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12 - 창선도 본문
왜 나는 출발 당일이 되면 잠이 오지 않는 것일까?
퇴근을 해 배낭을 꾸리고, 밥을 먹고나면 20시쯤이다.
그 시각에 잠이 들기는 그렇지만, 그래도 10시쯤 아니 11시쯤 되면 잠이 와야 하는데...,
평소 10시만 되어도 잠을 자는데...,
남해안종주대는 남하하는 버스에서 3시간여를 자고 오는데...,
오기 싫음 오지마라라~ 그렇게 단념을 하고, 01시쯤 집을 나왔다.
그랬는데...,
이런 니이미~ 출발을 한지 30여분 지나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잠이 아예 쏟아진다.
아놔~ 뭔 몸의 생체리듬이 이따구인지? 돌겠다.
04시 삼천포터미널에서 종주대를 만났고,
04시 30분쯤 창선도 단항선착장에서 18회차 출발을 했다.
아리랑길 012 - 창선도1 (2018.08.18)
유엔해양법협약 제121조
An island is a naturally formed area of land
surrounded by water, which is above water at higt tide
"만조시 수면 위에 있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 「섬」이다.
2011년 11월 경인 아라뱃길의 개통으로 김포시는 사방이 물로 둘러싸였고,
정의 없는 일부는 김포가 섬이 되었다 했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3번째 큰 섬으로 치부를 했다
하지만, 김포는 섬이 될 수 없다.
결정적으로 naturally formed이 아니기에...,
혹자들은, 0.6㎢의 차이를 두고 강화도를 4번째 남해도를 5번째라 헸지만,
그 면적 구함에 있어, 갯벌과 간척의 땅이 더 많을 것 같은 강화도를 나는 5번째로 본다.
[이순신트레일 18회차-시점 (경남 남해군 창선면 대벽리)]
지지난회차에 대한민국 4번째 크기의 남해도에 입도를 했고,
이번 18회차에는 그 부속섬이라고는 하지만, 대한민국 12번째 크기의 창선도를 일주한다.
섬의 북측 기준이 되는 단항도선장을 출발점으로 하여,
시계방향으로 동부해안을 남진으로 내려 가 모상개해변에서 서진후,
섬의 남측 기준이 되는 지족해협 창선교를 건너면 제1일차는 끝이 난다.
다음날, 일나라 할 때까지 끝까지 혼수상태를 유지하다가 있다가...,
지방도1024호선을 따라 서부해안으로 북진을 한다.
어제의 출발점인 단항도선장에 도착을 하면 트랙은 끝이 나는게 아니고, 바다로 나간다.
사천만 만입의 바다에 떠 있는 섬들과 사천시(구.삼천포시) 대방동을 연결하는 4기의 해상교량을 건너야 한다.
[별빛 보다 삼천포항의 불빛이 더 좋네~]
[냉정방파제]
이른 새벽이었지만,
섬의 중앙부를 관통하는 3번국도에 차들이 차츰차츰 많아진다.
그에 반해 걷는 이를 위한 길어깨는 좁고...,
휴일인데, 새벽인데,
어디를 저리들 바삐 가는지? 달리는 차들이 이유 없이 미워진다.
다행히 냉정방파제를 지나면서부터,
해안의 농경지 유실을 막고자 축조된 석축의 천단부가 넓어, 그 것을 길로 해 걸었다.
일곱시가 채 안된 시간, 지나치면 후회 할 아침터가 나타났다.
창선도, 그 속으로~
강렬해지는 태양 그 속으로~
창선도는 나비 형상의 지형을 가지고 있다.
아침을 먹고 동대만을 가로질러 우측 날개에 해당하는 진동권역으로 들어 갔다.
이내 볼품 없는 산들을 개간하여 만든 고사리재배지들이 눈에 들어 왔다.
산 전체가 고사리밭들이었다.
멀리서 보면 제법 풍경이 되었지만, 가까이서 보면 산발을 한 미친 나부낌이었다.
[창선도와 사천시를 연결하는 초양대교와 삼천포대교]
창선도의 우측날개 상층부에 해당하는,
오용리에서 가인포구까지의 길은 마치 풍경화 그 속을 헤메이는 기분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길 보다는 그 길을 걸은 내가 그리워질 수도 있을 만큼...,
흰색이 덤성덤성 덧칠된 하늘밑, 그 농도를 달리한 초록색이 수 놓은 땅들, 그리고 연푸른 바다...,
좋더라~
그 말외엔 할 말이 없더라~
[천포 가는 길]
이거 이거 해미누나가 또 명작을 만들어 냈다.
