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08 - 미륵도 본문
5월 연휴에 가족들과의 여행 계획이 잡혔다.
때문에 남해안길종주대 12회차에는 참석을 못 하게 되었다.
수요일 저녁, 동래역부근에 술을 마시는데 코드1으로부터 톡을 받았다.
이번주에 먼저 이어 놓으면 어떻겠냐고? 내 길 이음을 챙겨주심에 대한 보답은 "그러겠습니다!"였다.
남해바닷길을 시작하고서 처음으로 홀로 걷게 되었다.
이순신길 08 - 강구안에서 통영운하 (2018.04.29)
07시10분에 통영으로 가는 첫차를 타려 했지만, 내가 누구인가?
집을 나와 동부터미널을 향해 신나게 달리는데 뭔가 떨쳐놓고 나온 기분이다.
폰이 없었다.
08시 버스를 탈 수밖에 없었다.
통영터미널에 내리니 10시20분,
출발지점인 강구안에 도착을 하니 10시40분이었다.
걸어야 할 거리는 51km,
1시간에 5km를 줄인다해도 도착지점인 통영대교에는 20시40분에야 도착을 한다.
통영에서 동부터미널로 가는 마지막 버스는 20시20분, 07시10분 첫차를 탔다해도 촉박한 시간인데...,
아놔~ 모르겠다.
일단 닥치고 걷자!
이순신트레일 08회차는,
육지로 들어 온 바다 '강구안에서 출발을 해, '통영운하를 따라 충무교까지이다.
충무교를 건너면 아리랑길 008의 섬 미륵도이다.
삼도수군통제영이 있어 통영이라 했고,
읍(邑)의 인구가 5만을 넘어서면 시(市)로 승격이 되기에, 통제영의 수장을 기려 충무라 했는데...,
미친놈들이 도농통합한다고 그 충무시를 역사에 묻어버렸다.
분하다.
[도남관광단지내 통영국제음악당과 두 곳의 리조트 건물]
[충무교]
통영운하를 따라 가니 미륵도로 들어가는 충무교가 보였다.
미륵도 들어 가는 길,
통영운하의 횡단에 있어, 일제강점기 만들어진 해저터널과 충무교를 두고 견주었다.
바다속을 풍경 없이 걷기 보다는,
통영운하의 물길에 기대어 사는 사람의 집들을 볼 요량으로 충무교에 올랐다.
아리랑길 008 - 미륵도 (2018.04.29)
인간의 아니, 내 트레킹 한계에 도전을 한다는 심정으로 충무교에 올랐다.
[저녁에 건너게 될 통영대교]
도시들 마다에는 그 도시의 상징이 되는 곳이 있다.
전국뉴스에서 특정 지역을 연결할 때, 배경으로 보이는 그런 곳!
통영은 아마도, 무조건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쯤일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해안에 산재한 조선소들로 인해,
잠시 바다와 차단된 그저그런 도심의 보도를 20여분 걸어 도남관광단지에 도착을 했다.
통영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 중 한 곳이다.
특히, 오늘은 화려한 봄날의 일요일이 아닌가?
그 초입부터 차들과 사람들로 단지가 분주하다.
마리나리조트를 우측으로 끼고 돌아 나오는데...,
거제 바다에서 도도해진 눈에도, 와~이런! 하는 탄성이 나오는 바다와 만났다.
마침, 깻다리형님으로부터 응원의 전화가 왔다.
'형님 여기 억수로 좋습니다'
[미륵도 수륙해안길 초입부]
풍경을 극대화 시키는 인위적 호환,
나는 오늘 통영의 도남동해안에서, 그 호환을 만났다.
돈만 가지고, 쳐바르면 된다는 식으로 해안을 조지는 일부 지역의 바다를 숱하게 보았다.
특히, 영덕군에서 장사해변에 설치 해 놓은 상륙함과,
부산 서구청에서 송도해변에 쳐 박아 둔 고래를 보는 순간, '왜 저 지랄을 해 놨을까?
그 말외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어디 댕겨오는겨?]
미륵도 동북해안을 따라,
만든이들의 노고가 더 아름다운 '수륙해안길을 소중히 잘 걸어 나왔다.
[미륵산과 한려수도케이블카]
피오로드도 아니고...,
그 폭에 비해 길어도 너무 긴 만의 지형을 거슬러 올라간다
수륙해안길을 끝내고, 이제 이운포구로 간다.
[영운, 이운포구]
미륵도를 일주하는 도로는 경상남도 지방도 1021호선이다.
이운포구에서 신봉포구로 넘어 가는 고갯길 오름에 있어, 그냥 지방도를 선택했다.
마을 안길로 난 산길도 보였지만, 행여 나로해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시선 주고받음이 싫다.
[이운포구와 수륙해안길, 그리고 마파산]
[신봉포구]
오늘 길에서, 첫번째 맞이한 고개를 내려왔다.
