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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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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길 - 낙도바닷길

아리랑길 011 - 남해도(3~4)

경기병 2018. 8. 14. 13:25

35˚를 가뿐히 넘어서는 기온속에서 장장 57km를 걸어 간 16회차는, 걷는 사람들의 길이었다.

35˚를 가뿐히 넘어서는 기온속에서 고작 40km를 걸어 간 이번회차는, 놀러 온 사람들의 길이 되어버렸다.

 

해미누나의 공지가 산악회에 여름 이벤트성 회차임을 알리자,

길 보다는 회식의 분위기에 목마른 이들이 한 것 붙었고, 나는 또 그들을 서퍼트한답시고 미쳐 널뛰었다.

회식을 위한 트레킹인지? 길에 사뭇 미안해졌다.

 

 

 

 아리랑길 011 - 남해도1 (2018.08.04)  

항도해변

 

 

아리랑길 011의 섬 남해도 세 번째 트랙이다.

 

지족해협에 놓인 창선교(삼동면측) 하부를 시점으로,

3번국도와 병행하여 남해섬 동부 해안지선을 따라 걷다가,

1일차 기착지 '남해군 미조면 송정리 초전방풍림에서 바닷가 잠을 한판 자고,

다음날 북미조항과 남미조항을 둘러나와 남해섬 남부해안으로 접어 들어 상주해변까지 간다. 

 

 

 

[이순신트레일 17회차-시점 (경남 남해군 삼동면 지족리)]

 

 

구름이 해를 막아주는 오늘이기를 바래보면서 04시47분, 창선교하부 해안도로를 따라 출발을 한다.

 

 

 

[나오지마라니까...,]

 

 

 

 

헬기소리가 요란하다.

살포 비용은 군청에서, 약제값은 농민이 부담을 한 항공?농약살포가 한창이었다.

이런 귀여운 미니어쳐를 봤나~

 

남해군은 섬이란 자연환경적 생산요인이 엄청난데도 불구하고, 농사를 참 잘 짓는 섬인 것 같다.

 

 

 

[양화금]

 

 

 

 

 

양화금포구를 지날때쯤,

이른 시간이었지만, 인정사정 안봐주는 태양은 "ㅋㅋㅋ, 맛 좀 봐"를 시작했다.

 

 

 

[백튜더퓨쳐 6.25]

 

 

이번 회차는 남해섬 동부해안을 따라 걷는다.

섬이 가진 자연적, 인위적 풍경들의 5할 이상이 보여지는 길이다.

 

자연발생 풍경은,

뭐 기껏해봤자 해변에 조약돌이 있음 땡땡몽돌해변 그런식이 다 일테지만...,

 

그에 반해 인위적으로 형성된 풍경은,

그 옛날 바다에서 불어 오는 해풍을 막고자 조성된 물건방조림을 위시 해,

독일정부가 제공한 차관의 보증으로도 파독된, 소리 없는 애국자들이 만든 독일마을,

반도의 길목에 북항과 남항으로 개발된 미조항 등, 제법 다수의 인위적 풍경들이 산재 해 있다.

 

 

 

[도이칠란드]

 

 

어찌어찌 가다보니, 짠하고 독일마을이 나타났다.

평소 그 언저리를 수차례 지나만 갔을 뿐, 나는 그 속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한번 가 보자고, 사정을 해도 내가 잡은 핸들은 무조건 직진이었다.

마~ 그냥 편히 살도록 놔 주자!

 

왜냐고?

곱디고운 청춘인 시절에, 그 분들은 직항도 없는 아니 걸어서는 돌아오지 못하는, 

구라파의 큰신장을 가진 사람들의 나라로 돈을 벌러 갔다.

피고름을 짜 내고, 석탄을 캐고, 집에 가고 싶어도 가지도 못한 채, 그렇게 번 그들의 돈은 가난한 조국으로 보내졌다.

 

그런 그들이, 그들 때문에 살만해진 그들의 나라에 돌아 와 사는데...,

그냥 무심해 져 주고 싶었다.