어쩌면, 무소의뿔 모드로 걸었다면 나는 창선도를 관통하는 3번국도만을 걸었을 것이다.
설령 섬을 돌아 나간다고 해고, 그저 평범한 일주도로나 걷고 말았을 것이다.
걷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풍경, 그래서 걸어야만이 보인다.
[적량포구 가는 길-1]
[적량포구 가는 길-2]
[적량포구 가는 길-3]
[적량포구 가는 길-4]
[적량포구 가는 길-5]
천포에서 적량까지 어쩔 수 없이 대열과 잠시 떨어져 걸었다.
나는 고갯길이 나오면, 무조건 고개를 쑥인채 빠른 걸음으로 치고 오른다.
천포를 지나자 디질개오르막 고갯길이 나타났고,
나는 일순간 닥치고 모드로 전환, 그 고갯길을 미친듯 속보로 오르기 시작했는데, 서나대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길이 아니래~ 내려 오래~"
"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나는 이미 고갯길을 신나게 쳐 올라 가 있었기에, 오른 거리가 아까워 도저히 리턴을 할 수가 없었다.
지도를 보니, 적량이란 곳에서 대열과 합류가 될것 같았다.
연곡으로 넘어 가, 적량으로 넘어 오는 길..., 혼자서 아주 디지는 줄 알았다.
다행히 적량에 도착을 하니 대열은 오지 않았고,
서나대원에게 전화를 하니 고사리언덕 빨치산투어중이라 했다.
[이 라면을 먹고 싶다면, 남해안길종주대로~]
[한10분 시에스타를 하고, 다시 갈려니 죽갰제?]
[사진 찍구로 웃어라 하니, 웃었다. 실상은 쥐짜고 있었지!]
어항과 레져의 기능을 겸비한 적량포구에서,
아직도 이런 인심이 존재하는지가 의문이 마을분들의 환대속에서,
하드를 빨고, 맥주를 마시고, 라면을 끓여 먹고, 화장실을 애프터비퍼로 들락이고...,
[다 됐제? 다시 걸어볼까요?]
바다 건너 눈앞의 삼천포가 그리운,
대곡과 창포를 지나 모상개해변으로 가는 길목에 다달았다.
바래길.
남해군이 야심차게 만들어 세상에 보란듯이 내 놓은 길이다.
걷기가 건강에 아주 유익한 생활패튼으로 정착이 되고, 각 지자체마다 무수한 길들을 쏟아내고 있다.
구간, 혹은 코스로 등분된 길들은 그 지역이 가진 내세울만한 곳들로 어김 없이 연결 된다.
어쩌면 그 곳으로 가는 길에 불과한 길일수도 있다.
길의 설정에 있어,
동네 마실길은 보호를 해줘야 하고,
사유지로 나 있는 길의 테마길 삽입은 무한 동의를 득해야 하고,
무엇보다 탐방객을 위해 지역민의 불편이 초래 되어서는 절대 안될 것 같다.
그리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당초에 선정된 길의 변경이 불가 할 시에는, 반드시 즉각 그 정정을 공표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그 길은 살아 있는 길로 유지될 것 같다.
[남해안길종주대 루트 개척자]
[모상개해변]
15시쯤, 한 스물명정도가 수영을 하고 있는, 창선도 동남부해안에 위치한 모상개해변에 도착을 했다.
산모기에게 물린 종아리를 졸라게 건질며, 이온가루를 탄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
담배 한대 물고 그 해변을 쳐다보는데, 아무 생각이 없더라~
장포의 윗길로 모상개해변을 빠져 나와, 섬의 남부해안을 따라 1일차 종착지 지족으로 가는 길.
이런 디질로드!
디지겠더라~
[창선교]
[지족해협 죽방렴]
[끝났다. 야호!]
1일차 38km가 끝이 났다.
나도 대단했지만, 형님들 누님들 또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걷는게 몸에 베여있다고는 해도...,
추도에서부터 창선교까지의 마지막 구간,
다리는 무거워졌고, 발바닥 살은 더 이상 완화감이 없고, 길 마저 지루 했는데...,
묵묵히 다 걷는다.
남해안으로 나있는 길들을 모아 부산에서 해남으로 가는 남해안길은 분명 대장정의 고행이다.
2주에 한 번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회차는,
1일차 35km내외를 걷고 2일차는 20km내외를 걷는다.
거리의 힘듬은 동행의 의지로, 체력의 회복은 걷기 후 회식으로 보충한다.
이 고행에 가끔식 동참을 하는 이들의 작태가 심히 유감스럽다.