포구의 원안을 돌지 않으려면, 축양장으로 들어 가 다리 하나를 건너야 한다.
틀림 없이 개가 있을텐데...,
개가 짖으면, 주인이 나올 것이고,
그러면 길이 될까? 염려하는 성가심에 쓴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근데, 둘러 가기에는 보이는 다리가 너무 매리트하다.
다행히, 그 길목에 묶여진 사냥개의 털을 가진 개는,
멍청하게도 세월아 네월아 저 쪽으로 돌아 누운 채, 퍼질러 자고 있었다.
살금~ 살금~~
[고로, 신봉포구를 가로질러 방파제 길로 나왔지!]
서너개의 행정동과, 한개의 읍을 가진 섬.
제법 큰 섬이고, 해안의 형성 역시도 남해안답게 리아스식이다.
일주를 하는 도로 역시도 해안가 사람의 집들을 연결하기 위함인지 수직 굴곡이 상당하다.
포구 하나를 지나면, 고개 하나를 넘어야 하고, 그러면 또 포구가 나오고, 또 고개가 나온다. (쫌 모여들 사세요~~)
봉전포구에서 새바지고개로 오르는 길,
길어깨조차 없는 최소 노폭의 차도였고,
그마저도 침범한 동백나무로 인해, 운전자의 시선에 보행자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 따구로 해 놓고, 뭔 한산대첩길로 명명을 해 놨냐?)
시속 5km/hr 이상으로는 걸어야 하는데,
기온은 높아지고, 고개는 즐비하고, 통행하는 차들은 많아지고, 그렇네~
[새바지고개에서 바라 본 달아항]
[곧장, 달아항으로 내려가고도 싶었지만, 척포를 둘러 가야 한다]
[물개마을]
[마동도 되고, 척포도 되고...,]
척포에서 달아항으로 가는 길,
파선이 아닌 실선이 긋어진 도로 가장자리에 차를 파킹한 채, 텐트까지 치고 낚시들을 하고 있다.
엄연히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인데...,
그래 해라 햇~
근데, 미세먼지인지 해무인지 황사인지가 뿌연 땡볕에 녹아 든 아스팔트 위에서..., 것도 힐링 맞나 싶더라~
하기싸, 내처럼 걸어서 섬을 한바퀴 돌고 있는 놈에 비하면, 양반일세~
[달아항 가는 길]
[달아항]
비좁아 터진 항의 선착장은 북새통이다.
그 숱한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을 타고 온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들이 돌아 오면, 항은 더 비좁아 진다.
그 전에 항을 나가야 하는데, 달아공원으로 가는 길, 이건 고갯길이 아니라 업힐의 등산로다.
나 디졌다 생각하고, 땅만 보며 걸었다.
오늘 처음으로 노상방뇨를 하고, 담배를 물고, 사력을 다해 기어 올라가니 달아공원이 나왔고 나는 그냥 지나쳤다.
왜냐고?
공원에서 보는 바다나, 주차장에서 보는 바다나 같지 않을까? 싶더라~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시간이 없다.
(통영에서 부산으로 가는 막차가 20시20분이잖아~~)
[달아공원 주차장]
달아공원이 있는 고갯길을 내려오니, 연명포구가 보였다.
섬의 반 이상을 돌았음에 내심 기뻐함이 맞지만,
트랙의 남은 선에서 혹처럼 달려 있는 풍화반도를 보니 한 숨만 나오더라~
연명포구앞 해안길을 걸어 그 끝으로 간 다음, 지방도로 치고 올라야지 했는데,
막상 육안으로 보니, 길도 없겠거니와 치고 올라가면서 당할 자연의 거센 저항에 그냥 지방도로 걸었다.
[연명포구]
[중화포구]
[삼덕항]
해파랑길 이후, 남해안길에서 처음으로 혼자서 걷고 있다.
해파랑에서, 인연이 된 좋은 형님누님들을 만났고 그 분들을 따라 남해안길에 접어 들었다.
'무소의뿔처럼혼자서가라'는 '일상탈출행복한동행'이 되었다.
해파랑길이 부러 고독을 즐기는 것이 좋았던 길이었다면, 이순신길은 같이 함이 좋은 길인것 같다.
저 꼬일대로 꼬여진 해안선을, 실타래 풀듯 혼자서 돌고 돌아 나가기에는 지독히도 지겹고 따분할 것임에...,
연명, 중화, 삼덕을 차례로 지나 산양읍소재지로 가는데, 종교단체의 입간판 하나가 서 있다.
불현듯 섬 하나가 생각났다.
국도.
통영해안에서 35km 떨어진 먼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
언제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꼭 그 섬에 가고 싶어지더라~
지금은 저 종교단체만이 섬에 거주를 하지만, 섬의 풍광은 아름다움에 더해 신비하기까지 했다.
