로 갈 때, 어차피 섬의 동부해안은 걸어야하기에,
나는 곧장 추자대교를 건넜다.
아리랑길 016 - 하추자도 (2018.09.08)
출발한지 1시간10여분, 사연 많은 추자대교를 건너 하추자도로 들어 왔다.
육안으로 보나, 지도로 보나 상추자도 보다 훨씬 큰 섬이다.
허나, 섬의 중요 시설은 상추자도에 대부분 위치를 해 있고, 면사무소 역시 그렇다.
그렇다면 하도에는 뭐가 있나?
한번 가 보세나~
하추자도에 들어서면서 뇌에 번뇌 하나가 생겼다.
올레길 갈 것인가? 해안길로 갈 것인가?
결국 해안을 선택했다.
나는 해파랑에서도,
해안지선과는 상관이 없는 내륙의 길은 "패스"를 외치며 해안지선만을 고수 했다.
차후, 올레를 걷게 된다 해도
설정된 트랙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고, 더하여 수첩, 도장 따위의 인증은 하지 않을 것이다!
묵리와 신양2리를 지나,
하추자도의 중심이자, 제주~목포간을 운항하는 여객선이 기항을 하는 신양1리에 도착을 했다.
출발한지 2시간30분쯤 된 시간이었다.
신양항을 뒤로하고,
새로 난 넓직한 도로를 따라 해안으로 내려오니, 한적한 해변 하나가 나타났다.
보이는 정자에서 쉬고도 싶었지만,
그 뒤로 보이는 산모퉁이를 오르는 고갯길이 숙제처럼 보여져 쉴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상추자도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대들을 생각하니 도저히 걸음이 멈춰지지 않았다.
곡소리를 내며, 긴 오르막을 오르니 황경한의묘라 지칭하는 고개마루가 나왔다.
같이 배를 탄 남자가 마을 사람들 몇몇과 정자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옆에 차가 있는걸로 봐서, 탐방의 입도는 아닌듯 보였다.
그나저나, 앞에 보이는 내리막을 내려가면 또 긴 오르막의 선이 산을 휘돌고 있다.
13시30분, 하추자도 남부와 동부해안을 거의 다 돌았다.
우수영으로 간 여객선이 올려면 2시간30분은 족히 남았고,
지도에서 남은 거리를 보니, 1시간30분이면 출발지 상추자도항에 도착이 될 것 같은데...,
문제는, 그대들이 나를 빼고 저거끼리 점심을 먹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다.
전화를 해 무조건 기다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해파랑길과 이순신길에서 숱한 명풍경을 봐 온지라, 왠만한 해안절경에는 이제 감흥이 없다.
예초리로 가는 산모퉁이 해안길에서, 아~추자도라 했다.
또 어느 순간에는 길에 집중하며 부지런히 걷고 있는 나를 좋아했다.
길에서 이런 행복이 성립 될려면,
아무도 없는 길이어야하고, 하늘은 흐려야하고, 바다는 무심히 보여야한다.
오늘, 그게 성립이 되는 혼자 걷는 추자도 일주길이다.
예초리로 내려 오니, 상추도항이 보였다.
이제 그냥, 닥치고 가기만 하면 된다. 10분에 1Km! 난 가능하다!!
14시15분쯤, 12시20분쯤에 건너 온 추자대교에 도착을 했다.
두시간여만에 하추자도를 돌아 나왔다.
미친듯이 걸었다.
모처럼 혼자 걷는자의 설렘을 누렸고, 오직 길에만 집중을 하니 풍경 하나하나가 소중히 각인이 되었다.
내 사는 곳에서 쉽게 올 수는 없는 근해의 바다가 아닌 먼 바다에 떠 있는 섬을 걸을 수 있어 너무도 좋았다.
낯선 섬, 그 길을 무작정 걷기 시작한지 3시간50분...,
스스로 조급해지는 마음을 안고 상·하추자도 해안둘레길이자,
제주올레 18-1코스 17.3Km를 4.6Km/Hr의 속도로 걸어 출발점인 상추자도항으로 돌아 왔다.
나바론하늘길만 갔다 온 그들에게 형성된 트랙을 보여주니, 되레 그대들이 더 만족을 했다.
집이 아닌 제주로 다시 돌아 왔다.
97번 지방도를 쭉 달려 표선에 있는 2일차 숙소에 도착을 하니, 기분 좋은 하루가 끝이났다.
표선에서 마신 소줏맛~
한라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잔 잠맛~
생에 갈 수 없을 것 같았던 섬으로 가, 혼자 그 섬을 걸어서 일주를 한 기억..., 좋았다.
아마도, 한 동안 지워지지 않을 추자도가 많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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