회식자리에 끼여들고 싶어 오는 사람들...,
애초에 길을 잇기 보다는 알토란 같은 길만을 골라서 오는 사람들...,
그 심정 이해는 되지만, 산방에서 진해하기에 어쩔 수 없다는 말에 썩소뿐이었다.
아리랑길 012 - 창선도2 (2018.08.19)
죽방렴에 갇힌 멸치도 자고 있는 새벽, 창선교를 건넜다.
2일차 섬의 서부해안을 따라 단항으로 가, 사천만 만입의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을 딛고 삼천포로 간다.
지방도 1024호선을 따라 단항으로 가는 길,
어제와는 다르게 통행하는 차들이 없어, 더 없이 좋고 편안한 새벽길이다.
일요일 이른 새벽이라서?
아니면 섬으로, 남해로 들어 온 사람들이 빠져 나갈 시간이 아직은 아니라서?
둘 다 땡!
오늘 우리가 걸어 가는 1024호선도 분명 삼천포로 가는 길이지만,
섬의 중앙으로 나 있는 길로 가면 4km가 단축 되기 때문이다.
바보들!
나 였음, 우측 차창밖에 잔잔히 일렁이는 지족해협을 보며 호젓한 새벽길을 누릴텐데...,
뭐가 그리도 바쁜지??
ㅋㅋ 하기싸, 나도 늘 나비의 척추로만 달렸다.
[바다 건너, 해발619m 호구산에 드리운 구름]
[바다 건너, 남해읍]
2일차 시점으로부터 2km여를 걸어 온 신흥마을 부근부터, 해안지선에 만들어진 뭐랄까...,
안 걸어가면 미칠 것 같은? 해안길이 있었다.
모두들 좋아 어쩔줄 모르는, 그런 표정으로 섬에 일요일 아침이 오는 풍경을 보며 그 길을 걸어 나갔다.
길이 좋으니, 모든게 좋더라~
삶은 밥에 김치를 얹혀 먹는 아침밥, 평소 같았음 난 담배나 한대 풋고 만다.
근데, 길이 좋으니~
이거이거 호로록냠냠이 되더라는..., ㅎ
[서대마을 부근]
나비의 우측 지형이 온통 고사리였다면, 나비의 좌측 지형은 온통 무화과였다.
온 길가에 그 잎과 열매가 한 것 매달려 있다.
사람들은 이찌찌꼬에 환장을 했다.
[소벽을 지난 대벽으로 간다]
15km 정도를 걸어 왔고,
북태평양고기압의 총애를 받는 태양은 서서히 그 열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초반과는 다르게 고갯길도 일정 간격으로 나타났다.
빨리 길이 끝나고, 찬물에 목욕을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간절 해 진다.
집에도 가고 싶고...,
[아~ 맛탱이가 간다]
[천연기념물 제299호 단항왕후박나무]
500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 되었다는 왕후박나무의 품속으로 갔다.
고맙게도, 누군가가 아이스박스에 맥주3병을 넣어 두었다.
한모금 넘기고 싶은 간절함에, 돈을 넣어 두고 먹자는 말이 나온다.
부락민의 것이 아니라는 주민의 말을 듣자마자, 당장 그 뚜껑을 땄다.
좔좔좔 아니 괄괄괄~
살 것 같더라~
후박 할배에게 하직 인사를 올리고 길로 나서니,
이내 단항삼거리였고, 삼천포로 가는 붉은 철재 아치교가 보였다.
[창선대교]
그 끝이 거기라~ 했어도...,
나는 77번국도에 놓여진 바닷길을 혼자서라도 건넜을 것이다.
아리랑길 013 - 늑도 (2018.08.19)
섬의 중앙부를 관통할뿐이지만,
그래도 섬은 섬이었고, 길은 섬의 길이다.
11시30분, 늑도대교를 건너 초양도에 들어섰다.
아리랑길 014 - 초양도 (2018.08.19)
초양도에서...,
사천바다케이블카를 타고 삼천포로 가자고 했다.
시큰둥한 반응이라, 하드만을 먹고 다시 삼천포대교에 올랐다.
[삼천포대교]
[삼천포대교에서 바라 본 삼천포]
네 번째 해상교량인 삼천포대교를 건너자, 레인저형님께서 말씀하셨다.
"여기서 트랙을 끝내고, 다음 회차에는 저리(사천대교쪽)로 걸어 가는거야?"
기절을 할라다가 그냥 웃어 드렸다.
남해안 해상교량 시리즈 016 - 창선교
남해안 해상교량 시리즈 017~019 - 창선대교, 늑도대교, 초양대교, 삼천포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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