 

그런데 국영방송국에서 그 마을에 가 짜장면을 시켜쳐먹고, 해마다 마을이 주체가 되어 브로이축제도 하고...,

이런 니이미! 내만 아련했다.

 

 

 

[독일마을에서 본 물건방조림]  

 

 

 

 

들판 하나를 가로질러 물건방조림으로 왔다.

개 덥다.

 

북한이, 북태평양고기압이 머물고 있는 하늘을 향해 미사일이라도 한방 쏘면 좋겠다.

 

 

 

 

 

 

 

 

 

아마도, 오늘이 올여름 남부지방 최고의 기온을 기록하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덥다.

 

그늘이 없는 길.

바람이 불지 않는 길.

복사된 열이 길에서 피어나는 길.

그래도, 걷는다.

  

끼니때를 넘기면 가끔식 팔도 떨리고, 심장도 떨렸다.

민원실에서 혈압측정기에 팔을 넣으면, 남이 볼까? 감추고 싶은 수치가 나타났다.

 

그랬는데...,

재작년 가을의 초입에서 시작한 '한반도해안지선트레일' 프로젝터로 인해, 두 끼를 쳐 굶어도 난 걸을 수 있다.

매일 소맥5잔에, 흡연을 해도 혈압은 아래와 같았다.

 

 

 

 

 

걸어라~

그러면, 모든게 다 좋아진다.

 

L과 캠핑을 하면서, 그가 약을 먹었다.

무슨약이냐고 묻자, 낼름 혈압약이라고 했다.

 

10여년전, 내게 백패킹이 뭡니까?

그렇게 시작된 그의 아웃라이프는 숱한 장비업체에 엄청난 이득을 줬을 뿐,

그의 혈압수치 개선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걸어라, 제발~

그저 걷기만 하면, 그 모든게 다 좋아진다!

 

 

 

[항도해변]

 

 

 

 

항도에서 1일차 야단법석지로 정한 초전으로 가는 길,

태양은 중천이고, 기온은 몇도인지를 넘어 숨이 쉬어지느냐 안 쉬어지느냐였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주 심각한 아스팔트 오르막 고갯길이었다.

 

닥치고 쳐 걷자의 다음 단계, 아무 생각 없이 쳐 걷자이다.

100m에 0.01kg을 감량하면서 그 정상에 닿으니..., 아~ 보이더라~~ 초.전.방.풍.림이!! 

 

 

 

[창선교에 또 왜 갔냐고?  술 사러~]

 

 

 

초전몽돌해변에서 비박을 하기로 했다.

박배낭을 메고 걸을 수는 없어 차에 장비들을 실어 놓고 지족에 파킹을 해 놓았다.

 

1일차 종착지 초전에서 버스를 타고 지족으로 다시 왔다.

점심도 거른 채 인근의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고 초전으로 가는데,

서나대원이 배가 고프다고 했지만 다들 우리가 오기를 간절히 기다릴 것 같아서 바나나우유만을 마셨다.

 

초전에서 해수욕을 하다가 베이스캠프쪽을 보니 서나대원이 혼자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지족에서 짜장면이라도 한그릇 먹을걸..., 하는 후회와 함께 먼저 챙겨줘야 할 사람을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이 들었다.

 

 

 

 

 

 

 

 

 아리랑길 011 - 남해도4 (2018.08.05)  

미조항 가는 길

 

 

남들 다 자는 이른 새벽녘,

그 것도 야영지 한 복판에 어제밤의 민폐 제2부를 펼쳤다.

주위에 성질 더러운 놈 없어 천만다행이었다.

 

빨리 이번 회차가 끝이 났음 속이 시원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종주대를 위한 걸음

 

 

 

[이순신트레일 17회차-종점 (경남 남해군 상주면 상주리)]

 

 

 

차라리 길이나 더 걸었음 좋지 않았을까?

구지 길을 이런류의 사람들과 어울려 걸어야 하나? 그런 회의감마저 들었다.

 

주연이면서도 조연들에게 밀려 판떼기 귀퉁이에 앉아 바쁜 식당 일을 거둴어주고,

남들 다 퍼주고 국물도 없는 매운탕 냄비 디적이는 그 꼴에 허패가 디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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