그나저나, 일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섬을 빠져 나가는 차들이 줄기차게 지나친다.
뭔 섬에 뭔 차들이 이리도 많이 들어왔는지..., 의문을 넘어 생짜증이 난다.
좁은 노폭에 흰색줄 안으로는 걷지도 못한 채, 길어깨마저 없는 공간을 몇시간 동안 걷고 있다.
정말 걷기에는 최악의 도로다.
산양읍소재지 부근에서 잠시 보행로를 만났지만 것도 잠깐이었고,
풍화리로 들어가는 아니 미수동 초입의 세포고개까지 아주 혹독한 길이었다.
이런 길을 한산대첩길로 지정하고, 트래커들을 불러 들이는 통영시의 작태에 어이가 없었다.
풍화반도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왔다.
트랙을 보고, 시간을 보고, 발의 눈치를 보고, 뇌가 혼란스러워졌다.
풍화반도를 돌지 않고 미륵도를 다 돌았다.
그렇게 말 할 수는 없을테고...,
이 시간, 이 상태에서 돌자니 뇌가 먼저 돌것 같고...,
에라이~ 그래 돌자!
[풍화반도 들어 가는 길]
풍화반도로 들어 갔다.
이런 개떡 같은 경우를 봤나..., 아놔!!
시작부터 엄한 길로 들어 가 1km 가량 알바를 했다.
그것도 생오름막 알바를..., 아 놔!! 생 개짜증이 났다.
원점으로 돌아 와, 왈츠를 몇판 췄다.
들어가야 하나? 나가야 하나?? 다시 뇌가 혼란스러워졌다.
에라이~ 그래도 들어가자!
[다랑골 (은퇴후, 이런 삶의 준비가 필요하다. / 정신을 차리자)]
있는 썬크림도 바르지 않은 채, 석양빛을 정면으로 받으며 풍화분교까지 갔다.
가끔식 포구에서 만나는 주민들이 대 놓고 나를 쳐다 본다.
이 시간에 저리로 뭐하러 가는지? 아마도 궁금했겠지?
하기싸, 나도 지금 내가 뭐하러 들어왔는지..., 모르겠더라~
모상삼거리에서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더 이상 트랙에 대한 욕심도 그 트랙에 대한 마스터를 하고자 함도 사라졌다.
미련 없이 반도의 반을 가로질러 향촌삼거리쪽 고갯길을 향했다.
[향촌삼거리]
이제 반도를 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철둑이란 지명의 삼거리에서 통영대교로 가는 길에 접어 들어,
닥치고 한시간만 쳐 걸어가면 오늘 트레일의 종점 통영대교가 나오고, 건너기만 하면 끝이다.
[드디어, 통영도 아스라히 보이고...,]
다행히 배낭에 캔맥주 하나가 남아 있었다.
물도 다 떨어져가는 처지에 아주 다행이었다.
따자마자 원샷을 하는데, 미지근한게 칼칼한게 목구멍에서 사래가 걸려 생구토를 했다.
눈치 없는 놈이 절묘한 순간에 전화를 했다.
'또 남해안이가'
'어' 하니 바로 전화를 끊는다.
아~놔! 이런 미친 색히를 봤나??
이후, 향촌 경포 양화 소양 벌포 해쌋는 반도의 촌락들을 차례로 거쳐 풍화반도를 나오니 18시쯤 되었고,
미수동으로 가는 세포고개 개오름길이 막막하게 보였다.
07시10분 버스를 타고 왔다면, 반도의 입구에서 멍청한 알바만 하지 않았다면, 나는 어쩌면...,
풍화반도를 다 돌았을 것이고 미륵도 일주를 완벽하게 마스터 했을텐데...,
쫌, 아니 억수로 아쉬웠다.
[세포고개]
세포고개에서 터벅터벅 통영대교를 향하여 내려 오는 길,
그 어떤 근원이 남아 있어 걷게 하는지?가 스스로에게 의문으로 느껴졌다.
저물녁은 밀려오기 시작했는데, 길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낯선 거리에서 보여지는 일요일 저녁의 그 풍경에, 한없이 집이 그리워지더라~
닥치고, 다음은 아마도 "아무 생각 없이"가 맞는지 모르겠다.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길이 있어 걷는다는, 그 심정으로 걸어가니 통영대교가 나왔다.
반갑지도, 달갑지도 않더라~
집으로 가는 차들만이 생생 달리는 통영대교를 곰보빵에 토핑된 소보로 가루를 에너지원으로 하여 건넜다.
근데, 통영대교 생각보다 많이 길더라~
19시05분, 트랙을 껐다.
(이런 개시발왕짜증디지는줄에라이염병하고쳐자빠외롭고쓸쓸애이나무아비)
통영운하, 그 물길에 비춰지는 네온빛이 서글픈 미륵도 일주였다.
집으로 오니 자정은 지나지 않았는데, 다들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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